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드걸, 마이아로즈 크레이그
가끔 아이와 함께 우포늪에 가곤 하는데, 우리나라 최대 습지인 우포늪에는 다양한 생물종의 사는 자연의 보고이다. 붉은 머리오목눈이, 박새, 딱새와 같은 텃새도 있지만 여름 철새와 겨울 철새들이 매년 찾아오는 곳이라 새들의 낙원이라고 불릴 만큼 다양한 새들을 볼 수 있다.
특히 천연기념물인 노랑부리저어새를 보고 정말 이름대로 노처럼 생긴 부리를 저으면서 물고기를 잡는 모습이 정말 신기했다. 포식자들을 경계하느라 예민한 새들이 자유롭게 활동하는 모습을 방해하지 않으면서, 그들의 모습을 관찰할 수 있도록 쌍안경이 설치되어 있어 눈앞에서 보는 것과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자세하게 관찰할 수 있다.
다양한 새들이 우포늪을 찾아오는 이유는 이곳에 새들의 먹이도 풍부하여 서식할 수 있는 천혜의 환경이기 때문이다. 또한 우포늪에는 우포 따오기도 유명하며 우포 따오기 증식 복원을 위해 복원센터를 만들어 보호하는데, 우포 따오기 복원과 증식에 앞장서고 있다.
한여름 자주 볼 수 있었던 대표적인 여름 철새인 제비도 어느 순간부터 잘 보이지 않는다. 흥부놀부 전을 읽은 아이가 제비를 직접 보고 싶다고 말해서 시골에 가서 제비를 찾아보았지만, 어릴 적 흔하게 보았던 제비는 찾아볼 수 없고 언제인지 모르겠지만 제비가 살았던 제비집만 볼 수 있었다.
이제 따오기와 제비를 쉽게 볼 수 없는 이유는 너무나 당연하지만 아쉽게도 사람들은 그 이유를 잘 모른다. 인간 문명의 발전으로 환경이 오염되면서 그들의 먹이가 줄어들었고, 인간이 그들의 서식지를 파괴하면서 그들의 삶은 더욱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따오기의 경우, 인간에 의한 포획과 산란기 알에 대한 훼손으로 번식마저 어려워져 급격하게 개체 수가 감소하여 결국에는 멸종에 이르렀다. 포식자를 피해 인간의 곁으로 찾아온 제비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제비집을 만드는데 주요 재료인 진흙을 구하기 어려워져 산란을 할 공간을 마련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무분별하게 사용하는 농약과 제초제에 의해 새들의 먹잇감이 줄어들고, 농약에 노출된 먹이를 먹어 농약의 농축으로 번식력을 잃거나 죽게 되는 경우도 있어 새들의 서식환경은 날이 갈수록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다.
탐조인의 대상인 새를 자연환경이 아닌 박물관이나 생태전시실에 박제된 상태로 보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 자연의 생명이 살아 있는 공간에서 그들의 습성대로 자연스럽게 사는 모습을 보는 것이 탐조인의 궁금증과 갈망을 증폭시키는 것인데 인간의 탐욕은 끝이 없어서 새들을 사지로 내몰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만 이런 것이 아니라 극락조와 같이 희귀종인 새들은 불법 밀엽으로 포획되어 고가에 거래된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 어떤 새들도 자신의 서식지에서 살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뉴기니와 호주 등지에 서식하는 날지 못하는 새, 큰 화식조는 열대 우림의 씨앗을 발아시키는데 큰 역할을 한다. 200여 종 이상의 씨앗이 화식조에 의해 발아되는데 만약 화식조가 멸종된다면 자연스럽게 열대 우림도 사라질게 되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인간이 새들의 서식지를 파괴하고 빼앗으면 빼앗을수록 새들은 인간의 손이 닿지 않는 더 깊숙한 곳으로 숨을 뿐이고, 천성이 예민한 새들의 경계심을 더욱 가중시킬 뿐이다. 여행 비둘기처럼 미국 동부 지역에서 흔히 볼 수 있었지만 이미 인간에 의한 수많은 종류의 새들이 멸종되었고, 지금도 멸종의 단계로 가고 있다.
인간은 의미 없는 탐욕과 개발을 멈춰야만 한다. "새들은 기후변화에 있어 탄광 속 카나리아와 같다"라는 말처럼 기후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새들을 관찰하며 그들의 서식지를 보호하고 번식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새들이 사라진 곳에서는 인간도 언젠가 새들처럼 사라지게 될 운명을 맞이할지도 모른다.
인간은 지구라는 공간에서 다양한 동식물과 함께 사는 법을 배워야 한다. 더 이상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라는 말도 안 되는 감투를 벗어버리고, 그들의 습생을 존중하며 그들의 서식지에서 그들의 방법대로 사는 모습을 관찰하여, 더 이상 멸종의 길을 가지 않도록 도와야 한다.
그들의 멸종을 막는 것이 인간의 멸종을 막는 것이기에 기후변화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새들을 보면서 빠르게 진행되는 기후변화와 환경 파괴를 막을 수는 없겠지만, 느리게 진행되는 방법을 찾아 실천에 옮겨야 할 것이다. 동식물이 살 수 없는 지구에서는 인간도 살 수 없다는 사실을 절대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버드걸 / 마이아로즈 크레이그 / 문학동네 / 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