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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아 Dec 18. 2023

A형 독감과의 동거

예상했지만 기분 나쁜 결과

 오늘 새벽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가장 시간이 더디 감을 느낀 밤이었다. 오한과 구토로 밤새 한숨도 못 자고 뒤척이다 자고 깨기를 반복하며 지냈다. 이런 컨디션으로 출근은커녕 운전이라도 제대로 할 수 있을까 걱정하며 보낸 새벽은 괴로움의 연속이었다.


 보상휴가가 하루 남아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 순간 걱정과 괴로움은 줄어들었지만, 평소 병원 가는 것을 싫어하는 나로서는 병원에 가야 하나, 아니면 자연 치유를 바라며 버텨야 하나 하는 내적 갈등에 시달렸다. 하지만 아이가 수액과 독감주사를 맞고 반나절만에 회복되는 것을 봤기에 아픈 몸을 이끌고 아내가 추천해 준 병원에 갔다.


 독감이 유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듯이 병원은 나와 비슷한 증세를 보이고 있는 사람들로 넘쳐 났고, 나름 혼잡한 시간을 피해서 방문했지만 1시간 정도 대기한 후에 진료를 볼 수 있었다. 예상대로 A형 독감이었고, 코로나19 검사처럼 독감 검사를 한다는 것에 조금 놀랐다. 선명하게 두 줄이 보이는 키트를 보고 있으니 조금 더 빨리 올걸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의 진료 덕분에 독감 주사의 가격이 비싸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아내의 말처럼 돈 없으면 아프지도 못한다는 말이 조금은 실감되었다. 하지만 독감 주사를 맞고 회복이 된다면 충분히 투자할 수 있는 금액이었다. 만약 미련하게 자연치유를 바라며 이불속에서 끙끙 앓고 있는 것보다는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것이 당연히 더 효율적이다.


 수액실에서 수액과 독감 주사를 맞으니 마치 사우나에 온 것처럼 땀이 비 오듯 쏟아지며 입고 있는 옷은 다 벗고 싶었지만, 주삿바늘이 꽂혀 있는 팔 때문에 지퍼를 여는 것으로 대신했다. 속이 메슥거리며 구토를 할 것만 같은 기분 나쁜 상태가 지속되었고, 겨우 참고 참아서 수액을 다 맞고 화장실로 뛰어갔다.


 구토를 하니 속은 편안해졌지만 온몸에 기운이 하나도 없었다. 이런 몸은 이끌고 터벅터벅 집으로 가는 길은 참 시간이 오래 감을 느꼈다. 차로 2분 거리라 택시를 타고 싶지만 양심 상 타지 못하는 어쩔 수 없음은 천천히 걸어 25분 정도 걸려 집에 도착했다. 또 한 번의 구토를 하고 이블 속으로 들어가 쉬었지만 지독한 A형 독감에서 완벽히 벗어나지는 못한 것 같다.


 누룽지를 끓여서 빈속을 달래고 약을 먹으니 아까보다는 조금 더 괜찮아졌고, 어제보다는 긴긴밤을 편하게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내일은 출근해야 하기에 부담감이 주는 괴로움에 시달리겠지만 내일은 많이 회복되기를 바라며, A형 독감과 원치 않는 동거는 오늘까지만 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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