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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아 Dec 17. 2023

요즘 유행하는 독감

감기는 옮겨야 낳는다는 속설

 겨울은 추운 것이 겨울의 멋이라고 하는데 이번 겨울은 신기할 정도로 춥지 않은 겨울이었다. 10도 이상 되는 따뜻한 겨울 날씨는 옷차림을 가볍게 하였고, 목요일부터 내린 겨울비는 본격적인 겨울 날씨를 재촉하는 것 같았다.


 이번 주 아이를 유심히 보니 코를 훌쩍거리고 기침을 계속하는 것이 주사를 맞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아이는 독감에 걸리지도 않았는데 주사를 왜 맞아야 하냐며 완강히 거부했다. 왠지 아이는 독감에 걸릴 것 같은 기분이 강하게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금요일 저녁부터 아이는 40도가 넘은 고열에 힘들어하며 기침과 구토를 했다. 아픈 자녀를 보는 것만큼 힘든 부모의 마음도 없겠지만, 며칠 전부터 징조를 보았음에도 아이를 방조한 것 같아 기분이 좋지 않았다. 해열제를 먹고 막힌 코로 숨쉬기를 괴로워하는 아이를 보며 잠을 이룰 수 없었다.


 토요일 아침이 되자마자, 40도가 넘은 아이를 데리고 집 근처 내과에 갔다. 평소 대기 인원이 백 명이 넘어 하루 종일 기다린 적도 있는 병원이라 빠른 진료를 받을 수 있을지 내심 기대하지 않았다. 하지만 고열로 힘들어하는 아이를 본 병원 측에서 즉시 수액을 놓아주었고, 독감 판정 검사 후 독사 주사로 같이 처방해 주셔서 아이는 고열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두 시간 정도 수액과 독감 주사를 맞은 아이는 빠르게 정상 컨디션을 회복할 수 있었다. 하지만 감기는 누구한테 옮겨야 낳는다는 속설처럼, 아내 아니면 내한테 옮길 거라 예상은 했지만 내가 아이의 독감이 옮긴다는 것은 몰랐다. 목이 간질간질한 기분 나쁜 징조가 독감에 걸린 것이었다.


 토요일 오후부터 내 컨디션은 아이와는 다르게 점점 안 좋아졌다. 오한까지 찾아와 전기장판 위에 들어가 끙끙 앓으면서도 나보다 아이의 걱정을 하는 것은 모든 부모의 심정과 같을 것이다. 올해 더 이상 사용할 수 있는 연차가 없기에 월요일 출근을 걱정하며, 회복하기만을 기다렸지만 두통과 코막힘까지 찾아와서 수면을 방해했다.


 집에 있는 감기약을 먹으며 끙끙 앓고 있자 아이는 나에게 엄청 미안해했다. 아빠가 자기한테 감기를 옮아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마음이 편하지 않았던 것이다. 서로에게 독감을 옮길까 봐 안아 줄 수는 없었지만 아이 때문이 아니라고 위로하며 나에게 찾아온 독감과 외로운 싸움을 해야 한다.


 아이가 더 이상 아프지 않는다는 것에 만족하며 독감과 싸우는 겨울밤을 편하게 보낼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나는 글쓰기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 내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있다. 죽지 않는다면 반드시 해야 할 하루의 가장 중요한 미션이자, 안 하면 정말 찝찝한 일이 되어 버리는 일과이다.


 고열에 정상 컨디션이 아닌 몸으로 무슨 글을 쓰냐며 아내는 애처로운 눈으로 바라보지만, 아무리 독감이라도 써야만 하는 매일의 글쓰기를 절대 포기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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