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태도가 만들어주는 시간의 밀도
어제 퇴근 후 저녁을 먹고 있는데 아내가 뜬금없이 나의 MBTI에 대해 물었다. 교육담당을 했을 때부터 몇 번의 정식 검사를 받았는데 처음과는 다른 결과가 나오기도 했지만 최근에 한 검사에서도 거의 비슷하게 나왔다. 내 MBTI는 ‘INTJ’로 내향, 직관, 사고, 판단을 선호하는 성향을 가졌다.
아내와는 뒤에 두 개가 극명하게 다른데 아내는 검사를 받아 보지는 않았지만 내가 보기에는 FP의 성향을 가지고 있다. 특히 여행에 가면 아내의 성향이 뚜렷하게 나타나는데 나는 하루의 이동 동선이 있는 것을 선호하고 아내는 마음에 끌리는 대로 가는 것을 좋아해서 처음에 여행을 좋아하지 않았던 나는 아내와 같이 여행 가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하지만 부부의 연을 맺고 같이 살다 보면 별일 아닌 것에 대해서는 아내의 취향을 존중하고 아내의 취향대로 한다. 나의 마지노 선인 오늘 묵어야 할 숙소만이라도 결제하고 알려달라고 부탁해서 그것만은 아내도 내키지는 않지만 수용해 줬다. 그리고 서로 방문하고 싶은 곳이 다르면 대부분 아내가 가지고 하는 곳을 가는 것이 순조로운 여행을 하게 만드는 비결이다.
이런 나의 성향은 유전적으로 내재된 것이자 나의 성장 환경과 성장 스토리에 의해 4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축척되어 온 나의 모습이다. 그리고 선천적으로 가지고 태어난 나의 재능을 사용하며 남들과 다른 능력을 가지고 있다. 무엇인가를 특출 나게 잘한다는 것은 분명 재능이지만, 그것을 알지 못하고 재능을 썩히는 사람도 있고 평생 그것을 인지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나는 선천적으로 기억력과 암기력이 좋다. 부모님께서 좋은 유전자를 물려주셨고 유년기부터 책을 자주 읽어 주셨기 때문에 좋은 재능을 내 것으로 만들 수 있었다. 하지만 좋은 머리만 믿고 게으르게 행동한 탓에 내가 원했던 결과를 얻지 못했지만, 이제라도 내가 가진 것을 알고 활용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가진 것을 매일 꾸준히 할 수 있는 것은 살아가는 태도에 달려 있다. 지금까지 기억력과 암기력만 믿고 기록하는 습관과 다시 복습하는 태도를 가지지 않았다면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기억력이 떨어지는 것에 대한 대응을 하지 못하고 방금 봤던 것도 뒤돌아서면 잊어버리는 일이 비일비재했을 것이다. 기억하고 싶은 것은 반드시 메모하거나 기록하고 그마저도 할 수 없으면 사진을 찍어서 나중에 꼭 확인을 한다.
이런 삶의 태도는 나를 글쓰기의 세계로 인도하여 주었고, 매일의 글쓰기와 양의 글쓰기를 통해 생산자와 도전자의 삶을 살고 있다. 아직 일 년밖에 안 되는 시간이었지만 수많은 변화가 일어났고, 그 변화 가운데 어제와 다른 나의 모습을 스스로 느낄 수 있는 이유는 이런 태도가 시간의 밀도를 꽉 찰 정도로 채우고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지는 하루 86,400초의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인생은 달라진다. 그냥 시간을 흘려보내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기록하고 삶의 흔적을 남기는 데 사용한다면 비록 실패하고 원하는 것을 당장 얻지 못한다 할지라도 시간의 밀도는 안에서부터 꽉 찬 내실을 만들어주는 내적 성장을 이룩할 것이다.
내가 가진 것은 나의 고유성이자 독창성이다. 이 세상 그 누구도 할 수 없는 일을 나만이 할 수 있다면 나는 the best가 아닌 the only로 나의 재능과 능력을 세상이 알게 할 것이다. The only가 되기 위해서는 매일의 꾸준함과 끈기로 가득한 하루 86,400초의 축척이 반드시 필요하다. 서양 문화의 근간이 된 로마가 하루아침에 지어지지 않았듯이 나의 인생도 절대 하루아침에 완성될 수 없다.
나에게 허락된 시간이 다 할 때까지 매일 86,400초에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삶의 태도를 가질 때 설령 보잘것없어 보이는 나의 재능과 능력도 결국에는 the only가 되어 빛을 발하게 됨을 믿는다. 태도가 전부이며, 태도가 경쟁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