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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아 Dec 24. 2023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세상을 향한 소설가의 질문

 무라카미 하루키는 내가 닮고 싶은 작가이자 소설가로 독특한 삶을 사는 분이다. 일단 그는 매일 글을 쓰지만 글쓰기를 위한 체력을 키우기 위해서 동시에 매일 10km를 달리고, 매년 마라톤 풀코스에 참여해서 완주하는 자신만의 리추얼이 있다. 작가와 마라톤, 서로 연관성이 전혀 없어 보이지만 무라카미 하루키가 하기 때문에 작가라면 달리기를 해야만 할 것 같은 의무감이 들기도 한다.


 작가는 글을 쓰는 사람으로 자신이 쓴 글이 독자들로 하여금 읽히고, 자신이 쓴 글로 밥벌이를 한다. 글쓰기로만 밥벌이가 된다면 참 좋겠지만, 이미 인지도 높은 작가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아직도 작가는 좋은 밥벌이 수단이라고 하긴에는 소수의 유명 작가를 빼고는 그 벌이가 많지 않아 충분한 밥벌이가 되지 못한다.


 창작의 분야에는 에세이, 소설, 드라마, 극작가 등 다양한 분야가 있지만 한 가지 공통점은 모두 창작의 고통을 이겨내고 짧든 길든 이전에 없던 새로운 것을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특히 소설은 논픽션(Non-fiction)과 픽션(Fiction)의 아슬아슬한 경계에서 사실과 같은 허구를 만들어야 하는 참으로 힘든 일이다.


 독자들이 믿을 법한 사실 같은 허구를 만들어 낸다는 것이, 소설가가 만들어낸 허구를 독자들에게 믿게 한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소설가가 만들어낸 허구에 대해서 그 누구도 거짓말이라 하지 않고, 소설 속 가상의 인물에게 연민의 정을 느끼기도 하며 결코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대해서 안타까움을 느끼는 이유는  소설가의 능력을 통해 독자들에게 감정 이입이 되었기 때문이다.


 언젠간 나도 단편 소설이라도 쓰고 싶은 욕심이 있어서 가끔 소설책을 읽어 보지만, 첫 장부터 마지막까지 탄탄한 스토리 전개가 없으면 소설은 쉽게 허무맹랑한 이야기가 된다.  소설가가 아무렇지 않게 흘리는 복선도 드라마틱한 전개를 위해 소설 중간중간 심어 놓은 소설가의 큰 그림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소설가에게는 조감도의 시선이 필요하다.


 그리고 오랜 시간 인내하며 마감 전까지 탈고할 수 있는 망각한 책임감은 무엇보다 중요한 자세이다. 아무리 유능한 소설가라 할지라도 마감을 지키지 못한다면 그의 창작물은 세상에 빛을 보지 못하고 사라질 수 있을 것이다. “모든 초고는 쓰레기이다”라고 헤밍웨이가 말한 것처럼, 완벽한 초고는 존재하지 않지만 초고를 출간 스케줄에 맞춰서 제출하는 것도 하나의 능력이다.


 어렵고 완성한 초고를 퇴고하며 새로운 숨결을 불어넣는 것도 소설가가 해야 하는 과업이자, 가장 중요한 임무이다. 퇴고를 하면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고통의 과정을 거쳐 세상에 나온 소설가의 원고는 마치 엄마 뱃속에서 열 달의 시간을 태동도 없이 숨죽이고 기다리다, 세상 밖으로 나온 아기의 우렁찬 울음소리와도 같은 것이다. 고통의 대가 지불을 통해 새로운 생명을 얻는 것과 같은 일종의 등가 교환이다.  


 소설가의 손에 의해 태어나는 수많은 문장들과 인물들의 생명은 거저 얻어지는 것이 아닌 소설가의 머릿속에서 떠오는 생각이 원고지에 쓰이고, 퇴고를 거쳐 완벽한 숨을 얻게 되는 과정 속에서 세상에 없던 소설가의 숨결이 묻어 있는 하나의 생명체가 된다. 이 생명체는 독자들과 만나며 자신의 힘을 그들에게 전달하고, 독자와 소통함으로써 자신의 메시지를 독자에게 전달하고 독자의 감정을 흔든다.


  독자의 감정을 흔들면 흔들수록 그들에게 전해지는 감동의 깊이는 달라질 것이다. 이런 감동의 깊이는 일상 속에서 소설가가 직접 경험하는 경험을 통해, 소설가가 느끼는 감정이 아름다운 문장이란 포장지로 포장되면서 개인의 감정을 넘어 만인의 감정으로 변하여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하나의 공공재가 된다.


 소설가는 단순히 소설을 쓰는 것을 넘어 독자들에게 하나의 외침을 전달할 수 있는 세상을 꿰뚫어 보는 일침이 있어야 한다. 세상을 보다 올바르고, 따뜻한 곳으로 만들기 위한 소설가의 외침은 독자들로 하여금 침묵하지 않고 세상을 향해 자신만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용기를 불러일으켜야 한다.


 독자들에게 소설을 읽는 쾌락과 단순한 창작의 즐거움을 주는 것을 넘어 세상을 향해 메시지를 전달하는 소설가의 질문은 독자에게 부여된 숙제이자, 직업으로서의 소설가에게 주어진 소명이다. 따라서 소명이 있는 소설가의 창작물은 세상의 빛나는 가치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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