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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아 Feb 16. 2024

겨울과 봄의 경계에서

작가의 체력을 만들기 위한 노력

 어제 한낮 기온이 15도가 될 정도로 날이 따뜻하고 좋았다. 봄의 기운을 기다렸던 사람처럼 외투를 벗고 가벼운 옷차림으로 거리를 활보하고 다녀도 겨울의 기운을 느낄 수는 없었다. 날도 풀렸으니 무라카미 하루키처럼 러너의 루틴을 다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옥탑에 방치되어 있던 러닝화를 찾아 현관 앞에 두고 새벽 러닝을 위한 기대감에 부풀어 있었다.

 사실 나는 무릎이 좋지 않아 뛰는 것을 조심스러워하기에 실내 자전거를 주로 타는데 어제의 날씨를 러닝의 욕망을 일깨울 정도로 너무 좋았기에 오늘 새벽 평소보다 더 일찍 일어나 매일의 루틴을 수행하고 러닝을 하였다. 집 근처 하천 산책로를 따라 가볍게 뛰면서 오랜만에 느끼는 빠른 심장 박동과 함께 거친 숨소리가 나왔다. 어제 느꼈던 따스한 봄기운과 달리 새벽 공기는 겨울의 냉정함이 녹아 있었다.


 새벽의 차가운 공기는 봄이 오는 소리에 동면에서 깬 곰이 아직 봄이 오지 않았음을 느끼는 것처럼 겨울의 기운이 남아 있었다. 하지만 빠른 심장 박동이 온몸으로 온기를 전달하면서 내 안에는 겨울의 냉기를 이겨낼 수 있는 온기로 채워지고 있었다. 겨우내 단 한 번도 하지 못했던 새벽 러닝을 하면서 코를 통해 폐 깊숙한 곳으로 들어오는 새벽 공기는 일어난 지 4시간이 지났지만 잠이 떨 깬 머릿속에 냉수마찰과 같이 상쾌함을 주었다.


 아직 무라카미 하루키처럼 마라톤 풀코스를 달릴 수는 없지만 나의 보폭에 맞춰서 뛰는 새벽 산책길은 흡사 미래가 보장되지 않은 내 모습과 닮아 있었다. 하지만 내가 가는 길을 비춰주는 곳곳에 설치된 조명처럼 오늘 나의 루틴과 매일의 글쓰기는 꿈을 향한 과정의 이정표이자 디딤돌이다.


 어두운 바다 위를 항해하는 선원들에게 밤하늘의 북극성을 찾아 나아가듯이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은 내 미래로 가는 길 위에 매일의 흔적은 북극성과 같은 존재이다. 한 치 앞도 모르는 인생살이, 내 발걸음을 비춰주는 존재가 있다는 것은 엄청난 축복임을 느낀다.


 고작 30분의 달리기에도 가쁜 숨을 쉬는 내 체력에 대한 아쉬움과 무라카미 하루키의 체력에 대한 동경이 교차하며 매일의 달리기는 글쓰기를 위한 작가의 체력을 만드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내 심장이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주는 러닝은 글쓰기를 향한 뜨거운 열정이 배어 있는 정열적인 심장 박동과도 같다.


 때론 힘들 때 걸어가더라도 멈추지만 않는다면 시간은 조금 더 걸릴지언정 결국에는 목표에 다다르게 될 것이다. 어떤 상황이 오더라도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는 의지만 있다면 결국 목표를 성취할 것이라는 믿음으로 살아야 한다.  


 단 한 번의 러닝으로 바뀌는 것은 아무것도 없지만 매일의 러닝을 하며 축척의 힘을 발휘한다면 내가 기대하는 것 이상의 체력은 물론 건강한 신체를 가지는 기회가 될 것이다. 기회는 왔을 때 절대 놓치면 안 되기에, 내일도 새벽 러닝을 기대하며 새로운 날을 꿈꾼다.


#에세이

#러닝

#글루틴

#팀라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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