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을 때 우리가 보는 것들
책 속의 의미를 찾는 과정
책을 읽는 것은 책 속에 적혀 있는 텍스트, 글자를 읽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는데 사실 글자는 표면적으로 보이는 형상이지만 실제 책 속에는 작가의 생각과 경험, 그리고 주장이 녹아 있다. 작가는 독자가 이것을 눈치챌 수 없게 화려한 표현으로 감췄고, 따라서 독자는 작가의 의도를 파악하기 위해 치열한 투쟁을 해야 한다.
올리버 색스는 <환작>이란 책을 통해 “사람은 눈으로 보지 않고 마음으로 본다”라고 말한 것은 이런 책의 특징을 대변한다. 물론 글자를 읽는 것도 책을 읽는 것이 될 수 있겠지만 그 안에 담긴 무언가를 찾기 위한 노력을 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단순히 노력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숨은 의도를 찾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과정이 진정한 책 읽기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눈을 감고 마음으로 읽어야 한다고 말한다면 어떤 글자가 눈앞에 떠오르겠는가?? 일단 책을 읽기 위해서는 글자를 읽어야 한다는 것은 변함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무엇을 보느냐에 따라 책을 읽은 후 결과는 달라질 것이다. 글자만 읽었다면 글자만 남았을 것이고, 글자의 모습을 한 작가의 생각을 읽고, 그 생각에 동조하여 무엇인가를 상상했다면 상상 그 이상의 가치가 남았을 것이다.
이처럼 “책 읽기는 이처럼 두 눈을 감은 세계와 비슷하다”라고 표현하는 이유는 읽는 행위를 넘어 상상하며 책을 읽어야 하기 때문이다. 책 읽는 행위는 작가의 생각과 독자의 생각이 만나는 화합의 장이다. 서로 자신의 생각이 옳다고 주장하면서 상대를 설득하기 위한 토론의 장이자 융합의 공간이다. 따라서 보이는 것 너머의 것을 볼 수 있는 힘이 필요하며, 이것이 바로 상상력이다.
눈에 보이는 것만 볼 수 있는 사람은 절대 보지 못하는 영역은 상상력이 없다면 절대 볼 수 없다. 책을 읽을 때 글자를 넘어 그 이상의 것을 볼 수 있어야 작가의 생각을 읽을 수 있기에 상상력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래서 상상력은 “내면의 눈”과 같다고 할 수 있는데, 아름다운 꽃을 보면서 그 안에 사람들의 입을 달콤하게 만들어 줄 꿀을 상상하며 꿀을 맛보는 아이들의 웃음을 생각하는 것은 심미안의 힘이다.
아름다움을 아름다움 그 자체로 볼 수 있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에 의미를 부여하고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의미의 시대를 살고 있는 호모 사피엔스의 후손으로 생각하는 힘을 융합과 가치 창조의 힘으로 미래를 살아가야 한다. 이러한 융합과 가치 창조의 힘은 책에서 나오며, 책을 읽은 사람은 보이는 것 너머의 것을 볼 수 있는 힘이 자연스럽게 생길 것이다.
인간의 반응과 행동에는 의도가 숨겨져 있고 인간이 만든 책도 마찬가지이다. 글자 속 감춰진 의도를 파악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작가의 입장이 되어 왜 이렇게 표현했을지 상상해 보는 것이다. 말도 안 되는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책 속의 무한한 공간을 날아다며 어떤 생각이든 할 수 있다는 창의의 세계가 바로 책이다.
상상한 모든 것을 그림으로, 글로 표현하면서 새롭게 자신의 생각을 만들고, 그것을 통해 어떤 행동을 하게 된다면 이미 상상은 현실로 나타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책의 본질인 생각, 그리고 그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는 실천이 책의 가치를 만든다. 이런 가치를 만들기 위해서는 우선 책을 읽어야 하며, 이것이 책을 읽어야만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책 중에서 양서와 악서가 존재한다는 이분법적 사고관을 가질 것이 아니라, 나에게 맞는 책이 무엇인지 아는 분별력으로 책을 읽고 읽은 후 책 속의 내용을 삶에서 실천할 때 진정한 독서의 의미가 삶 속에서 나타날 것이다. 책은 글자 위가 아닌 행동하는 삶 속에서 진정한 가치가 있기에 오늘도 행동하는 사람이 될 것이다.
책을 읽을 때 우리가 보는 것들 / 피터 멘델선드 / 글항아리 / 20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