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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아 May 26. 2023

요즘 내가 제일 많이 하는 말

 이번 주 월요일부터 입원해서 치료를 받고 있는데 병실에서 혼자 있는 시간을 누리고 있다. 이 가운데 내가 제일 많이 하는 말은 바로 ’네‘이다. 모든 직접 해야 하는 성미를 가진 내가 가장 하지 않은 말이 또한 ’네‘이다. 모두가 ‘네’라고 말할 때, ‘아니요’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을 말하던 광고처럼 나는 쉽게 순응하지 않고 내가 스스로 이해하는 것을 선호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병원에서는 이런 나의 성향을 사용할 수 없다. 내가 의학적인 지식이 있는 것도 아니고 의학전문가도 아니기에 의사 선생님과 간호사선생님의 처방과 지시에 고분고분 따라야만 하는 상황이다. 만약 내가 의사 선생님의 처방에 ‘아니요’라고 반응한다면 나 스스로 치료를 거부하는 꼴과 같은 것이다.

갑갑한 환자복의 벗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의사 선생님의 말을 잘 듣고 그대로 하는 것뿐이다. 병원 근처 편의점이나 가게에 가는 것은 가능하지만 거동이 불편해서 한 번 과일을 사러 나갔다 왔을 뿐 일주일 내내 병실에 누워서 하늘을 바라보니 자유를 갈망하던 파삐용의 심정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병실에 홀로 있다 보면 가족과 집, 그리고 일상 속 내가 생각하지 못하고 누리던 모든 것의 소중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 갑갑하다고 해서 퇴원할 수도 없는 노릇은 매일 다른 부위에서 통증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처음 겪어보는 교통사고를 경험하면서 차의 무서움을 다시금 느낀다. 위대한 인간도 자신이 만든 차 앞에서는 작고 연약한 존재이며, 영화 속 차와 충돌하고 유유히 걸어가는 주인공의 모습은 한낱 허상에 불가하다는 것을 다시금 느낀다.


2009년 1월 경 신호대기 중 음주운정으로 추정되는 운전자에 의해 추돌사고가 난 적이 있었다. 순진하게 돈 뽑으러 갔다 오겠다는 상대방 운전자의 말만 믿고 현장의 기록하지 못했던 나는 갑작스러운 서울 발령과 함께 정상적인 치료를 받지 못하고 상대방 보험사의 일방적인 통보로 합의를 한 적이 있다. 그때 내 차는 외관상으로는 뒤 범퍼가 파손되었지만 정비소에 입고해보니 프레임이 파손되어 오랜 연식을 버티지 못하고 폐차의 수순을 밟고 말았다. 서울에서의 생활은 굳이 자동차가 필요하지 않았지만 출장과 개인업무에 차가 필요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를 사지 않았던 이유는 사고에 대한 두려움과 나조차도 의식하지 못하고 엑셀레이터를 밟는 나의 습관 때문이었다. 3년 정도를 운전대를 잡지 않고 지내다, 지방 출장 때문에 차를 구입하게 되었다. 지금 이 차는 해외 어딘가를 잘 달리고 있겠지만 사고로부터 나를 지켜준 존재이기도 하다.

당시 같은 급의 차종에는 앞범퍼에 스티로폼이 있었지만 내 차에는 금속 프레임이 있어 큰 사고를 피할 수 있었다. 골목에서 갑자기 튀어나오는 차를 피할 수 없어 나의 정면과 상대방의 측면이 충돌한 사고는 나의 과실 60%로 합의되었다. 이때부터 도로교통법을 자세히 공부하기 시작했고 고속주행에서 해방되고 방어운전을 하게 되었다.


 이제 와서 생각해 보면 이 두 건의 사고가 나를 키운 것이다. 젊은 시절, 고속주행이 운전자의 능력이라 생각했던 어리석음과 주변을 살피지 않고 운전하는 막무가내 운전습관에서 정속주행과 방어운전을 하는 사람으로 변화시켰다. 몇 번의 차를 바꾸면서 연비주행을 하는 나에게 더 이상 엑셀레이터는 광음과 속도를 선물하는 과시와 자랑의 수단이 아니다. 이번 사고는 나에게 또 다른 가르침을 준다. 지금까지 연비를 가장 중시했다면 이제부터는 안전을 가장 중시하는 방향으로 차를 운전할 것이다. 갑자기 어릴 적 보았던 안전제일이란 포스터가 눈앞에 아른거린다. 나는 안전하고자 하는 욕구와 안전이 제일이라는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내 삶을 더 변화시킬 것이다. 이제 안전이 제1 덕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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