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식 후 달리기
어제 가민 포러너의 제안을 수락하고 매일의 달리기를 하지 않았더니 뭔가 찜찜한 기분이 하루 종일 떠나지 않았지만, 이왕 휴식하는 날이니 회복에 집중하기로 했다. 평소처럼 걷지도 않아서 만 보를 넘지도 않았고, 집에서 충분히 스트레칭과 마사지를 하며 2주 동안 매일 달렸던 내 몸을 풀어 주었다.
출근해서도 하루 종일 달리기 생각만 났다. 점심시간을 이용해서 러닝 머신이라도 달릴까 고민하다가 스마트폰에 연이어 울리는 폭염 경보를 보면서 에어컨이 없는 본가 피트니스센터에 갔다가 더위를 먹을 것 같아서 참기로 했다. 사실 러닝 머신을 달릴 때 입을 옷도 없었기에 애초부터 불가능한 생각이었다.
퇴근 후 집에 오는 길, 간단하게 2km라도 달릴까 고민하기도 했지만 휴식할 때는 최선을 다해 휴식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해 저녁 달리기도 하지 않았다. 2주의 시간 동안 달리기를 철저하게 거부했던 내 몸도 서서히 달리기에 적응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고, 내일 새벽의 달리기를 위해 일찍 잤다.
오늘 새벽 극심한 더위를 느끼며 일어났는데, 밤사이 내린 비 때문에 습도가 엄청 높았다. 습도에 약한 나는 갑자기 기분이 나빠지면서 힘겹게 일어났다. 침대 밖으로 나오면서 습관적으로 가민의 모닝 리포트를 확인하면서 오늘의 제안도 휴식을 권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습도에 노출되어 잤던 몸 상태가 좋지 않았다.
어제 하루 정말 충분하게 휴식을 취했는지 가민은 오늘 달릴 것을 제안했고, 가볍게 스트레칭을 하고 달릴 준비를 해서 밖으로 나갔다. 비는 오지 않았지만 밤사이 많은 비가 내렸는지 노면은 흥건히 젖어 있었고, 물이 고여 있는 곳도 있었다. 이렇게 비가 왔으니 습도가 높아진 것은 당연하겠지만 높은 습도는 기운 빠지게 할 정도로 피하고 싶은 날씨이다.
다행히 바람이 불어서 기분도 몸도 찌뿌둥하게 만드는 습도의 영향은 줄어들었고, 스트레칭을 한 후 5km의 거리를 설정하고 달리기 시작했다. 하루 쉬어서 그런지 몰라도, 몸이 가볍다는 생각이 들었고 평상시와는 다르게 조금 속도를 내서 달렸다. 힘이 있을 때 천천히 달리면 오히려 더 달리기 싫다는 생각이 들어 오늘은 속도에 욕심을 부렸다. 그렇다고 해서 최대 속도를 낸 것이 아니라서 큰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스트레칭에 시간을 많이 써서 출근 시간에 늦지 않으려면 평소보다는 더 빨리 달려야 한다는 생각이 더 강했기에 속도를 냈지만, 나만의 속도 범위를 벗어나지는 않았다. 달리기를 하시는 다른 분들처럼 속도가 지금 나에게 중요한 목표가 아니기에 완주와 호흡, 기본자세에 집중하며 달렸고 무사히 완주를 했고, 코로만 호흡을 할 정도로 심폐 기능도 좋아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솔직히 힘이 남아 있어서 6km를 달릴까 고민하기도 했지만, 8월까지는 5km를 달리며 체력을 키우는 것에 집중할 것이다. 아직 5km도 여유롭게 달리지 못하면서 6km를 달리려고 하는 것은 욕심이자, 달리기를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할 수도 있다. 욕심이 지나치면 달리기 자체에도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욕심을 버리기로 했다.
이제 조금씩 매일의 달리기가 일상의 단편으로 자리 잡고 있는 요즘, 나의 관심사는 달리기에 집중되어 있다. 먼저 달리기를 시작하신 선배님들의 블로그를 보면서, 달리기 할 때의 유의점도 확인하고 특히 부상을 방지하는 행동에 대해 꼼꼼히 확인하고 나의 잘못된 점은 없는지를 점검한다.
무라카미 하루키를 동경하면서 나도 그처럼 달리기를 하면 좋겠다는 생각에 달리기를 평생의 습관으로 만들고 싶다는 마음만 가졌던 내가, 녹색마을 자연학교에 입소한 후 달리기의 필요성을 느껴 체중을 감량하고 달리리를 시작한 지 3주 정도의 시간이 흘렀다. 본격적으로 매일의 달리기를 한지는 2주 정도 되었지만, 벌써 이번 달에만 약 80km의 거리를 달렸다.
아무리 급해도 신호가 바뀌려는 알림이 울리는 신호등 앞에서도, 곧 지하철이 도착하는 방송이 나올 때도 절대 뛰지 않았던 부산 사람인 내가 자발적으로 달리기를 하며, 달리기 자체에 매료되어 달리기를 평생의 습관으로 만들려고 한다는 사실 자체도 놀랍지만 매일 하려고 생각하는 것도 나 자신도 납득하기 어려울 정도로 놀라운 변화이다.
이 변화의 시작은 벌레가 들어갈 수도 있을 정도로 입이 너무 크게 벌어진 상태로 헉헉거리며 겨우 2km를 달렸던 첫날에서부터 비롯되었다. 만약 힘들다고 달리기를 지속하지 않았다면 나는 평소대로 정말 급한 일이 아니라면 절대 달리지 않는 사람으로 평생 살았을런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제는 틈나는 대로 달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매 순간 달리고 싶다.
달리기 예찬론자가 되어 무라카미 하루키처럼 매일의 달리기를 하고, 작가의 체력을 키우며 매일을 활기차게 보낼 수 있게 도와주는 달리기를 통해 일상을 보다 밝고 힘이 넘치는 순간으로 만들고 싶다. 그리고 달리기를 통해 글감을 얻어 매일의 글쓰기를 하는 것도 마치 매일의 보너스를 받는 기분이다.
달리기의 순간을 기록하고 분석하면서 점점 더 먼 거리를 달리게 될 것이지만, 나의 달리기에서 중요한 것은 거리도, 속도도 아닌 달리기 그 자체에 있다는 것을 잊지 않으려고 한다. 달릴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며, 달리기를 계속 누릴 수 있도록 건강 관리에 더욱 힘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