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함의 즐거움

먼저 비워야 채울 수 있다는 진리를 알아가는 과정

by 조아

나는 단순한 사람이다. 복잡한 것을 싫어하고 간단한 것을 좋아한다. 특히 돌려서 말하는 것에 대해 인내심이 많지 않았다. 성격상 직설적으로 말하다 보니 오해를 사는 경우가 많았는데 단순을 넘어 축약해서 말하다 보니 의미 전달이 잘되지 않거나, 상대방의 기분을 상하게 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리고 더 큰 문제는 단순함을 좋아한다고 하면서 물건에 있어서는 절대 단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예전의 나는 어떤 물건이 마음에 들면 무조건 2개를 구매했다. 1개는 지금 쓰고 나머지 1개는 품절이나 판매중지를 대비하여 보관하기 위해서이다. 세상이 발전하는 것만큼 우리 실생활에서 사용하는 상품들은 매일 그 기능이 향상되어 재출시되는데 왜 항상 2개를 샀는지 지금도 이해할 수 없다. 최근 가장 자제하고 있는 것이 전자제품인데 모든 전자제품의 충전단자 규격이 USB-C 타입으로 통일되면서 예전에 사용하던 micro-5 타입의 충전단자는 구시대의 유물이 되었다. 아직 남아 있는 내 물건의 상당 부분이 micro-5 타입의 충전단자를 쓰고 있기에 버리지도 못하고 있지만 실제로 내가 그 전자제품을 자주 사용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맘에 드는 전자제품을 보면 충전단자를 꼭 확인해서 그런지 충동적으로 구매하는 횟수가 상당히 감소하였다.

글쓰기를 하면서 책에 대한 소유욕을 내려놓았다. 책을 사지 않고, 도서관에서 빌려 봄으로써 대출 기간 동안 책을 읽다 보니 더 집중력 있게 읽을 수 있고, 글쓰기에 대한 간절함이 배가되어 오히려 나에게는 좋은 방법이 되었다. 이와 동시에 항상 최고 등급의 멤버십은 점점 아래 단계로 추락하여 지금은 처음 가입한 것과 동일한 등급이 되었지만 소유욕을 버리고 있음에 만족하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 멈추지는 않을 것이다. 생일 선물로 받는 책장에서는 전자책 뷰어만 진열하는 날까지 가지고 있는 책을 읽고 글쓰기를 한 후 정리하여 하나씩 줄이고 있다. 이렇게 글쓰기는 나의 공간을 정리하는 하나의 방법으로 내 인생에 작용하고 있다.

부끄럽지만 나의 목표는 미니멀리스트이다. 맥시멀리스트가 미니멀리스트가 되어 가는 과정을 기록하고 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버려야 함에도 버리지 못하게 만드는 아쉬운 마음은 비움을 방해하는 가장 큰 장애물이다. 그래서 항상 다짐하는 것이 ‘무엇을 남길 것인가?’와 ‘왜 남겨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다. 이 고민은 물건에 대한 다짐을 넘어 내가 사랑하는 글쓰기에 대한 다짐으로 전이되고 있어서 많은 것을 쓰고 싶고 잘 쓰고 싶은 생각으로 가득 찬 나의 글쓰기에 무엇을 남길지 매번 고민하고 또 고민한다. 잘 쓰려고 하는 노력보다는 쓰려고 하는 노력이 필요함에도 잘 쓰고자 하는 욕심은 내 머릿속을 떠나질 않는다.

글쓰기를 하면서 간결함과 담백함을 절대 잊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이유는 나의 글쓰기가 궁극적으로 추구해야 할 방향이기 때문이다. 아직도 버리지 못한 소유에 대한 집착은 어질러진 나의 공간을 정리하지 못하고 있다. 가장 좋은 답을 알고 있으면서도 실천하지 못하는 이유는 결단을 실천으로 옮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알면서도 하지 않는 나 자신을 바라보면서 회의감이 들곤 한다. 그냥 이렇게 살까 하는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절대 포기하지는 않고 올해 꼭 나의 공간을 정리할 것이다. 한 번에 정리할 수는 없기에 오늘 나의 서제에 종량제 봉투 30L 한 장 채우기를 도전한다. 물건에 대한 집착과 아쉬움이 맹렬히 저항하지 못하도록 그들을 기만하기 위해 조금씩 천천히 정리하자. 나는 간절히 미니멀리스트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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