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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아 Dec 26. 2023

우리 가족, 숲에서 살기로 했습니다

자연 속에서 자란 아이

 도시에서 태어나 지금도 도시에서 살고 있는 나는 자연 속에서 자연을 즐기며 살았던 때가 두 번 있었다. 한 번은 아버지가 직업군인이었을 때였고, 다른 한 번은 내가 군 복무를 할 때였다. 군부대가 있는 곳은 거의 대부분 도시와 떨어져 있는 외진 곳에 있고, 군부대 근처를 개발 제한 구역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날 것 그대로의 자연 속에 살았다.


 어릴 적 내가 살았던 곳은 개발이 되지 않았기도 했지만, 워낙 시골이라서 봄여름 가을 겨울의 뚜렷한 계절 색이 있는 곳이었다. 계절의 변화와 함께 자연 속에서 아카시 꿀을 따먹기도 하고 여름에는 가재를 잡아 삶아 먹고, 가을에는 논에서 메뚜기를 잡아서 구워 먹었던 기억이 이제는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추억이 되었다.


 특히 주변 배추밭에서 배추를 바로 뽑아 김장을 하던 시기는 맵지만, 갓 삶은 수육과 함께 먹는 그 맛 때문에 주위를 어슬렁거리기도 하였다. 자연은 늘 나의 놀이터였고, 자연에서 기르는 채소들은 나의 양식이었으며 집 주위 텃밭에서 키우던 토끼는 나의 가족이었다. 해가 뜨고 질 때까지 한 시도 지루할 틈이 없는 신나는 일이 가득한 곳이었다.


 아버지가 전역하시면서 정들었던 이곳을 떠나 부산으로 이사 오면서 다시는 이런 즐거움을 누리지 못할 거라 생각했는데 운 좋게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3년 동안 아버지 회사 관사에 살면서 집 안에 텃밭에서 배추와 옥수수를 키우며 작은 자연 속에 살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주택을 제외하고 땅이 30평 정도 되는 집이었는데, 개 5마리와 함께 사는 도심 속 전원생활이었다.


 특히 내 방 창문가에는 포도나무 한 그루가 있었는데 여름이 되면 늘 포도가 열려 여름방학 때 매일 한 송이씩 먹는 나만의 신선한 간식이었다. 또 텃밭에 옥수수도 심어서 바로 수확한 옥수수를 삶아 먹는 재미는 무엇으로도 표현하기 힘들었다.  관사가 없어지면서 아쉽게 아파트에 살게 되었는데, 이때의 좋은 추억이 아파트보다는 주택을 더 좋아하게 만든 계기가 되었다.


  텃밭에서 나오는 신선한 채소는 거저 얻어지지 않는데, 틈나는 대로 잡초를 뽑아야 하고 집에서 나오는 퇴비를 모아 골고루 뿌려줘야 땅이 비옥함을 잃지 않는다. 그래서 어렸을 때부터 호미, 낫, 삽을 종종 사용했고 대학교에 입학해서도 가끔 삽질을 할 때가 있었는데 예비역 선배들보다 내가 더 삽질을 잘해서, 대학원 선배들이 토사가 필요한 경우에는 나에게 도움을 청하는 일도 많았다. 이때 자연은 노동을 투자한 사람들에게만 땅의 소산을 허락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군복무지는 내가 선택할 수 없었지만, 개발되지 않은 최전방 부대에 근무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도시와 이별하여 자연 속의 생활을 하게 되었다. 주변이 숲으로 둘러싸인 주둔지는 하루에 버스가 8번밖에 안 오는 격오지였다. 특히 겨울에는 눈이 너무 많이 와서 눈을 치우지 않으면 부식을 실은 차가 들어오지 못해 굶게 되어서, 눈만 왔다 하면 늘 전투적으로 눈을 치워야만 했다.


 산속에 있는 부대이다 보니 봄이 오는 것은 주변의 식물을 통해 먼저 알 수 있었다. 길고 긴 겨울은 달래가 나고 두릅이 열리는 것을 보고 이제 봄이 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가을은 주변의 잣나무와 밤나무에서 토실토실한 잣과 밤을 수확하며 가을만의 정취를 느낄 수 있었다. 이 열매들은 긴 겨울밤을 보내는 영양만점의 간식이 되었다.


 도시의 생활에서 느낄 수 없는 자연 그대로의 생황은 불편함도 있었지만, 그 불편함마저도 극복해 내는 장점이 많았기에 가끔 이때를 그리워하기도 한다. 특히 도끼, 함마 등을 늘 사용해야 했기에 나의 노동력과 도구를 사용할 줄 아는 것은 항상 큰 도움이 되었다. 그리고 없으면 만들면 되었기에 굳이 좋은 도구가 필요하지 않았고, 고장 나면 고치면 되었기에 도구에 대한 불편함은 없었다.


 그리고 겨울을 제외하고는 항상 푸른 숲을 보았기에 이때 시력이 너무 좋았는데 항상 2.0 이상은 나왔던 것으로 기억한다. 지금도 눈이 침침할 때면 숲 속을 바라보며 30분 정도 산책을 하면 눈이 맑아짐을 느낄 때가 있는데, 이것도 군 복무 중에 배운 자연 속의 지혜이다. 그리고 이때 알게 된 나무와 식물 이름도 아직도 기억하고 등산을 할 때면 아이에게 알려 주기도 한다.


 시간이 날 때마다 아이와 함께 산이나 들로 나가 자연 속에서 노는 법을 알려주는 이유는 자연 속에는 키즈 카페보다 더 신나고 재미있는 일이 가득하다는 것을 느끼게 하고 싶어서이다. 키즈 카페에서는 절대 느낄 수 없는 것들이, 자연 속에 넘쳐난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아이는 더 건강한 놀이와 생활의 지혜를 자연에서 살아감으로 체감하게 될 것이다.


 아이와 함께 곤충을 잡으며 자연 속 신비로운 생명체를 직접 보고 만지는 것은 자연을 아끼고 보호해야만 가능하다는 것을 별다른 교육 없이 자연스럽게 알게 한다. 특히 곤충이 살 수 없는 환경 속에서는 인간도 살 수 없음을 알게 하며 아이가 살아갈 미래를 위해서도 자연을 보호하고 지켜야 하는 이유를 아이 스스로 자연 속에서 알게 될 것이다.


 인간은 자연이 주는 선물의 중요성을 절대 잊으면 안 된다. 거저 얻어지는 것이 아닌 자연을 지키고 보호함으로 주어지는 것들에 대한 소중함과 자연이 사라지면 누리지 못할 것들에 대한 가치를 지키며, 자연 속의 인간이자 언제나 인간을 감싸고 있는 자연이라는 것을 항상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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