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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아 Jan 16. 2024

이 많은 짐은 다 어디서 왔을까

만족이 아닌 자유를 위하여

세상에서 2등이라는 소리를 들으면 서러울 정도로 맥시멀리스트로 살아왔던 나에게 택배가 오는 일이 부쩍 줄었다. 한때 앞 집에 사시는 아줌마와 경쟁하듯이 택배를 받았던 나로서는 어색할 수 있는 일이지만, VVIP 등급의 쇼핑몰 앱을 삭제한 것은 더 이상 택배 상자에 파묻혀 살 수는 없었기에 내린 특단의 조치였다.


 그래도 필요한 것이 있으면 가끔 온라인 주문을 하기도 하지만 정말 필요에 의해서 구매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나의 맥시멀리스트 삶을 지탱한 거대한 기둥은 바로 똑같은 물건은 두 개씩 소유하는 태도였다. 이런 태도를 가지게 된 이유는 중학교 때 구매한 NBA 농구 선수인 로빈슨이 신었던 농구화 때문이다.


 지금은 단종되고 없지만 그때 당시 농구에 빠져있던 나에게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최고의 아이템이었다. 용돈을 모으고 또 모아 십만 원이 넘는 거금을 투자해 구매한 농구화가 단종된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이미 신고 있는 모델을 두 개 더 구매해서 요즘 말로 쟁여 놓고 신었다.


 몇 번의 이사로 어디 갔는지도 모를 농구화는 내 수중에도 없고 더 이상 내 소유도 아닌 채로 아쉬움만 가득 더해주는 존재이다. 이처럼 내가 가지고 있는 물건의 대부분은 영원한 존재가 아닌 언젠가는 사라져 버릴 것들이다. 나는 맥시멀리스트로 살면서 영원하지 않은 것들을 소유하려고 발버둥 치고 있었던 것이다.


 지금 살고 있는 집으로 이사하면서 아내와 약속한 것이 있다. 더 이상 물건을 늘리지 않기로 했기에 과감하게 쇼핑몰 앱을 삭제했고, 마음속에서 항상 꿈틀거리는 소유의 욕망과 지름신의 유혹에서 자유롭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아내가 가장 경계하는 말 중 하나인 “구경만 할게"라는 대표적인 견물생심의 자세이기에 무의미한 쇼핑도 하지 않으려고 한다.


 수도 없이 미니멀리스트의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하지만 이미 나의 공간을 넘어 우리 가족이 살고 있는 공간을 침범해 있는 물건을 버리는 것은 더 이상 쉬운 일이 아니다. 과감한 결단도 정리하는 순간 물건이 주는 추억 팔이에 마음이 약해지기 일쑤이다. 하지만 이런 추억은 진짜가 아닌 가짜이기에 더 이상 추억 팔이에 흔들리면 안 된다.


 나도 큰 집을 사서 그곳을 온갖 물건으로 채우고 싶다는 상상을 한 적이 있다. 특히 내 서재를 수많은 책으로 책으로 채우고 싶다는 헛된 욕망 속에서 책을 수집한 적이 있지만, 지금은 헛된 욕망 속에서 빠져나와 매일 쉽지 않은 미니멀리스트로서의 도전을 계속하고 있다. 하루아침에 미니멀리스트가 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느꼈기에 과감한 결단보다는 물건의 필요에 집중하기로 했다.


 지난 일 년 동안 내가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물건은 내게 필요 없는 물건이다. 지금껏 나는 필요도 없는, 사용하지도 않는 물건을 소유해서 그들에게 나의 값진 공간을 내어주고 세입자가 되어 살아왔다. 이제 더 이상 물건의 노예이자 세입자가 아닌 주인이자 동시에 집주인이 되어 나의 진정한 소유를 주장할 것이다.


 내가 소유한 가장 값진 가치는 자유(Free Will)이다. 이 자유는 나를 꿈꾸게 하고, 꿈꾼 것을 현실로 만들기 위한 행동을 하게 만드는 원동력이다. 지금까지 필요 없는 물건은 나의 가장 중요한 가치인 자유를 억압하고, 나를 구속시켰다. 이제 물건과의 작별을 고하고 자유를 쟁취할 것이다. 쉽지는 않겠지만 하루에 하나씩 필요 없는 물건을 처분하면서 조금씩 자유의 가치를 회복하려고 한다. 멀지 않은 미래에 온전한 자유를 느끼는 자유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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