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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아 Jul 13. 2024

걸으면서 되찾는 나에 대한 감각

산책하는 법, 카를 고틀로프

 

오늘 새벽 평소보다 몸이 개운한 상태라 오랜만에 황톳길 맨발 걷기를 했는데 스마트폰을 살펴보니 딱 한 달 만에 맨발 걷기를 하는 것이었다. 사실 지난주 녹색마을 자연학교에서도 맨발 걷기를 했지만 장마철 비 온다고 안 하고, 피곤해서 못 했던 맨발 걷기를 하니 그동안 미뤄왔던 일을 했다는 뿌듯함과 새벽 운동을 할 때마다 느끼는 쾌감을 느낄 수 있었다. 한 시간 정도 맨발 걷기를 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서 느끼는 기분은 그 무엇으로도 표현하기 힘들었다.


 지난 5월 건강에 대한 고민을 하다 문득 떠오른 ‘원시인의 삶’을 구상하면서 어떻게 하면 일상에서 운동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을까 고민을 했다. 예전에는 매일 헬스장에서 굵은 땀방울을 흘리는 것을 운동이라고 생각하며 하루 2시간 이상 운동을 하고는 했지만, 어느새 일주일에 세 번, 일주일에 두 번, 일주일에 한 번 이런 식으로 점차 헬스장에 가는 날이 줄어들었다. 일주일에 한 번만 가도 하루 6시간 이상 운동하면 일주일에 세 번 운동한 것과 같은 효과가 나는 것으로 믿었다.


 운동총량의 법칙을 믿으면서 이렇게라도 운동하면 몸도 건강해지고, 근육을 유지한다고 생각했는데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정기적으로 했었다면 근육에 충분한 휴식을 주어 더 크게 성장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간헐적으로 했던 터라 운동의 효과는 없었고 근육의 상태를 유지하기는커녕 점차 근육도 없어지고 체내 근육량도 줄어들고 있는 상태였다. 하지만 나는 거울 속에 비친 내 몸을 보면서도 심각하다는 생각을 하지는 않았다. 이만하면 괜찮아, 스스로 위로하며 만족했다.


 사실 걷기를 운동으로 여기지 않았던 가장 큰 이유는 투자하는 시간대비 칼로리 소모량이 크지 않았기 때문이다. 차라리 실내자전거를 하면 운동을 하면서 책을 볼 수 있었기에, 걷기는 늘 후순위로 밀릴 수밖에 없었고 운동이라 여기지 않았던 것이다. 외근 업무를 볼 때도 가장 최단 거리로 갈 수 있는 경로를 찾았기에 실생활에서도 걷는 일이 잘 없었다. 이렇게 걷기는 내 삶과 점점 거리를 두고, 그 격차를 점점 벌리고 있었다.


 지난 4월부터 건강이 좋지 않음을 느꼈다. 갑자기 생긴 어지러움증에 침대에서 일어나기 힘든 날도 있었고, 한참을 앉아 있다가 일어날 수 있었다. 더 이상 나의 잘못한 건강관념을 유지했다가는 제 명에 살 수 없다는 것을 직감했다. 식이요법을 하며 그동안 하지 않았던 홈트레이닝을 하기도 했지만, 금세 효과가 나지도 않았고, 날 수도 없었다. 운동의 효과는 꾸준히 한 사람만이 맛볼 수 있는 영광의 면류관과도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운동에 대해 고민하던 찰나, 집 근처 황톳길이 생기면서 아내의 권유로 맨발 걷기를 시작했다. 하지만 걷기는 한때 운동을 전공으로 할까 고민까지 했던 나에게 걷기는 운동이 아니라, 그저 숨 쉬는 것과 동일하게 치부했었다. 나에게 걷기는 운동이라기보다는, 그저 시간을 소비하는 일 정도였을 뿐이다. 걷기를 운동이 아니라고 생각했던 어리석음에 일상에서 할 수 있는 최고의 운동 방법을 모른 채 살았다.



 아내와 함께 황톳길에서 맨발 걷기를 하면서 이런 생각은 점차 사라졌고, 지금 살이 찔 대로 찐 내 몸상태에서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운동이자, 건강을 지키는 방법이었다. 맨발 걷기의 흔적을 기록하면서 한 달 넘게 맨발 걷기를 했지만 비 오는 날이 잦은 장마철이 되면서 맨발 걷기를 못하는 날이 점점 많아졌고, 맨발 걷기의 중요성을 잊고 있었다. 매일 해도 부족한 맨발 걷기를 한 달 동안 잊고 살았던 내가 밉고 한심했다.


 비 오는 날, 비를 맞으면서 조깅을 하는 외국인을 보면서 비가 오면 맨발 걷기를 안 해도 된다고 생각했던 나를 보면서, 스스로 한계를 만들고 그 한계를 인정했던 것이다. 내가 생각했던 원시인의 삶도 그러했을까?? 비가 오면 밖에서 먹을 것을 구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풍족했던 삶은 아마 아니었을 것이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매일 밖에서 먹을 것을 구하지 않는다면 배고픔에 떨어야 했던 그들의 삶, 나는 그것도 모르고 맹목적으로 원시인의 삶을 동경한 것은 아니었을까??


 맨발 걷기를 하면서 느낀 것은 걷기는 결코 시간을 낭비하는 운동이 아니었다. 지구의 자유전자를 내 몸에 넣는 치유의 순간이며, 꽉 막힌 머릿속을 깔끔하게 정리하며,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생각의 단편을 연결하여 새로운 생각이 탄생하는 창조의 시간이다. 가끔 글쓰기가 어려울 때 생각하기 위해 걸으면 머리가 맑아지는 것도 이와 같은 이유이다. 매일 맨발 걷기를 하며 작가의 체력을 키울 것이다. 그리고 동시에 생각의 단편을 영감으로 연결하는 창작의 힘으로 누릴 것이다.



산책하는 법 / 카를 고틀로프 / 유유 / 2014


#몹글

#몹시쓸모있는글쓰기

#산책하는법

#맨발걷기

#창조의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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