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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아 May 22. 2024

원시인의 삶 따라 하기 2탄, 먹기

채식과 12시간의 공복

  나는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먹는 것으로 푸는 스타일이다. 최근에도 저녁을 먹지 않은 바로 다음 날 아침에는 나조차도 심하다 느낄 정도로 3인분에 가까운 양을 먹고도 아쉬운 듯 더 먹을 것은 없는지 살펴보는 나 자신이 참 한심하다고 느낀다.


 배가 부른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계속적으로 허기를 느끼는 증상, 어렸을 때는 키가 크려고 그런다는 말이라도 들었지 지금은 허기증에 불구하며 살찌는 소리일 뿐이다. 한시적으로 찾아오는 천고마비의 계절이 아닌 매일의 천고마비를 겪고 있는 나에게는 식습관의 변화가 반드시 필요하다.


 먹을 것을 눈앞에 두고 참는다는 것은 정말 쉬운 일이 아니다. 그 유명한 마시멜로 실험에서 지연 만족감이 높은 아이들이 훗날의 성취가 평균 이상이었다는 연구 결과를 뒤집을 수 없겠지만, 뇌에서 계속 음식을 먹으라고 보내는 호르몬 지령을 거부하고, 입안에 가득 고인 침을 삼기며 참는 것은 정말 힘들다.



 혹여 하나만 먹으면 괜찮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먹었다가 다 먹어 버리는 참사가 일어날 수도 있다. 이런 결과가 너무 쉽게 예측돼서 괴롭지만 처음부터 안 먹는 것이 가장 현명한 대처법이다. 차라리 모든 음식이 눈에 안 보이게 꼭꼭 숨겨 놓는 것도 좋은 방법일 수도 있다. 눈에 보이면 먹고 싶고, 한 번 먹으면 남기지 않고 다 먹고 싶은 것이 사람의 심리이기 때문이다.


 유명한 피트니스 선수들도 운동이 힘든 것보다는 식이요법을 하는 것이 더 힘들다고 고백하듯이 먹는 것을 억제한다는 것은 살을 깎는 고통보다 더 뼈아프다. 옛말에 “입에서 단 음식은 몸에 좋지 않다”라고 하는데, 특히 설탕이나 과당이 많이 들어간 음료수나 디저트는 입은 즐겁게 할지 몰라도 체내 당지수를 높게 만들고 당뇨질환을 앓는 사람에게는 치명적인 식습관이다.


 예전 달디 단 ‘쿨피스’란 음료를 큰 통 하나를 떡볶이를 먹을 때마다 마셨던 습관은 내 비만의 한 원인이다. 지금 내 모습을 하게 만든 원인이 어디 이뿐이겠는가, 면을 너무 좋아해서 라면을 먹을 때면 한 번에 다섯 봉지를 끓여 먹는 대식가 기질도 한몫을 했고 음식을 먹고 갑자기 밀려오는 졸음을 참지 못하고 잠드는 식곤증도 큰 역할을 했다.



 3년 전 현미식물식을 처음 경험하면서 현미, 과일, 채소만 먹고 다른 음식은 일절 입에 대지도 않았더니 6개월 동안 체중이 25kg이나 빠지며 인생 최고 날씬했던 시절은 군 입대 전 72kg를 꿈꾸게 만든 때가 있었다. 이때의 습관을 지금도 실천하고 있지만 폭식이나 라면을 즐겨 먹는 예전의 습관으로 돌아가 다시 요요가 찾아온 지금의 내 모습을 보면 아쉬움을 넘어 한심함을 느끼기도 한다.


 원시인들에게는 폭식은 꿈꿀 수도 없는 일이며, 매 끼니를 먹는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우리나라도 1970년이 돼서야 쌀을 자급자족할 정도로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삼시세끼’라는 개념이 적용한 지 불과 60년이 채 안 된다. 그래서 예전 조선시대 한국인의 식습관을 본 서양인의 기록을 보면 밥그릇이 크고 고봉밥을 먹는다는 것이 있는데, 그것이 하루의 식사이며 먹을 수 있을 때 최대한 많이 먹겠다는 심산이다.


 일단 나는 삼시세끼를 포기할 것이다. 하루 한 끼만 먹는 ‘일식이’의 삶이 가장 이상적이나, 현실적으로 실천하고 지속할 자신이 없기에 하루 두 끼만 먹는 ‘이식이’의 삶에 도전한다. 가장 중요한 점은 어제 마지막으로 먹은 식사와 오늘 처음 먹는 식사 사이, 최소 12시간의 공백을 둘 것이다. 이 공백기 동안 뇌는 음식물이 공급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불안에 휩싸여 지방을 축적하라는 신호를 당장 거두어들일 것이다.



 원시인들은 그날그날 채집한 과일이나 채소를 먹으며 살아왔고, 우리가 박물관에서 익히 봤던 짐승을 사냥하는 것은 정말 어쩌다 한 번 있는 특별한 이벤트였다. 육식과는 거리가 먼 식습관을 가지며 항상 굶주림에 시달렸기에 살이 찌거나 현대인의 병으로 불리는 당뇨, 고혈압은 원시인의 삶 속에서 존재할 수 없는 질환이다.


 아직 이런 질환이 나타나지 않았지만 지금의 식습관을 유지한다면 얼마 지나지 않아 매일 정해진 시간에 약을 먹어야 하는 삶을 살게 될 것이다.  나는 건강하게 살며, 건강한 몸과 정신으로 건강한 글을 쓰고 싶다. 이런 욕망을 실행하려면 우선 건강해야 하며, 먹는 것을 절제하지 못한다면 아무리 운동해도 한계에 이르게 된다.


 원시인처럼 주기적으로 위장이 비어 있고, 먹는 것의 결핍이 주는 신체의 평온함을 느끼지 못한다면 나는 결국 풍요 속의 빈곤을 누리게 될 것이다. 물론 기본적인 영양소를 섭취하며 과하지 않게 먹고 입이 즐거운 것이 아닌 몸이 즐거운 건강한 음식을 먹을 것이다. 현미식물식을 하며 커피와 탄산음료를 끊은 것만으로도 감사하지만, 현미식물식을 처음 했을 때처럼 비움의 삶을 실천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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