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하지 않고 욕심을 내지 않기
요즘 도서 분야에서 운동 분야로 전향했냐는 말을 자주 들을 정도로 내가 봐도 내 글의 대부분이 달리기와 관련된 것들이다. 아직 다 글로 표현하지는 못했지만 계속 책을 읽고는 있는데 이전처럼 쉽게 글이 쓰이지 않아 내심 괴롭기도 하다. 요즘 인기 급상승 중인 한강 작가님의 <채식주의자>를 필두로 이민진 작가님의 <파친코>를 읽으면서 소설가의 위엄을 느끼며 그들의 문장에 감탄하다 보면 내 생각과 감정이 지워질 때가 많기 때문에, 여러 번 읽어야 할 지경이다.
일 년 이상을 지속했던 새벽 기상 후 책 읽기와 글쓰기 루틴을 달리기로 시작하는 것으로 바꾸면서 일상의 변화도 일어났다. 책 읽는 시간은 짬짬이 독서나 저녁 시간에 주로 하게 되었고, 글쓰기는 가급적이면 오전에 한 개 이상을 쓰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은 것이 최근 오한과 몸살로 이틀 정도 앓아 누었더니 달리기도 글쓰기, 책 읽기마저 쉽지 않았다. 누워서 책을 보려고 했지만 글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고, 글을 쓰려고 해서 내가 무슨 말을 적고 있는지 모를 지경이라 그냥 덮어 버렸다.
이틀 동안 침대에 누워 무엇 때문에 아팠을까 주말부터 오늘까지의 행적을 곰곰이 생각해 보니 토요일 문고리 마라톤을 완주하고 먹은 음식에서 비롯되었음을 알게 되었다. 완주 후 먹은 라면과 저녁에 먹은 햄버거, 그리고 일요일 점심 아이와 함께 먹은 돈가스, 저녁으로 먹은 햄버거까지 이틀 연속 과일단식이 아닌 일반식을 했더니 몸의 면역체계에 이상이 왔을 것이다. 생각해 보면 7월 3일부터 지속해 온 과일단식 덕분에 체중감량뿐만 아니라 피로해소 속도나 면역도 좋아졌는데 이틀 동안의 돌발행동으로 몸이 경고 신호를 주었던 것이다.
과일단식을 하며 자연스럽게 느낀 것인데 인간의 몸은 매우 정직하다는 점으로 몸이 아프면 반드시 이유가 있고, 통증도 자연스럽게 발생한다."I am what I eat"이란 문장처럼 내가 먹은 음식이 나를 만들며, 내가 어떤 음식을 먹느냐에 따라 내 몸이 결정된다. 과일단식을 하기 전, 매 끼니 라면을 먹을 정도로 면요리를 즐겨 먹었던 나로서는 충분히 납득할만한 문장이다. 건강한 음식을 먹어야 건강할 수 있고, 음식만으로 충분하지 않으며 정당한 운동과 충분한 수면 시간까지 병행해야 건강함을 유지할 수 있다.
마음은 달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걸을 때마다 머리가 울려 짧은 거리라도 달리고 싶은 마음을 접고 근처를 가볍게 걸으면서 단순히 음식 때문은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8월부터 달리기에 재미를 붙여 무리해서 달렸던 것도 하나의 이유가 되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어떻게 하면 매일 건강하게 달릴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사실 늘 고민하는 것이지만 오늘따라 더욱 간절하게 고민하게 되는 이유는 아파서 달릴 수 없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달리기도 몸상태에 따라 그 효율이 달라지기에 요즘은 매일의 달리기로 몸을 혹사하거니 무리하기보다는 거리를 점점 늘려가며 회복의 시간을 반드시 갖으려고 노력한다. 예전에는 온수마사지와 스트레칭으로 어느 정도 회복될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15km 이상의 거리를 달린 후에는 이것만으로는 충분히 않음을 몸이 먼저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15km 달리기를 한 다음날은 무리해서 달리지 않고 3~5km 정도의 회복 달리기를 하거나 가볍게 걸으면서 몸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한다.
이런 아픔을 겪고 나니 처음 달리기를 시작할 때, 멘토님이신 아주나이스님께서 "매일의 달리기는 초보 러너에서 좋지 않다"라는 조언을 이제야 조금 이해할 수 있다. 내가 느끼지 못했지만 그동안 내 몸은 제발 쉬어달라고 소리 없는 아우성을 보냈지만, 내가 반응하지 않자 "이렇게 계속하면 너 쓰러져"라는 경고를 몸살과 오한으로 보낸 것이다. 잘 달리고 싶은 욕심에 매일의 달리기를 고집했지만, 이제는 달릴 수 있는 몸상태를 만드는 것도 달리는 과정의 일부분이라고 생각하기에 회복에 중점을 더 둘 지경이다.
사실 토요일 하프 가상 마라톤 이후 낮잠을 자던지 목욕을 하며 쉬었어야 했는데 완주 후 가민의 걸음 수를 보니 29,000보가 넘어서 작년 홋카이도 여행 때 달성했던 기록을 경신하고 싶은 마음에 저녁까지 걸은 초강수를 두었기 때문일 수도 있다. 문득 스쳐가는 기억이 이날도 매우 피곤해서 다음 날까지 피곤했던 것이 생각나서 토요일 무리했으면 일요일은 푹 쉬어야 했는데 어머니 생신과 아이와의 데이트를 하느라 하루 종일 외출을 했기에 피로가 더욱 가중되었을 것이다.
인간의 몸은 기계가 아니기에 쉴 땐 쉬고, 움직일 때는 움직여야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고 지속할 수도 있다. 더욱이 혈기 왕성한 20대 청춘이 아닌 불혹의 나이라서 더욱 건강관리에 신경 써야 한다. 이틀 연속 평소하지 먹지 않았던 일반식과 하프 마라톤 후 휴식을 하지 않고 회복 걷기라는 미명하에 걸음 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무리했던 내 욕심이 이런 아픔을 초래했다. 이번 경험을 밑바탕으로 삼아 철저하게 루틴을 지키며 건강을 유지할 수 있도록 더욱 신경 써야겠다고 다짐했고, 생활 속에서 반드시 실천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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