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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아 Jul 23. 2024

자신의 시간 의식하기

이토록 멋진 휴식, 존 피치, 맥스 프렌젤

 얼마 전 맨발 걷기를 하다 아내와 대화를 나누었는데 아내가 “세상에서 값진 것은 모두 공짜이다”라는 엄청난 명언을 했다. 공기, 흙, 물, 햇빛 등 자연에서 누릴 수 있는 것은 거저 주어지기에 소중함을 모른다는 말도 덧붙였다. 무심코 들이마시는 신선한 공기가 없다면 기본적으로 인간은 호흡할 수 없고, 심각한 호흡 관란을 겪어야 할 것이다.


 황톳맨발 길을 걸으며 아내의 말을 곱씹어 보았다. 나는 과연 값진 것을 위해 일하고 있는지를 골똘히 생각해 보니, 어쩌면 내가 값지지 않은 것을 소유하기 위해 애쓰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는 의문이 들었다. 그리고 지금 나에게 가장 값진 것은 무엇이며, 그것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생각에 생각을 더했다.


  생각이 깊어질 것 같아 지금 이 순간, 맨발 걷기를 하는 순간은 온전히 지구와 접촉하는 시간으로 가져야 한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어 지금에 집중하려고 했다. 그동안 건강 관리를 하지 않아 점점 안 좋은 상태로 변해가는 내 몸으로 들어오는 지구의 자유전자는 발바닥으로부터 머리끝까지 촉촉하고 부드러운 느낌을 주었다.



 지금 나에게 가장 값진 것은 무엇일까 고민하던 중 ‘시간’이란 자산이 떠올랐다. 하루 공짜로 내게 주어지는 24시간의 시간은 유한하며 절대 돌이킬 수 없는 자산이다. 후회막급한 일이 있어도 절대 과거로 돌아갈 수 없고 엄청난 재력과 권력이 있다 하더라도 시간을 살 수 없는 최고의 자산이라고 생각한다.


 어릴 적부터 욕심이 많았던 나는 한 번에 두 가지 이상의 일을 하려고 했다. 이런 행동을 한 이유가 시간을 아끼려는 마음이었지만 빨리하고 나머지 시간에 쉬든지 놀려고 하는 마음이 앞서 그런 것도 있지만 멀티태스킹이 효율적이라는 믿음이 크게 작용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산만하다는 말도 많이 들었고 혼도 많이 났다.


 예를 들어 밥 먹으면서 책을 본다든지, 두 가지 책을 동시에 본다든지 하는 나만의 방식을 선호하며 산만하다는 말을 크게 의식하지 않았다. ‘병렬 독서’라는 방법이 있기는 하지만 두 가지 책을 동시에 보는 것은 지금 생각해 보아도 효율적인 방법은 아니다. 물론 병렬 독서를 감당할 수 있을 정도의 재능이 있는 사람이라면 가능하겠지만 나의 경우만 보더라도 책 속의 내용에 헷갈려 오히려 방해가 된다는 느낌이 더 강했다.


 이런 느낌을  계속 들어 웬만하면 병렬 독서는 하지 않으려고 하고, 더 이상 멜티 테스팅도 하지 않는다. 멀티태스킹보다는 싱글 태스킹을 하며 한 가지에 집중하려고 노력한다. 무의식적으로 많이 하는 음악을 들으며 책을 보거나 글을 쓰는 것도 웬만하면 지양하려고 하는 이유는 오직 한 가지에만 집중하고 싶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장 좋아하는 시간은 새벽으로 어둠과 고요만이 존재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공간에서 홀로 책을 읽거나 글쓰기를 한다. 책장 넘기는 소리와 키보드 자판 누르는 소리만 들리는 그곳에서는 복잡한 내 머릿속에 있던 생각의 단편들이 연결되어 정리되고, 가슴 한 편을 누르고 있던 갑갑함이 사라진다.


 겉으로 보기에는 책을 읽고 글을 쓰는 모습이 무엇인가를 하는 행위로 보일 수도 있지만, 내 안에서는 생각과 감정을 정리하며 멋진 휴식을 취하고 있다. 특히 내가 좋아하는 공간과 시간, 이 두 가지 행위를 통해 나는 진정한 나만의 시간을 온전히 누리며, 또 다른 시간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진정으로 나만의 시간을 누리기 원한다면 보다 효과적인 활동을 위해  조용한 성찰을 해야 한다. 가만히 눈을 감고, 나에게 집중한다면 내가 누구이며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조금씩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진정한 타임 오프를 통해 나의 시간을 의식하며 1분 1초도 낭비하지 않고 효과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매일의 노력을 더 할 것이다.



이토록 멋진 휴식 / 존 피치, 맥스 프렌젤 / 현대지성 /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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