한 우물만 파야하는 이유
글 쓰는 루틴 만들기 프로젝트인 <글루틴>에 참여하면서 브런치 스토리를 알게 되었고, 글루틴1기 때 나를 제외하고는 거의 대부분 브런치 작가였기 때문에 누구보다 더 브런치 스토리 작가가 되고 싶었다. 당시 나는 주로 블로그에 글을 올리고 있었기에 브런치 스토리가 생소하기도 했지만 작가의 글쓰기에 준하는 사람들이 사용하는 플랫폼으로 알고 있었기에 더 준욱이 들 수밖에 없었다.
처음에는 신청만 하면 되는 줄 알고 있어서 호기롭게 신청했다가 바로 탈락하는 아픔을 겪으며, 다시 도전했지만 결과는 탈락이었다. 결국 5수 만에 브런치 스토리 작가가 되었지만 불가능한 것을 이뤘다는 기쁨보다는 시험의 출제 전략도 모른 채 응시만 했다는 생각이 더 크게 들었다. 물론 5수 만에 작가가 되어서 기쁘기는 했지만 무엇이든 방향성을 잘 잡아야 한다는 것을 더 깊이 세길 수 있었다.
지금도 참여하고 있는 <글루틴>에는 브런치 스토리 세계에서 잔뼈가 굻으신 작가님들이 많다. 나보다 더 오랜 시간 글쓰기를 해오셨기 때문에 당연한 것이지만 나는 그분들을 뛰어넘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이 욕심 때문은 아니지만 매일 글쓰기를 하다 보면 하루에 한 개만이 아닌 그 이상의 글쓰기를 할 때가 있어서, 신중하게 글감을 정하느라 고심하시는 작가님들께 하나 더 인증하는 만행을 저지르기도 했지만 그만큼 글쓰기에 있어서 나는 지금도 진심이다.
글쓰기를 처음 시작한 순간부터 무라카미 하루키보다 뛰어난 작가가 되어야겠다는 생각보다는 일단 매일 글쓰기를 하고자 했고 지금 일상의 루틴이자 하루의 리츄얼로 점점 자리 잡아가고 있다. 이제는 언제 어디서라도 매일 글쓰기를 하지 않으면 하루의 가장 중요한 것을 하지 않았다는 엄청난 찝찝함 속에 하루를 마무리해야 하는 그 기분이 싫어 무슨 일이 있어도 매일 글쓰기를 하려고 한다. 만약 여행이나 출장이 잡혀 있다면 그 일정까지도 감안하여 미리 글쓰기를 준비할 정도이다.
이제 400개의 글쓰기 콘텐츠를 생산했을 뿐이지만 이 400개의 콘텐츠는 1년 뒤, 5년 뒤 나를 돌아보게 만들어줄 귀중한 자산이다. 글쓰기의 양에 집중하는 것도 힘들어 글쓰기의 질까지 생각할 여유는 없지만 양질변환의 법칙에 따라 내 글쓰기의 질도 언젠가는 좋아질 것이라 믿는다. 그러기 위해서는 질이 낮은 글이라 할지라도 부지런히 생산해야 하는 축척의 시간을 반드시 가져야 한다.
고생대의 유기화합물이 시간과 압력에 의해 ‘검은 황금’이라 불리는 석유가 되어 산업혁명의 시대 속에서 인간 문명이 발전하는데 한 축을 담당했던 것처럼 아직 질적으로 뛰어나지 않은 내 글쓰기도 시간이 흐르고 점점 축척되는 압력이 가해지면 점점 빼어난 글쓰기가 될지도 모른다.
이런 작은 소망을 품고 매일 글쓰기를 하다 보면 나도 어느새 질의 글쓰기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믿음은 나를 10년의 글쓰기 계획으로 이끌어 주고, 어제보다 한 뼘 더 성장한 나를 만나게 해주는 기회를 선사한다. 나는 믿는 대로 되는 사람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