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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아 May 08. 2024

홋카이도 가족여행 2일 차

온천의 성지 노보리베츠, 칼데라 호수를 품은 도야

 어제저녁을 먹고 숙소에 들어와 가족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소파베드에 잠깐 누었는데 사랑과 낭만의 도시, 오타루에서의 하룻밤이 지났다. 새벽의 오타루는 막 잠에서 깬듯한 아이의 수줍음처럼 자신의 모습을 감추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때마침 비가 내려 운무가 산을 가리고 있었다. 여행 중 비가 내리면 짜증이 날 법도 하지만 오히려 비 내리는 오타루의 모습을 보고 있으니, 눈 내리는 오타루의 모습만 보았던 나에게 신선함을 주는 것 같았다.


  새벽의 고요함과 여유로움을 느끼며 책을 읽고, 글쓰기를 서둘러 끝내니 아침에 일어나는 것을 힘들어하던 아이들이 새벽 6시가 조금 넘은 시간에 잠투정도 하지 않고 밝게 웃으며 일어났다. 아이들 입맛에 맞는 아침 식사를 찾아 숙소 근처 편의점과 어제 눈여겨보았던 모스 버거에 가서 요깃거리를 사 와, 든든하게 배를 채운 후 체크아웃 시간인 10시가 되기 전에 서둘로 숙소 밖으로 나왔다.  


 오늘의 목적지는 온천의 성지, 노보리베츠를 거쳐 아름다운 칼데라 호수가 있는 도야이다. 홋카이도의 화산 지형이 만든 천혜의 자연 요지로, 두 군데 모두 온천이 유명한 곳이며 도야호는 바다로 착각할 만큼 넓디넓은 크기를 자랑하는 호수이다. 심지어 도야 호수에는 갈매기도 쉽게 볼 수 있어서 호수라는 말을 듣기 전에는 바다로 착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1시간 50분 정도 되는 이동 거리라서 부담이 없지만 아이들 입장에서는 힘들 수도 있기에 최대한 빠르게 이동하면서도 안전하게 운전하기 위해  노력했다. 골든 위크가 끝난 평이 오전, 삿포로시 인근에서 교통사고로 인해 잠시 정체되기도 했지만 홋카이도의 도로는 대부분 한적했고 뻥 뚫린 도로는 상쾌함을 넘어 답답한 마음을 시원하게 만들어 주었다.

 노보리베츠는 홋카이도에서 가장 유명한 온천 도시로 온천의 수증기와 유황 냄새로 유명한 지옥 계곡은 온천의 성지임을 증명하는 듯 끊임없이 증기와 유황 냄새를 뿜어낸다. 늘 이곳에서 숙박을 했지만 단 한 번도 주차비를 내지 않았던 터라 단순 지옥계곡을 방문한 경우에는 주차비를 내야 한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다.


 여전히 유황 냄새가 진동하는 지옥계곡의 웅장함을 본 아이들은 입구에 서 있는 요니를 보고 깜짝 놀란 눈치였지만 내 뒤에 숨어 당당하게 걷는 모습이 귀엽기만 했다. 제일 어린 조카만 처남 등에 업혀 왔기에 처남이 가장 힘들어하기는 했지만 거대한 유황 계곡을 보는 신비로운 체험에 피로마저 잊은 듯 보였다.

 노보리베츠 지옥 계곡은 여러 개의 산책로가 있는데 아이들이 힘들까 봐 난이도가 가장 낮은 코스로 걸었는데, 아이들이 유황 연기가 신기했는지 겨우내 동안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통제했던 코스를 도전하고 싶어 했다. 나도 오유누마 호수는 처음 보는 것이라서 설렜고, 경사가 있는 숲길을 지나 유황이 부글거리는 오유누마 호수를 보는 신비로운 체험을 했다.

 

 아침에 먹은 모스 버거 외는 아무것도 먹지 못한 채 숲 속을 산책해서 더 허기진 식구들의 모습을 보며 아내는 폭풍 검색을 해서 노보리베쓰에서 가장 유명한 맛집을 찾았다. 허기를 달래기 위해 선택한 메뉴는 수프 커리로 홋카이도 사람의 영혼의 음식(Soul food)이자 추위에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주는 엄마가 만들어 주는 집밥이며 회복의 음식이다.

 나는 홋카이도에 올 때마다 늘 먹었기에 그 매력을 너무 잘 알고 있었고 수프 커리를 먹을 때마다 몸이 온기가 느껴지는 것을 느꼈다. 수프 커리가 메뉴에 없으면 카레 우동이나 카레 소바를 먹을 정도로 원래 카레를 좋아했지만 더 좋아하게 된 것도 홋카이도 여행 덕분이다. 돈키호테에서 카레 큐브를 잔뜩 사 왔던 것도 수프 커리의 매력에 빠졌기 때문으로 지금도 카레로 만든 음식을 정말 좋아한다.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아름다운 호수가 있는 도야로 향했다. 여행 중 만나는 비는 여행을 망친다는 기분을 줄 법도 하지만, 이번 홋카이도 여행 중 만난 비는 어린아이 때로 돌아가 흠뻑 비를 맞고 싶다는 욕망이 들 정도로 깨끗하고 순수해 보였다. 그래서 우산을 쓰지 않고 도야호를 주변을 산책하고 숙소에 있는 대욕장에서 온천욕을 즐기며 하루의 피로를 풀었다.

 도야호 주변에 있는 숙소는 서로 기금을 보아 투숙객을 위해 불꽃쇼를 하는데 저녁을 먹은 아이들에게 영원히 기억할 만한 경험을 하게 해 주었다. 비 내리는 악천후에도 약속을 지키기 위해 비를 맞아가며 불꽃쇼를 연출하는 행사 관계자의 장인 정신을 보면서 자신이 한 말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것을 다시금 느꼈다.


 도야호의 거대함과 불꽃쇼의 화려함이 뒤섞인 밤을 느끼며 침대에 눕자마자 깊은 잠에 빠졌고, 나에게 짐을 맡긴 아내는 문을 열지 못해 하염없기 기다리다 장모님 방에서 잠든 해프닝도 있었다. 신비로운 자연환경이 매력적인 홋카이도 여행의 매력에 빠져 아내는 연신 합격 판정을 내렸고, 그 덕분에 다시 홋카이도의 여행을 상상하며 더욱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1일 차


https://brunch.co.kr/@ilikebook/649


출국 편

https://brunch.co.kr/@ilikebook/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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