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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아 May 09. 2024

홋카이도 가족여행 3일 차,

청의 호수, 신비로운 푸른빛에 물들다

 도야호의 새벽 물안개의 웅장함을 느끼며 일어나, 호수 주변을 산책하고 서둘러 출발 준비를 하였다. 도야 온천의 매력에 빠진 아내는 아침 온천욕을 하러 갔고 그동안 나는 글쓰기를 마무리할 요량으로 온천욕을 포기하였다. 조금 더 부지런했다면 새벽 온천을 즐길 수도 있었지만 오늘의 장거리 운전을 고려한다면 잠을 더 자는 것이 더 좋겠다고 생각했다.


 오늘은 여행 중 가장 최장거리 이동으로 도야호를 출발해서 비에이를 거쳐 아사히카와까지 올라간다. 약 300km가 넘는 거리로 아이들의 한계까지 고려하면 중간에 최소 2번 정도는 쉬어줘야 하기에 운전하는데 부담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눈 덮인 홋카이도가 아닌 온 세상이 초록으로 빛나는 홋카이도를 볼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운전하는 중간중간 그 모습을 눈에 가득 담으려고 했다.


 호텔에서 조식을 간단하게 먹고 아내가 혼자 체크아웃을 하는 동안 나는 차에 짐을 싣고 있었는데 아내가 당황한 표정으로 달려오며 온천세(Spa tax)를 내야 한다며 어떡하냐고 말하길래 아내의 귀여운 행동과 표정에 웃으면서 온천세를 지불하였다. 이 호텔은 방 출입을 열쇠로 하는 아날로그 방식이라서 아직 디지털화가 안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셀프 체크인, 아웃 키오스키가 있어서 얼마 후에 방 출입도 카드식으로 교체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내륙의 바다와 같은 거대한 도야호를 둘러 가며, 그 크기가 궁금했던 처남이 보문호보다 30배 더 큰 것 같다며 직접 지도에서 크기를 재는 동안 도야호 인근에 있는 시코쓰호로 향했다. 두 개의 호수는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있어 가는 길에 산림으로 울창한 숲을 볼 수 있었고, 때마침 비가 내려 감춰둔 숲의 냄새가 자욱이 퍼져 나옴을 느낄 수 있었다. 등산의 백미 중 하나가 우천 등산이라는 말이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비 오는 날 숲의 매력을 직접 볼 수 있었다.

 도야호와 같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시코쓰호는 인근 생태계를 보호하며 방문객에서 알리려는 노력을 하는 곳임을 알 수 있었던 방문객 센터에서 한참 시간을 보내던 아이들을 보면서 자연 속에서도 이렇게 재미있게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제 아이와 함께 숲이나 강에서 직접 나무와 곤충들을 관찰하며 노는 것도 좋은 방법일 수 있을 것이다. 자연 속에서 자란 아이가 모두가 잘 사는 방법을 체득하고, 그 방법대로 미래를 만들어갈 것이란 기분 좋은 상상을 하며 센터 이곳저곳을 들러 보았다.


 사실 시코스호 방문 센터는 크지 않지만 무려 235년의 수령을 가지 나무의 나이테를 전시하며 생태계에 있어 나무의 중요성을 전달하고 있었다. 나무가 있어야 동식물이 살 수 있고 건강한 생태계가 구성될 수 있음을 단 하나의 전시물을 통해 알려 주고 있었고, 시코쓰 호수 인근 나무들을 아끼고 보호해야 함을 한마디 말도 하지 않고 강력하게 전달하는 모습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호수 주변을 산책하며 맑은 물의 근원이 나무에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며 어떻게 하면 나무를 보호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보았다.



 여행 중 내리는 비는 야속하다는 생각이 들 수 있지만 이번 여행 중 내리는 비는 참 순수하고 깨끗하다는 느낌이 끊이지 않았다. 우산도 쓰지 않고 다닌다는 아내의 타박에도 내리는 비를 맞으며, 때론 한 두 방울 마시기도 하면서 홋카이도 자연이 주는 선물을 최대한 누리려고 했다. 비에이 시내에 들러 오후 3시까지밖에 영업하는 ‘스즈란’이란 식당에 들어 일본 가정식 요리를 먹으며 장거리 이동의 허기를 달랬고, 매번 눈 덮인 청의 호수가 아닌 푸른빛이 가득한 모습을 보기 위해 이동했다.

 매번 홋카이도를 올 때마다 비에이 투어를 하려고 했지만 솔직히 하얀 눈으로 덮인 청의 호수는. 이름처럼 푸른빛이 아닌 온통 하얀색으로 가득했기에 한두 번 방문 후 매력을 느끼지 못했던 곳이다. 드디어 청의 호수 이름 그대로의 매력을 볼 수 있다는 기대감에 방문했는데 살짝 안개가 끼어 있어 사진으로 보았던 맑은 날 푸른빛이 충만한 청의 호수를 보지 못해 살짝 아쉽기도 했다. 하지만 청의 호수 실물을 보았다는 사실과 함께 인근에 있는 흰수염폭포도 안개가 끼지 전 웅장한 폭포 소리와 사진을 찍을 수 있음에 감사할 뿐이었다.


 우리가 흰수염폭포를 구경하고 차로 돌아가는 약 10분 정도의 시간 동안 이제 막 거대한 온천 폭포를 구경하기 위해 내리는 단체 관광객들이 폭포의 모습을 볼 수 없다는 생각아 감사함과 안타까움이 교차하는 순간이었다. 감사한 마음으로 눈 덮인 마일드 세븐 언덕이 아닌 초록빛으로 충만한 모습을 보기 위해 이동했고, 그동안 보았던 순백의 모습이 아닌 초록의 모습에 어디가 오야코 나무인지 어디가 세븐 스타 나무인지 알 수 없어 구글 맵이 알려주는 대로 찾아가 신기한 마음으로 연신 사진을 찍었다.




오늘의 대비를 장식할 홋카이도 현지의 양고기를 먹기 위해 아사히카와로 향했고, 가는 동안 아내는 이온 몰을 쇼핑하고 싶어 해서 처남 가족만 징기즈칸 고쵸메점에 내려주고 아사히카와 역 바로 옆에 있는 이온몰에서 아내와 아이가 쇼핑하는 동안 일본인들이 무엇을 먹고 어떤 것을 구매하는지 관찰하는 시간을 가졌다. 주로 편의점만 보다가 이런 대형마트에 와서 구경하는 것도 신기한 체험이기도 했지만 한국에서 볼 수 없는 시장바구니 하나만 들어가는 쇼핑 카트를 보며 원천적으로 대량 구매를 할 수 없는 일본 대형마트를 구경했다.


 쇼핑을 하며 간단하게 저녁을 먹고 팜 토미타 인근에 있는 숙소로 향했다. 비 내리는 저녁은 깊은 산속 길에 한 치 앞도 볼 수 없을 정도로 칠흑 같은 어둠이 내려서 더 긴장하며 운전하였는데, 저녁을 먹은 지 얼마 되지 않아 식곤증과 피로가 몰려와 옆에서 무슨 말을 해도 대답하기 싫을 정도로 예민해지기까지 했지만 아무런 사고 없이 빗속을 뚫고 숙도에 도착할 수 있었다. 나뿐만 아니라 가족 모두 장거리 이동의 피로에 지쳐서 예민해진 상황에서 모두가 안전하게 도착했다는 사실에 감사하며 주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시골의 에어비앤비에서 짐을 풀었다.


 내일이면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야 함을 아는 순간,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되었나 돌아보며 여행의 순간을 떠올려 본다. 아이의 보챔에 조금 더 온화하게 대할 수는 없었는지, 사진을 찍기보다는 눈에 더 담기 위해 노력할 수는 없었는지를 회상하며 비 내리는 어둠 속 우리가 묵고 있는 숙소만이 밤늦도록 빛나고 있었다. 그동안 호텔만 이용해서 항상 궁금했던 홋카이도 현지인의 집 이곳저곳을 관찰하며 장거리 운전을 하느라 고단했던 이날의 피로를 호기심을 채우며 풀었다. 그리고 지난 여행에 스쳐 지나가며 들었던 비에이에서는 해 떨어지면 집에 들어가야 한다는 말이 떠올라 사람은 해지면 집에 들어가야 하는 존재임이 확실하다고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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