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 속 떠오른 생각
주말 아침에는 평소와는 달리 주방 아일랜드 식탁에서 글쓰기를 하는데, 아이도 내 옆에 와서 자신만의 할 일을 한다. 내가 책을 읽으면 아이도 책을 읽고, 내가 글을 쓰면 아직 글쓰기를 하기에 아직 어린 아이는 그림을 그린다. 집중해야지만 할 수 있는 글쓰기이지만 다소 정신없어 보이는 아이의 질문에 선별적인 대답을 하면서 글 쓰는 시간은 정말 행복하다.
글쓰기를 해서 행복하기도 하지만 아이와 함께 무엇을 하는 시간 자체만으로도 행복감을 느낀다. 지금은 바뀌었지만 한때 아이의 꿈은 화가였을 정도로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하고, 말을 잘하지 못한 시절에는 자신의 생각이나 감정을 그림으로 표현해서 나를 깜짝 놀라게 할 정도로 아이는 그림으로 나와 소통하고 세상과 대화한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위스키 성지 여행>을 읽고 글쓰기를 하는 동안 아이는 내 옆에서 만들기를 하다, 그림을 그렸다. 아이와 함께 하는 글쓰기는 평소보다 시간이 오래 걸리고 중간에 끊어지기도 하지만 아이에게 글 쓰는 과정을 보여줄 수 있어서 집중의 글쓰기가 되지 않아도 좋다. 부모로서 욕심을 버리는 연습을 하고 있지만, 글쓰기만큼은 아이도 글쓰기만큼은 하기를 바란다.
글쓰기만큼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 것이다.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글로 표출하면서 머릿속과 마음이 비워가는 느낌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희열과 상쾌함을 준다. 그리고 비워야 채울 수 있다는 진리를 알게 하며 행동으로 옮기게 하는 마법을 불러온다. 손에 쥐고 있는 것을 놓아야지만 더 큰 것을 잡을 수 있는데 어리석게 손에 쥔 것을 놓지 않으려는 무지는 지금까지 나의 성장을 더디게 만들었다.
성장이라는 것이 하루아침에 눈에 띄게 보이는 것이 아니기에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하는 것이지만 변화의 속도를 가늠하기 어려운 세상에 살면서, 한국인 특유의 빨리빨리 문화 속에서 성장도 빠른 시일 내 해야 하는 강박감을 느낀다. 하지만 이런 강박감을 가진다고 해서 빠른 속도의 성장이 일어나지만 않는다. 오히려 마음속 부담감이 가중되어 성장을 둔화시킬 뿐이다.
아이가 가진 그리는 재능을 보면서, 아이 속에 감춰진 다른 재능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다. 나도 아이도 전혀 알지 못하는 아이만의 재능이 무엇일지 생각해 보면서 부모로서 아이의 숨겨진 재능을 찾을 수 있도록 어떤 도움을 주어야 할지도 고민해 본다. 내가 견지하고 있는 육아에 대한 가치관은 “기다리며 말없이 지켜보는 것”이다.
내가 조급을 낸다고 해서 바뀌는 것이 없다는 것을 알기에 재촉할 필요도 강요할 명분도 없다고 느낀다. 아이의 인생은 내 것이 아닌 아이의 인생이기에 아무리 부모라도 아이의 인생을 결정하거나 지나친 관여는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아직은 어려서 아이가 결정하기 어려운 일들은 선택지를 좁혀 주지만 앞으로는 아이가 자신 인생의 모든 일을 스스로 결정해야만 한다.
나는 아이가 최상의 결정보다는 최선의 결정을 할 수 있도록 넓은 세상을 보고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는 경험을 통해 편협한 생각의 틀을 가지지 않고 유연한 생각의 틀을 가진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내 욕심일 수도 있겠지만 아이가 글쓰기의 묘미를 느껴 매일의 글쓰기를 한다면 나의 바람대로 유연한 생각의 소유자가 될 것이다.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은 행복을 선물하지만 내 유년기의 모습과 만나는 회상의 시간이자 나의 내면을 볼 수 있는 사유의 시간이기도 하다. 내가 투영된 아이의 행동은 내가 하는 말과 행동의 기준으로 결정된다는 것을 느끼기에 더욱 조심한다. 그리고 “아이는 부모의 뒤를 보고 자란다"라는 말의 진리를 현실로 만들기 위해 아이에게 모범이 되는 행동을 하는 사람이 될 것이다.
#글루틴
#팀라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