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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아 Dec 08. 2023

빵으로 읽는 세계사

밀가루가 빵이 되어 나타난 변화

인류의 문명은 "Out of Africa"에서 시작되었다고 하지만 문명의 전파와 주도권은 늘 유럽의 국가들이 쥐고 있었다. 그러나 보니 자연스럽게 유럽인들의 주식인 밀이 세계 도처에 퍼졌고, 그곳을 식민지로 삼으면서 현지에서 자신들의 주식을 먹기 위해 현지 재배를 시작하면서 밀을 경작하는 지역도 자연스럽게 늘어났다. 농업기술의 발달로 생산량이 늘어나고, 수확한 곡물을 저장하는 방법의 개선, 기계화로 인해 인간의 노동력 대비 대폭 증가된 효율성을 바탕으로 인류는 먹는 것에 대한 고통에서 점점 해방되고 있지만, 식량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특히 아프리카의 경우, 급속한 사막화로 인해 경작지가 사라지고 있고 자국의 생산보다는 수입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것이 식량의 무기화가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도 생겨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밀을 재배할 수는 있지만 그 규모가 벼농사에 비해 작고, 유럽의 광활한 평야에서 대형 트랙터로 경작하여 수확한 밀과 경쟁하기 어렵기에 국내산 밀을 저렴한 가격에 먹는 것은 어렵다. 이렇게 밀, 벼, 옥수수와 같은 곡물은 인류의 생존을 결정하는 먹거리이자 국가 간 교역과 외교 분쟁의 요소로 작용할 수도 있다.


 인류는 세계 3대 곡물인 밀, 벼, 옥수수는 토지, 기후 등과 같이 자신의 생활 터전에 적합한 곡물을 재배하면서 주식으로 삼았다. 유럽에는 우크라이나와 같은 밀 곡창지대가 많고 아시아에는 벼농사를, 아메리카 대륙은 아즈텍 문명의 흔적에서 볼 수 있듯이 옥수수를 먹으며 고유한 식문화를 만들었다. 나는 한국인으로 태어나면서 자연스럽게 쌀로 지은 밥을 먹고 살아왔고, 한국인의 주식인 쌀이기에 한식은 늘 자연스러운 일상의 먹거리로 인식한다.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빵'이란 말도 포르투갈의 '팡'이란 단어가 일본에 들어가 パン(빵/팡)이 된 후, 다시 우리나라로 들어와 '빵'으로 불리는 것처럼 빵이 유래되면서 이전에 없던 단어가 생겨나고 빵을 이용해 만드는 새로운 음식과 그 음식을 먹는 새로운 식문화도 자연스럽게 생겼다. 아시아에서 가장 빠르게 문호를 개방한 일본은 유럽인들이 주식인 빵의 전파로 밀가루 사용이 증가하면서, 밀가루를 이용해 만든 라면이 쌀 자급자족이 어렵던 시기에 우리나라에 들어와 배고픔을 해결해 주는 귀한 존재가 되었다.


 한때 바쁘면 빠르고 간편하게 먹기 위해서 라면을 즐겨 먹기도 했지만 집밥보다 든든한 한 끼 식사는 없다. 평범한 직장인으로 일하다 보면 밥 먹을 시간을 놓쳐 일하고 있으면 주변에서 안타까운 심정으로 "한국인은 밥심으로 산다"라는 말을 종종 듣는다. 한국인의 주식인 쌀로 만든 밥은 지금에야 풍족하게 먹을 수 있었지만 과거에는 잔칫날이나 생일상에만 먹을 수 있는 귀한 먹거리였다. 쌀이 부족하니 잡곡을 섞어 먹거나, 그마저도 없으면 보리나 수수밥을 먹는 경우도 많았다.


 특히 제주도처럼 현무암 제 질의 토지는 물을 보관하기 어렵기 때문에 쌀농사가 불가능해서 보리를 재배해서 주식으로 먹었고 이런 이유로 보리빵이 유명해졌다. 빵을 좋아하지 않아 즐겨 먹진 않지만 아이가 밥보다 빵을 더 좋아하는 식성이어서 집에는 항상 빵이 있다. 특히 모닝빵을 좋아하는데, 아침마다 모닝빵을 발뮤다 오븐에 구우면 갓 구운 빵처럼 되어 식감이 좋다고 한다. 아이가 좋아하는 모닝빵은 미국의 부활절 식사에서 유래된 것으로 지금은 세계적으로 간편한 아침 식사용으로 먹다 보니 이름이 아침에 먹는 빵이 된 것 같다.


  또 아이가 좋아하는 디저트인 마카롱도 지금은 제과점뿐만 아니라 편의점에서도 쉽게 구매할 수 있지만 유럽 왕실에서 왕족과 귀족들만 먹을 수 있는 사치품이자 혼례품이었다는 사실은 마카롱을 다시 보게 만든다. 포르투갈 사람들이 즐겨 먹는 에그타르트도 포르투갈 현지의 맛과 과거 포르투갈의 식민지였던 마카오의 에그타르트는 외형은 비슷해 보이지만 들어가는 재료와 맛은 서로 다르다. 이는 유래되었지만 재료와 맛의 현지화되어, 기존의 것과 다르며 기존의 것을 뛰어넘는 색다른 맛을 내는 음식이 되었다.


 또한 현지의 식재료를 사용해 처음 전파한 곳에는 없는 고유한 맛을 내는 새로운 빵을 만들기도 한다. 한국인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쌀가루를 이용해서 만든 빵의 경우이다. 쌀은 밀보다 조직이 단단하고 퍽퍽한 이유는 글루텐 함량이 적기 때문인데 이로 인해 쫀득한 식감을 만들기 어렵지만 건강을 중요하게 여기는 트렌드로 인해 쌀빵은 조금씩 자신의 영역을 만들어 가고 있다. 오랜 시간 한국인의 주식으로 사랑받은 쌀로 만든 쌀빵은 밀가루로 만든 빵보다 쫀득거리는 식감은 없지만 건강한 빵으로 인식되어 건강식으로 먹는 사람들이 많다.


 빵의 가장 장점인 쫀득함이 없는 쌀빵도 쌀빵이 갖는 장점으로 사람들의 선택과 사랑을 받으며 자신의 영역을 만들어가는 것처럼 각자의 취향대로 빵을 즐기는 모습을 통해 우리의 식문화도 세계화의 흐름에 영향을 받고 영향을 주고받으며 현지화도 일어나고 있다. 한국인의 빵 소비량도 증가하면서 쌀의 자리를 위협하고 있지만 한류가 세계적으로 사랑받고 환영받는 요즘, 한국의 식문화도 더욱 우리의 고유성을 강화하여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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