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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아 Apr 09. 2024

봄맞이 이사

성장의 조건

요즘 날씨는 참 변덕스러움이 한도 초과한 것 같은데, 어느 날은 영상 20도의 기온을 보이다 또 어떤 날은 어깨를 움츠리게 할 정도로 쌀쌀한 기운이 감돌기도 한다. 봄의 정령은 어디로 간 것일까? 이미 겨우내 잠들었던 꽃들이 기지개를 켜서 꽃잎이 만발한데 겨울의 미련을 느끼는 것이 참 신기할 정도이다.


 3월 홋카이도 여행 때 서릿발이 날릴 정도로 내리는 눈을 봐서 그런지 이상한 날씨가 어느 정도 이해되기도 하지만 완연한 봄의 날씨가 아님은 분명하다. 이런 날씨가 삼한사온의 패턴일까 생각해 보기도 했지만 삼한 사온은 겨울철 동북아시아 지역에서 나타나는 현상이기에 지금 적용할 수는 없다.


 따스함이 넘치는 봄의 날씨를 기대한 나에게 이렇게 변덕스러운 날씨 변화는 겨울옷을 정리하지 못하게 하고 옷장 깊은 곳에 넣어둔 여름옷을 꺼내지 못하게 한다. 그리고 추운 날씨 때문에 하지 못했던 일을 해야 하는데 언제 해야 하나 날씨 정보만 보게 한다.


 따뜻한 봄이 오면 하려고 준비했던 일은 바로 이사이다. 우리 집이 또 이사 가는 것은 아니고 애지중지하는 파인애플 화분 갈이이다. 집 근처 과일가게에서 파인애플을 사서 크라운을 잘라 화분에 심었는데 다행히 뿌리를 내리고 잘 자라서 새 잎을 내고 활짝 웃는 모양으로 만개하고 있는 모양새는 혹여 파인애플을 수확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가지게 할 정도이다.


 거제도의 한 카페에서 보았던 파인애플의 화분처럼 우리 집 파인애플 화분에서도 작은 파인애플이 나왔으면 한다. 하지만 지금처럼 작은 화분에서는 깊게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추운 날씨 때문에 성장을 멈추고 생존을 위해 모든 에너지를 집중하고 있었기 때문에 새로운 파인애플이 나오지는 못할 것이다.


 비단잉어의 한 종류인 코이 물고기처럼 사는 곳에 따라 크기가 달라질 것이다. 코이 물고기는 보통 어항에서는 5~8cm 정도 자라지만 강에서는 최대 120cm까지 자랄 정도로 어디에 사느냐가 코이 물고기의 크기를 결정한다. 환경의 중요성을 알게 해주는 코이 물고기의 이야기는 파인애플 화분 갈이의 정당성을 부여한다.

 지금보다 5배는 더 큰 화분으로 옮기면서 파인애플이 더 크게 자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한 편으로는 꼭 살아남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더 강하게 들었다. 아직 완전한 봄이 오지 않았기에 변덕스러운 날씨 속에서 뜨거운 햇빛이 가득한 적도가 고향인 파인애플이 혹여 동사하지는 않을까 하는 염려 때문이었다.


 오늘 아침에 살펴보니 내 염려와는 달리 잘 자라고 있는 것 같다. 파인애플을 집에서 키우기 위해 파인애플의 특징을 찾아서 공부하고 파인애플이 좋아하는 생존 방식을 존중해야만 칼처럼 뾰족한 잎을 내고 중앙의 꽃대에서 앙증맞은 아기 파인애플을 내어줄 것이다. 파인애플이 잘 자랄 수 있도록 매일의 관심과 격려가 생존을 물론, 열매를 맺는 기적을 선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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