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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아 Jul 10. 2024

사라진 흔적이 전하는 말

화석이 말하는 것들, 이수빈

우연히 발견한 호박 속 모기 화석에서 누구의 피인지 모르지만 뽑은 피를 증폭시켜 DNA를 추출하여 공룡을 복원한다는 엄청난 상상력으로 만들어진 영화 ‘쥐라기 공원’ 첫 도입부를 아직도 있지 못한다. 영화 속 과학자들의 모습에 반해 전공을 결정할 때 일정 부분 반영되기도 했을 정도로 나에게는 동경의 대상이자 꿈이기도 하였다.


 당시는 상상으로 만든 허구라는 것이 밝혀지면서 조금 실망하기도 했지만 과학기술이 더 발전하면 공룡 복원이 가능할 수도 있을 거라는 기대감을 가지게 했다. 이는 공룡뿐만 아니라 인간의 탐욕으로 근래 멸종한 동물의 복원에 사용될 수 있으며, 우리나라도 토종늑대 복원에 이런 과학기술을 사용했다. 과학이 자연을 파괴하는 것만이 아님을 증명한 사례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는 산성토양이라 유골이 잘 발견되지는 않지만 고성, 통영 등에서 공룡 발자국을 쉽게 만날 수 있다. 공룡이 살았던 때와 지금과는 기후도 다르고 주변 환경이 다르겠지만 한반도 내에서 많은 종류의 공룡이 살았다는 증거가 되며, 공룡이 좋아했던 먹잇감이 많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공룡을 실제로 본 사람은 아무도 없지만 공룡이 남긴 흔적, 화석을 통해 당시 한반도에 살았던 공룡을 복원하여 무엇을 먹었고, 어떻게 살았는지를 추정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 물론 이런 추정의 과정이 틀릴 수도 있겠지만 삼엽충이 다리로 호흡한다는 사실과 뿔이 세 개 달린 트리케라톱스도 연령에 따라 뿔 모양이 다르다는 것을 밝혀내기도 하였다.


 내가 관심을 가지고 공부하고 있는 알래스카에서는 공룡 화석이 많이 발견된다. 우리가 알고 있는 파충류와는 달리 거대한 몸집을 가졌던 공룡이 추운 겨울을 어떻게 보냈는지에 대한 궁금증도 추정할 수 있는 뿐이지만 공룡 화석이 발견되는 지층을 연구하며 알래스카가 지금과는 달리 온화한 날씨의 지역이었음을 조심스럽게 추측할 수도 있다. 또한 공룡도 추위를 피해 이동하는 철새처럼 그들도 이동했을지도 모른다.


 거대한 크기의 공룡 화석을 볼 때마다 그들과 함께 살았던 원시 인류에 대한 경외심과 두려움이 생기지만 인간은 분명 공룡과 함께 살았고, 공룡은 멸종했지만 인간은 살아남아 지금도 생존해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화석이 발견되는 지층에 남긴 오래된 흔적을 통해 과거의 증거를 수집하며 공룡이 전하는 메시지를 알아야 한다.



 물론 죽은 공룡은 말이 없기에 그들이 전하는 메시지를 온전히 이해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공룡은 지금도 우리에게 무언가를 전하는 중일 지도 모른다. 여전히 인간은 공룡에 대해 온전히 알지 못하며 그들의 비밀을 알지 못하지만 화석으로 발견되는 그들의 과거를 연구하며 공룡이 전하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야 이유는 멸종에 대한 경고이기 때문이다.


 지구를 지배했던 공룡이 한순간에 사라진 다섯 번째 대멸종이 전하는 지혜를 모른다면 인간도 곧 여섯 번째 대멸종을 맞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불과 지난 100년 만에  인간의 탐욕으로 지구에서 사라진 동식물을 보면서 멸종이 가져온 변화가 인간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다음 멸종의 대상은 분명 인간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지질학은 시간과 압력에 대한 학문이다. 인간이 생존하고 있는 이유도 오랜 시간 투쟁하며 멸종의 압력을 이겨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단순히 파충류의 조상쯤으로만 여겼던 공룡은 멸종하여 화석으로 남았지만, 미처 그들이 전하지 못한 자신들의 이야기를 화석에서 발견하며 점차 공룡을 알아가는 시간은 앞으로의 멸종을 막아야 하는 인간에게 꼭 필요하다.



화석이 말하는 것들 / 이수빈 / 에이도스 /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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