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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아 Apr 10. 2024

에세이 만드는 법

내가 에세이를 쓰는 이유

 올해 목표 중 하나가 에세이 쓰는 연습을 하는 것인데, 말처럼 쉽게 쓰이지도 않고 일상의 발견과 깨달음을 글로 표현한다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알기에 그 부담감 때문인지 몰라도 생각만큼 에세이 연습이 잘 되고 있지 않다. 글을 쓸 때 글감이 없다는 것보다는 부담감으로 글 쓰는 것이 안 된다는 것이 더 힘들기에 부담감을 극복하고 무엇이라도 쓰는 것이 중요하다. 심지어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할지라도 일단 써야만 글이 된다.


 에세이는 수필로도 불러지는데 일정한 형식에 따르지 않고 느낌이나 체험을 생각하는 대로 자유롭게 표현한 글이다. 이런 특징 때문에 ‘잡문’으로 불린 적도 있는데 이런 표현이 에세이 작가나 편집자들의 거센 저항을 불러일으키기도 했지만, 오히려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무엇이든 표현할 수 있고, 어떤 작품이라도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에세이의 장점을 부각한 말이라고 생각한다.



 형식의 자유로움으로 무엇이든 어떤 것이든 자유롭게 쓰면서 나온 에세이는 그 안에 진심과 경험이 담겨 있다. 아무리 자유로운 형식이라 할지라도 거짓된 사실을 쓸 수는 없다. 에세이는 작가가 직접적 경험한 사실과 생각, 느낌이 작가의 신념과 관점이라는 필터를 거쳐 외부로 나온 생산물이다. 이 생산물이 곧 작가의 신념이자 관점으로 작가가 가지고 있는 정체성의 또 다른 모습이다.


 에세이는 쉽게 읽히지만 쉽게 공감할 수 있는 글은 아니다. 작가의 생각과 느낌이 나의 생각과 느낌도 동일시될 때 진정한 공감과 생각의 연합이 나타난다. 정보 전달의 성격보다는 일상 속 사건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한 글이기 때문에 그 생각에 동조할 수 없는 사람은 거부감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에세이는 설득의 글이 아니라, 나는 이렇게 보았다는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는 글이다.


 자유로운 형식이 에세이의 토대인 것처럼 자유롭게 자신의 생각을 전달할 수 있는 것도 에세이만의 장점이다. 물론 출간 과정에서 작가의 생각과 느낌이 편집자의 손길에 일부 수정될 수도 있겠지만 정답이 아닌 명확한 근거에 의해 편집되어야 독자에게 작가의 생각이 잘 전달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아무리 좋은 글이라도 독자가 읽어야만 하고, 좋은 책이라도 책이 팔려야 한다는 전제 조건에서 기인한다.



 결국 독자에게 전달되는 글을 만드는 것이 작가와 편집자 협업의 결과물이어야 한다. 이는 작가의 자유로운 생각이 혹여 일부 독자에게 거부감이 들게 하는 불상사를 막기 위해 편집자의 날카로운 필터가 필요한 것이다.  작가의 표현이 아무리 좋아도 독자에게 전달되기 어렵다면 편집자의 손을 통해 독자에게 전달되기 좋은 표현으로 거듭나는 것이 좋은 이유는 읽히지 않는 글은 아무 소용없기 때문이다.


 작가에게는 표현의 자유가 있듯이, 편집자에게는 잘 팔리게 만들어야 할 책임이 있고, 독자는 내가 원하는 책을 선택한 권리가 있다. 작가, 편집자, 독자는 서로가 원하는 것을 하며 서로의 책임과 자유를 누려야 하는 관계이기에 각자의 역할이 중요하다. 더 이상 독자는 소극적인 수용체가 아니라 작가에게 맹렬한 비판을 가할 수 있는 독자의 생각을 표현하는 적극성이 있어야 한다.


 에세이가 가진 자율성이 표현의 경계를 넘고 규정을 파괴하는 하나의 신선한 바람이 되어 독자의 마음에 도달한다면 진정 무엇이든 될 수 있고,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전달한 것이다. 이렇게 에세이는 독자의 마음속 상상의 나래를 통해 작가와 편집자, 그리고 독자의 연합을 결성하고 새로운 생각과 느낌을 만들어가는 진정한 자유의 흔적을 만든다. 그래서 나는 에세이를 쓸 수밖에 없다.


에세이 만드는 법 / 이연실 / 유유 / 2021


#몹글

#몹시쓸모있는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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