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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아 Jan 31. 2024

벨트가 살아났다

고쳐 쓰는 즐거움

 벨트가 끊어진 후 며칠 벨트 없이 다녔더니 허벅지가 평균보다 두꺼운 체형 덕분에 허벅지 사이즈를 맞추기 위해 허리를 크게 입기 때문에 바지가 볏겨 질까 봐 조마조마했다. 이 불안감보다 더 강하게 들었던 감정은 15년 이상을 함께한 벨트와 함께 하지 못하는 아쉬움이다. 벨트가 끊어진 날 오전에 잠시 고민을 하고 가죽 공예용 도구를 바로 주문해서 고쳐 쓰기로 마음먹었다.


https://brunch.co.kr/@ilikebook/511


오늘 퇴근 후 집에 오니 주문한 도구가 도착했다. 이탈리아 장인의 손으로 만든 명품의 완벽한 모습으로 돌아와 주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기에 끊어진 부분과 접착이 떨어진 부분만 수선하면 2년 정도는 더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직접 고치기로 결정했다. 물론 가죽 수선 전문점에 맡기면 더욱 완벽하게 고쳐주겠지만 비용을 떠나 너무 낧은 상태라 오히려 손이 많이 갈 수 있을 것 같아서 이공계의 재능을 발휘해 보기로 했다.

 내가 주문한 재료는 브라운 색상의 소가죽, 가죽용 수성 접착제, 가죽용 실인데 바느질은 다른 벨트 수선에 사용할 재료라 오늘은 소가죽과 접착제만 사용했다. 수선 작업의 핵심은 벨트를 해체한 후 끊어진 가죽 부위를 다시 만들어 조립하는 것이다. 먼저 끊어진 가죽과 동일한 크기로 가죽에 밑그림을 그리고 오려낸 후 칼끝으로 벨트 코가 들어갈 부분과 나사를 넣을 수 있는 구멍을 만들었다.

 새로 구매한 가죽이 재질과 톤이 달랐지만 밑재료를 만들어 놓으니 그럴싸했다. 새 가죽은 야구 글러브에 사용되는 소재라서 기존의 연결 부위에 있던 가죽보다 더 튼튼할 것 같았다. 수성 접착제를 연결 부위와 벌어진 부위에 잘 바르고 집게를 이용해 꽉 눌러 놓았다. 아직 착용하지는 않았지만 예전처럼 허리춤이 큰 바지를 입어도 바지가 벗겨질 것과 같은 불안을 막아줄 수 있을 것이다. 내 욕심으로는 5년만 더 사용해서 20년을 꽉 채운 후에 벨트와의 이별을 하고 싶다.


 일상의  불편함 때문에 평소보다 조금 더 서두른 것도 있지만 요즘은 생각했다면 바로 행동으로 옮기는 연습을 하고 있어서 끊어진 벨트를 다시 살아나게 만들 수 있었다. 생각하고 고민만 한다면 변화는 절대 나타나지 않는다. 생각했다면 즉시 행동해야 변화의 기쁨을 누릴 수 있다. 불편함을 감수해서라도 벨트와의 인연을 이어가고 싶은 욕심에 어설픈 가죽 수선 작업을 했지만 접착제가 완벽히 마른 내일 아침 나의 허리를 단단히 지켜주는 벨트의 모습을 다시 볼 수 있을 것이다.


#에세이

#글루틴

#팀라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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