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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아 Jul 16. 2024

도보 여행의 묘미

걷기를 생각하는 걷기, 울리 하우저

독일의 천재 기상학자, 알프레드 베게너는 남아프리카, 아프가니스탄의 남쪽 해안선, 호주 서쪽 해안선이 완벽하게 일치하는 것을 발견하고 어쩌면 지구는 하나의 대륙에서 몇 개로 분리된 것은 아닐까라는 위대한 상상을 했다.


당시 베게너의 주변 사람들은 그의 주장을 듣고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지만 그는 최초로 과학적인 근거를 들어 대륙과 대양의 발생 방식을 주장한 사람이다. 지금 우리는 그의 주장을 판게아 이론이라 부른다.


  세계 여행을 하는 사람들과 꿈꾸는 사람들에게 판게아 이론처럼 지구가 단 하나의 대륙으로만 되어 있다면 세계 여행이란 말보다는 동네 한 바퀴라는 말이 더 어울릴 것이다. 당연히 비싼 경비를 지불하면서 비행기로 이동할 필요도 없을 것이며 걸어서 여행을 다녀도 충분할 것이다.



 내가 대학교 1학년 때 1학기를 마치고 무전여행을 떠난 선배님이 있었다. 혹시 모를 일에 대비해서 비상금 십만 원만 들고 걸어서 전국을 일주한다는 계획을 세워 홀연히 여행을 떠났다. 2학기 개강을 했어도 그 선배님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고 당시 휴대폰도 흔하지 않았던 시절이라 그 선배의 소식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시간이 지나 무전여행을 떠난 선배님의 소식을 알게 된 것은 몇 년 후였는데, 여행 중 경상북도 문경 근처에 있는 한마을이 너무 마음에 들어 그곳에 쭉 머문다는 이야기였다. 걸어서 문경 근처까지 갔다는 사실도 놀라웠지만 과연 비상금을 썼는지 안 썼는지가 정말 궁금했었다.


 지금은 어렵지만 당시에는 히치하이킹도 수월했고, 국토대장정을 하는 것이 유행이어서 국도를 운전하다 보면 도보로 여행하는 사람을 종종 볼 수 있었다. 이동 거리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도보 여행에서는 무거운 짐을 짊어지면 멀리 갈 수 없기에 최소한의 짐을 꾸리는 것이 여행의 지혜이다.



 나도 중학교 3학년 여름방학 때, 아는 형들과 자전거를 타고 당일치기로 경주를 다녀온 적이 있는데 집에 돌아와 그다음 날까지 미동조차 하지 않고 쭉 자서 어머님을 걱정하게 만든 일이 있었는데 아무리 깨워도 일어나지 않아 어머님은 내가 죽었는지 걱정하셨다는 웃긴 일화이다.


 자전거를 타고 여행했는데도 그다음 날까지 잘 정도로 피곤했는데 만약 도보로 이동했다면 과연 며칠까지 깨어나지 않고 잠을 잘 지 정말 궁금하다. 지금은 대부분 차를 타고 어디론가 이동하기에 피곤한지 모르지만, 편하고 빠르게 이동하기에 이동 중 내가 보지 못하고 놓치는 것이 있다.


 운전하면 대부분 앞만 보고 달려야 하기에, 아내나 아이가 지나가는 풍경에 반해 “저것 봐라”라는 말에도 고개를 돌리고 싶지만, 어쩔 수 없이 앞만 운전해야 하는 상황이 종종 있다. 만약 도보로 여행한다면 눈앞에 펼쳐진 풍경을 마음껏 볼 수 있고,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언제라도 볼 수 있다.  



 인간은 두 발로 서서 똑바로 걸을 수 있는 직립보행을 함으로 자신의 영역을 넓혀 갔다. 영역을 넓히겠다는 욕심이 너무나 커서 보다 빨리, 보다 멀리 가고자 하는 방법을 찾아 더 멀리 더 빨리 가려고 한다.  해외로 갈 일이 많은 기업의 총수는 전용기를 이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여행의 목적은 보고 듣고 느끼기 위함이라 생각하기에 이런 목적에 가장 부합하는 여행의 방법은 걷기 여행이다. 단 한 번도 걷기 여행을 해본 적은 없지만 머지않는 미래에 산티아고 순례기를 걷고 싶은 마음에 지금 조금씩 걷는 연습을 하는 중이다. 행동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기에 걷는 연습을 하며 걷기 여행을 준비한다.


 산티아고 순례길만 염두에 두고 있다가, <걷기를 생각하는 걷기>라는 책 속에서 만난 성자 프란치스코가 피렌체에서 로마까지 걸었던 길로 알려진 ‘프란치스코의 길’을 걷고 싶다는 욕망이 끓어오른다.


 책의 가장 뒷부분, 작가가 만난 장소와 사람들을 모두 메모하며 나도 그 장소에서 사람들을 만나고 싶다. 한 번 여행한 적 있는 코모에서 호수를 보며 잠시 생각에 잠기는 상상만으로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것은 여행을 꿈꾸는 사람이 누릴 수 있는 축복이다.


걷기를 생각하는 걷기 / 울리 하우저 / 두시의 나무 /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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