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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아 May 15. 2024

어느 날 글쓰기가 쉬워졌다

일상을 노래하듯이 글을 쓴다면

 올해 초 신년 계획을 세우다 글쓰기의 세계로 들어온 지 3년 차임을 알게 되면서 왠지 모를 조바심이 났다. 이렇다 할 결과물이 없고 매일 반복되는 것은 아닌가라는 불안감이 글쓰기에 집중할 수 없게 만들 정도로 심각했다. 그래서 작년 말부터 글쓰기에 대한 진지한 고민의 시간을 가졌다. ‘지금처럼 이대로 하는 것이 맞는가, 글을 더 잘 쓰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닌가’라는 내면의 울림은 문예창작과에 진학하기 위해 입학 조건을 알아보고 입학지원서를 준비할 정도로 꽤 구체적으로 진행되었다.


 하지만 국어국문학 전공자인 아내와 이야기를 나누며 내가 생각하는 문예창작과의 이상과 현실은 다르며 지금처럼 꾸준히 글쓰기 연습을 하는 것을 권했다. 물론 매일의 글쓰기를 하고 있었지만 이대로는 부족함을 느꼈기에 보다 전문적인 글쓰기 과정을 배우고 싶었는데 아내는 일종의 욕심이라고 표현했다. 처음 글쓰기를 시작할 때 계획했던 10년의 과정 중 이제 3년 차에 접어들었을 뿐인데, 너무 과욕을 부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아내의 말을 듣는 중 문득 내 머릿속에는 이미 내가 알고 있던 글을 잘 쓰는 법이 스쳐 지나갔다. 글을 잘 쓰는 방법은 ‘잘’을 빼는 방법뿐이라는 문장이 뇌리에 다시 새겨지면서 어떻게 하면 ‘잘’을 뺄 수 있을지 매일의 고민을 한다. 지금 내가 하는 고민이 누군가에게는 정말 쓸데없는 고민일 수 있겠지만, 나에게는 정말 중요한 사안이자 글쓰기 인생을 좌우할 문제이다. 글쓰기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한 나에게 지금도 앞으로도 글쓰기보다 중요한 일을 없기 때문이다.


 40여 년이 넘은 인생의 시간을 걸어오면서 무엇 하나 쉽게 얻은 것이 없는 것처럼 글쓰기의 세계에서도 그 어떤 것도 쉽게 얻을 수는 없다. 매일의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독자에게 울림을 줄 수도 없고, 심지어 자기 자신도 설득하지 못하는 애매모호한 상황에 봉착할 수도 있을 것이다. 아직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거대한 ‘작가의 벽’을 느낄 수는 없지만, 쓰고 싶어도 한 글자도 쓸 수 없는 상황에서 느끼는 두려움과 불안은 그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을 것이다.


 아직 오지도 않은 두려움과 불안을 미리 걱정할 필요는 없겠지만, 미리 글쓰기를 묵묵히 할 수 있는 엉덩이의 힘과 생각의 근육을 단련시키며 언젠가 마주하게 될 ‘작가의 벽’을 기다려본다. 물론 운 좋게 그 벽을 느끼지 못할 수도 있겠지만, 내가 가고자 하는 목표로 가는 길을 가로막은 거대한 벽은 장애물이 아닌 성장의 도구로 삼는다면 충분히 그 벽을 등반하여 넘을 수 있다. 내가 아직 성장하기 못해 넘을 수 없을 뿐, 성장한다면 충분히 넘을 수 있는 벽이라고 생각한다.



 성장은 성장하려는 욕망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성장은 일상의 단조로움을 깨는 작은 변화에서 시작한다. 이 변화는 똑같은 일상을 다르게 보는 시선으로부터 출발하기에 다람쥐 쳇바퀴 돌 듯이 단조로운 일상이라고 느낀다면 어제와 다른 시선으로 오늘을 바라보는 연습이 필요하다. 처음부터 잘할 수는 없겠지만 매일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는 연습을 한다면 나 자신조차 눈치채지 못하는 작은 변화가 생기고 이런 차이는 일 년, 오 년, 십 년이 지나는 순간 엄청난 간격을 만들어 줄 것이다.


 목표인 100에 이르기 위해서는 반드시 ‘1’에서 출발해서 ‘2’라는 단계를 거쳐야만 최종적으로 100에 이를 수 있다는 진리를 다시금 생각한다. 나를 불안하게 만드는 조바심이 어디서 왔는지, 그 조바심의 근원이 무엇인지를 생각하며 남과 비교하지 않고 나의 글쓰기, 오직 나만 쓸 수 있는 유일한 발상과 표현을 사용하는 연습을 통해 한 개의 벽돌을 매일매일 쌓아가는 작은 행동의 중요성을 다시금 느낀다. 매일 글쓰기를 하고 있다는 감사함으로 욕심을 버리고 힘을 뺀다면 언젠가 나도 글을 ‘잘’ 쓰게 되는 날이 올 것이라 믿는다.


어느 날 글쓰기가 쉬워졌다 / 김수지(노파) / 한스미디어 / 2023



#몹글

#몹시쓸모있는글쓰기

#노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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