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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아 Jan 18. 2024

푸바오, 매일매일 행복해

만남의 축복 속에서 나오는 행복

 국내 최초 자연번식에 성공해 세간의 이목을 받으며 성장한 행복을 주는 보물, 푸바오는 만 세 살이 넘어 버린 어른이 되었다. 중국과의 협약에 의해 이제 곧 고향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송환 전 푸바오를 보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판다 월드에 방문한다.


 동물을 좋아하는 아이와 나는 푸바오를 보러 가기 위해 한 달 전부터 계획을 세웠지만, 아이와 나의 일정 상 도저히 평일에 시간을 내기 어려웠다. 당일치기까지 고려했는데 왕복 8시간을 들여갔지만 혹시라도 푸바오를 보지 못한다면 아이가 실망할까 봐 더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고민 끝에 아이에서 상황을 설명해 주면서 푸바오를 보러 가지 않기로 했다. 이런 아이와의 대화를 옆에서 들은 아내가 어제저녁 내 침대 위에 <푸바오, 매일매일 행복해>라는 책을 대출해 주었다. 내가 먼저 요청한 것은 아니지만 지난 몇 달 동안 푸바오, 푸바오하며 아이와 노래를 불렀으니 아내의 귀에 딱지가 앉았을 것이다.


 귀여운 외모의 푸바오, 자이언트 판다로 외모와는 달리 곰과 동물이다. 중국 쓰촨성 일대에 서식하는 자이언트 판다는 대나무를 주식으로 하지만 맹수의 신체 구조와 장기를 가지고 있는 독특한 생명체이다. 귀여운 외모에 맹수의 신체라는 역설적인 존재는 고향으로 돌아가야만 한다는 소식에 더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다.


 자이언트 판다는 가임기가 일 년 중 단 삼일밖에 되지 않아 자연번식은 물론 인공번식마저도 쉽지 않다. 더욱이 예민한 자이언트 판다이기에 평소 믿고 따르던 사육사들에게도 날카롭게 반응하기에 푸바오를 임신하고 태어났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놀라운 일이다. 이런 기적의 배경에는 사육사와 수의사들의 소변과 호르몬의 추적 관찰이라는 오랜 노력 끝에 일궈낸 비결이다.


 만약 푸바오가 한국이 아닌 다른 곳에서 태어나 강바오와 송바오를 만나지 못했다면 지금과 같은 사랑을 받을 수 있었을까?? 푸바오도 두 분의 사육사님도 만남의 축복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비록 서로 말이 달라 대화를 할 수 없지만, 눈빛만 보아도 서로의 생각과 감정을 아는 그들의 라포(Rapport)는 피보다 진하고, 다이아몬드보다 단단했다.


 어쩌면 푸바오가 태어난 순간부터 이별을 알고 있었을지도 모를 두 분의 사육사님은 변함없이 푸바오를 사랑하고 헌신한다. 이런 사랑과 헌신 덕분에 건강하게 자란 푸바오는 곧 아이바오처럼 엄마가 될 것이다. 아이비오가 극진히 자신을 돌봤던 것처럼 푸바오도 세상에서 가장 자애로운 자이언트 판다가 될 것이라 믿는다.


 왜냐하면 사랑을 받아 본 존재만이 사랑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들의 만남 속에는 종을 초월한

애틋한 사랑이 녹아 있고, 이 만남이 주변까지 행복하게 만들어 주는 강력한 힘이 있다. 이것이 참된 만남의 힘이자, 앞으로 내가 추구해야 할 만남이다. 만남의 축복이 있는 사람이 되어 주변을 행복하게 만들 수 있는 존재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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