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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아 Jun 18. 2024

인생이란 여행 속에서

긴 여행의 도중, 호시노 미치오

나는 요즘 '호시노 미치오'라는 작가에 푹 빠져 있다. <곰아, 너를 만나고 싶었어>라는 책의 서평단 활동을 위해서만은 아니지만 예전 책에서 읽은 호시노 미치오가 알래스카를 사랑하게 된 도쿄의 중고서점 거리에서 만난 한 장의 사진에서 느낀 강렬한 열망처럼 나도 호시노 미치오의 모든 글과 사진을 읽고 보며 온전히 그를 느끼고 싶다는 욕망만이 가득할 뿐이다.


 이제 그의 새로운 책을 다시는 만날 수 없다. 불의의 사로로 향년 43세의 나이로 이미 세상을 떠나 또 다른 여행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가 보여준 알래스카 여행의 도중에 만난 수많은 사람들과 동물들, 그리고 이름 모를 꽃까지 그의 알래스카 사랑 덕분에 세상에 알래스카가 더 많이 알려졌다고 생각한다.



 1970년 대까지만 해도 알래스카는 미개척지며 미국인들에게도 툰드라와 극지 동물들만 사는 매서운 추위가 있는 곳으로만 알려졌을 뿐, 그곳에 누가 사는지 무엇이 유명한지 등 모든 것이 잘 알려지지 않았던 미지의 땅이었다. 하지만 원유가 발견되면서 황금을 찾아 서부로 떠난 서부시대 사람들처럼 검은 황금인 석유를 찾아 알래스카에 들어온 자본주의 물결로 모든 땅은 모두의 소유라는 알래스카의 법칙은 사라져 버렸다.


 이런 새로운 변화는 알래스카에서 살고 있던 사람들에게 엄청난 변화와 혼란을 주었으며 술과 마약에 취해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나는 심각한 사회 문제로 발전하기도 했다. 자연에서 필요한 것과 필요한 양만큼만 얻었던 알래스카 사람들에게 자본주의는 큰 까마귀의 후손이라는 정신적 유물을 빼앗아 갔고, 알래스카를 자연의 보고가 아닌 돈벌이의 보고로 만들어가는 것을 지켜만 보게 만들었다.


 이런 사회적 문제를 호시노 미치오는 이방인의 신분으로 알래스카를 사랑하는 마음을 담아 지적하며 원래 알래스카의 모습이 유지될 수 있도록 세상을 향해 외쳤다. 미국인도 아닌 일본인이 알래스카에 대한 문제를 지적하고 개선을 요청하는 것도 우스운 일이 될 수 있지만 그는 그런 비난의 목소리보다 자신이 진정 사랑하는 알래스카를 위한 걱정의 몸짓을 지속적으로 표현하고 행동했다.



 <긴 여행의 도중>이란 책에 "인생이란 당신이 뭔가를 계획하고 있을 때 생겨나는 또 다른 사건이다"라는 문장을 읽었을 때 호시노 미치오가 왜 그렇게 알래스카를 사랑했고 알래스카의 자연을 알려고 노력했는지를 이해할 수 있었다. 한 장의 편지로부터 시작한 그의 알래스카 사랑은 알래스카 대학에 입학해 야생동물에 대한 공부와 알래스카의 자연을 직접 경험하기 위해 무거운 배낭을 메고 이곳저곳을 다니며 있는 그대로의 알래스카를 직접 체험한 그의 고백에서 또 다른 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사람이 살지 못한다고 생각했던 땅은 사실 거대한 빙하가 감춰놓은 축복의 땅이라는 사실은 에스키모 외에는 잘 알자 못했다. 겨울이 되면 영하 50도의 매서운 추위가 활개 치는 땅이지만 그곳에서도 작은 새를 비롯하여 수많은 동물들이 삶의 터전으로 삶고 극북의 날씨마저도 삶의 일부로 여기며 치열한 생존을 이어가는 치열한 생존의 현장이다.


 알래스카에 6월이 찾아오면 극북의 땅에서 봄의 정령이 활동하기 시작한다. 거대한 빙하 속에 감춰진 알래스카의 무기질 땅이 드러나 원시 지의류를 보게 될 때 태고의 신비한 숨결을 그 누구에게도 보여주기 싫었던 것 빙하의 숨은 의도를 알 수 있다. 호시노 미치오는 이런 빙하의 의도를 발견했고, 알래스카의 숨은 진주인 카리부와 그리즐리를 보면서 자연의 강함과 위대함을 사진과 글로 남겼던 진정한 에스키모라고 생각한다.



 나도 그처럼 인생에서 한 가지에 매료되어 그것만을 위해 인생의 모든 것을 바칠 준비가 되었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보지만 선 듯 확실한 대답을 듣지 못했다. 내 인생을 걸만한 것을 찾는 것도 인생의 축복이지만 운 좋게 그것을 찾아서 하루하루 일상에서 그것을 위해 모든 것을 쏟아부을 수 있는 열정을 행동으로 표현하는 것이 더 큰 축복을 위한 지름길이라고 생각한다.


 그리즐리를 사랑했던 호시노 미치오는 캄차카반도에서 곰의 습격을 받아 툰드라의 영양분으로 변해 또 다른 여행을 시작했다. 카리부를 먹은 에스키모에게서 카리부의 또 다른 여행이 시작하는 것처럼 이제 그를 다시 볼 수 없지만 그는 툰드라를 지키는 영원한 생명의 원천이 되어 극북의 동물들과 함께 살아 움직이는 에너지로  위대한 알래스카 자연 속 일부로 지금도 숨 쉬고 있다고 믿는다.  그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알래스카의 자연을 꼭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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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여행의 도중 / 호시노 미치오 / 엘리 /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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