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은 결코 실패하지 않는다

홍보의 신, 김선태

by 조아

나에게 있어 관공서라고 하면 웬만해서는 가고 싶지 않은 곳이며, 공무원은 원칙과 기준을 중시하는 사람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물론 행정업무에 있어서 법과 기준에 맞지 않은 일을 한다는 것이 애초부터 말이 안 되는 것이지만, 인허가 관련 업무를 하면서 정말 급한 일로 사정을 해도 처리가 안 되는 것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민원인의 개별적인 사정까지 다 감안해서 민원을 처리해 준다면 공무원처럼 힘든 일도 없을 것이다. 사정이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냐마는 항상 관공서에 가면 내 민원이 제일 급하고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기에, 그들의 모든 사정을 들어주며 민원을 처리한다면 그 어떤 민원도 처리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서로 먼저 처리하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공무원이라는 자리가 나라의 살림을 하기에 학연, 지연, 현열 등에 의해 업무 처리 순서가 바뀌고 기준이 바뀐다면 그야말로 공정성이 의심받기 때문에 항상 원칙을 강조하고 원칙대로 업무를 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공무원의 입장에서는 억울하겠지만 원칙만을 강조하는 것으로 오해받을 때가 참 많다.



지금은 자기 홍보의 시대를 넘어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유튜브 채널을 개설할 수 있고 인터넷방송 BJ가 될 수 있는 1인 미디어의 시대가 되었다.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장래희망을 조사한 결과 ‘유튜버’가 상위에 있었다는 발표만 보아도, 어쩌면 학업에 재미를 못 느끼는 학생에게 무조건 공부를 강요하는 것보다는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하며 그것에 대한 유튜브를 운영하는 것이 더 좋을지도 모른다.


그만큼 시대가 변하고 사람들의 가치관과 인식이 변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상의 안쪽 주머니에 사직서를 늘 가지고 다닌다는 말은 너무나 어이없고 말도 안 되는 상황이라도 꾹 참고 다녔던 부모님 세대의 애환을 말하기만 요즘은 하루 출근하고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면 바로 퇴사하는 사람도 있는 시대이니 정말 많은 것이 변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변에 유튜버가 되어 월급 이상의 수익을 창출한다는 말에 현혹되어 준비 없는 퇴사 후 유튜버가 되는 사람들도 있다는 말을 들으면서 “배 고픈 건 참아도, 배 아픈 것 못 참는다 “라는 속담이 떠오른다. 마치 한 마리의 펭귄이 바다로 점프하면, 무엇 때문에 점프하는지도 모르고 덩달아 점프하는 ‘펭귄효과’도 연상된다.



내 주변에도 다양한 테마로 유튜브를 운영하는 분이 계시지만, 공통적으로 그분들이 하는 말이 “콘텐츠 짜기 정말 힘들다”라는 하소연을 자주 듣는다. 구독자의 눈이 높아진 요즘, 혹여 식상한 콘텐츠의 영상을 업로드한다면 얼음장같이 차가울 정도의 냉정한 반응을 보이기에 구독자들이 열광할 만한 영상을 매번 만든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개인 유튜버의 콘텐츠 생산 상황도 이러한데 공공기관의 유튜브를 담당하는 공무원의 입장은 더욱 어려울 것이다. 지자체의 차별화를 위해 매년 홍보 예산을 편성하고, 외주 제작을 맡겨 양질의 콘텐츠를 생산하지만, 시정홍보가 주된 콘텐츠이기에 구독자 확보는커녕 낮은 조회수에 일할 맛이 나지 않을 때가 더 많을 것이다.


누가 고리타분한 시정 홍보 영상을 보기 위해 매번 관공서 유튜브 계정을 찾아볼 리 만무하며, 알림 설정을 했다 하더라도 식상한 섬네일을 보고 그냥 알림을 지우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구독자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재미가 있어야 하는데, 애초 관공서에서 재미있는 일이 존재할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열악한 상황 속에서 B급 영상과 어이없는 주제를 가지고 관공서 공식 유튜브 채널 중 구독자, 조회수 1위를 하고 있는 지자체가 있다, 바로 충주시 유튜브이다. 한국능률협회 외부 교육에 참여했다가 우연히 알게 된 후 종종 영상을 보는데, 정말 참신하다는 생각이 드는 이유는 관공서 유튜브라는 고정관념을 탈피했기 때문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내가 알고 있었던 딱딱한 이미지의 공무원이 아닌, 동네 형과 같은 친숙하고 때로는 어리숙한 이미지로 다가오는 충주맨의 노력은 가상하다는 것을 뛰어넘어, 어떻게 저런 발상을 하고 영상을 제작했을까라는 찬사를 보낼 수밖에 없다. 심지어 다른 지자체와는 달리 한 해 홍보 예산 61만 원으로, 김선태 주무관 혼자 제작, 편집, 출연까지 모두 혼자 한다.


“이 영상 만들고 팀장님께 좀 혼났겠는데”라는 걱정이 들 정도로 충주시를 디스 하는 영상도 있고, 간부급이 아니면 자주 볼 수도 없는 시장님을 출연시켜 영화의 패러디를 하게 하는 시도는 참 신선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딱딱한 시장님의 이미지는 온대 간 대 없고 영화 <관상>의 대사, “내가 왕이 될 상인가”를 패러디하는 모습이 너무나 재미있었다.



저예산으로 유튜브 자본주의 세상에 신선한 파란을 일으킨 김선태 주무관의 노력은 모두가 굳이 많은 비용을 들여 영상을 제작하고, 초고화질의 영상, 잡티 하나 없는 음질을 추구할 필요가 없음을 알려준다. 영상 속에서 제작자의 의도를 표현하고 짧지만 구독자에서 자신의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면 충분하다는 것을 그동안 업로드한 영상을 통해 증명해 내었다.


특히 “어떻게 하면 유튜브를 활성화시킬 수 있을까”라는 다른 관공서 유튜브 관리자의 물음에 교육청에서 ‘교육’을 빼고, 도서관에서 ‘책을 불태우는 시도’ 등을 감히 언급하거나 상상도 하지 못했을 금기를 이야기하며 본질에서 벗어나 다른 각도로 접근하는 용기 있는 시도가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초개인화의 시대를 살고 있는 요즘 누구나 똑같은 콘텐츠를 생산한다면 그 누구의 관심을 끌기 어렵기 때문에 무엇보다도 콘텐츠의 독창성은 중요한 문제이다. 또한 기왕이면 많은 비용을 투자하며 양질의 콘텐츠를 생산하면 좋겠지만, 충주시처럼 처음부터 저비용으로 B급 감성의 콘텐츠를 만들겠다는 일관된 태도를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아무리 독창적이고 일관적인 콘텐츠를 만들었다 할지라도 구독자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재미가 없다면 독창성과 일관성은 무용지물이 된다. 무엇보다도 재미있어야 구독자가 영상을 보게 만들고, 영상을 본 사람들이 주변 사람들에게 영상을 공유하며 진정한 바이럴 효과가 나타날 수 있게 된다.


그렇다고 해서 재미만을 추구하다가 국민적 정서를 건드리거나 선을 넘는 행동을 하게 된다면 엄청난 비난과 지탄을 받을 수도 있다. 선을 지키며 재미를 추구하는 것이 말처럼 쉽지는 않지만 불가능한 일은 아니기에,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며 충주맨다운 콘텐츠를 정기적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이다.


홍보의 신, 충주맨이라고 매번 구독자를 만족시킨 콘텐츠를 만든 것은 아니다. 이슈가 되어 시장님까지 나서 사과를 하고 삭제한 영상도 있고, 팀장님께 혼나서 자괴감을 느낀 영상도 있었지만 충주맨은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 실패를 발판 삼아 새롭게 도약하며 시도하고 다시 시도하며 독창적이고 일관되며 재미있는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


자발적인 의지로 시작한 것이 아닌 시장님께서 시켜서 만들었기에, 충주맨의 콘텐츠를 김선태 주무관의 결정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응당 시장님이 시켰겠지라는 든든한 보호막이 있기에 선을 지키며 독창적이고 일관성 있으며 재미있는 콘텐츠를 생산하여, 충주시에 거주하지 않는 사람들도 충주시 유튜브를 보며 웃음 짓게 만드는 것이 아닐까 한다.



홍보의 신 / 김선태 / 21세기북스 /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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