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무라카미 하루키
나는 무라카미 하루키라는 작가를 좋아한다. 그저 팬으로 좋아하는 수준이 아니라 정확하게 말하면 그가 하는 모든 것을 따라 할 정도로 동경한다. 그렇게 싫어했던 달리기를 시작한 이유 중 하나도 무라카미 하루키처럼 되고 싶어서였다. 건강하게 글을 쓰고 싶어 달리기를 시작했던 무라카미 하루키처럼 나도 건강하게 글을 쓰고 싶기에 달린다.
무라카미 하루키를 동경하면서도 그가 하는 행동 중 유일하게 따라 하지 않았던 달리기였기만 그처럼 되고 싶다는 욕망과 그를 닮고 싶다는 소망에 이끌려 달리기의 세계로 들어왔다. 하필 달리기를 시작한 시기가 7월이라 장마와 무더위, 그리고 혐오할 정도로 가장 싫어하는 습도와 싸우다 달리기를 하지 말까 생각하다가 이태근 선생님의 권유로 8월 2일부터 본격적으로 달렸다.
평생 100km의 거리를 달려본 적도 없는 내가 8월 한 달 동안 누적 거리 125km를 달렸고, 9월에는 150km를 계획했다가 페이스가 좋아서 180km로 상향 조정했다. 가장 싫어했던 것이 일상의 중심이 된 기분이 어떤지 생각해 본 적도 없지만, 오랫동안 나를 알고 지낸 사람들은 내가 달린다는 사실을 믿지 못하는 눈치이다.
특히 매년 의무적으로 참여해야 했던 국내 메이저 마라톤 대회를 단 한 번도 참여하지 않은 나를 알고 있는 회사 동료들은 나의 달리기를 믿지 못한다. 정말 달리는 것이 맞냐고 되물을 정도로 내가 달리기를 즐긴다는 사실에 놀라며, 두 달 전의 내 모습과 비교할 수 없는 현재의 내 모습에 또 한 번 놀란다.
달리기 때문만은 아니지만 과일 단식과 달리기를 평행하면서 27kg 정도 체중을 감량했고 주말이 지나면 기억조차 나지 않은 꿈의 몸무게인 70kg 대에 진입할 것이라 예상한다. 달리기를 하면서도 내가 달리는지 믿을 수 없었던 7월의 나와는 달리, 9월의 나는 누구보다 달리기에 진심을 표출하며 11월에 개최되는 10km 마라톤 대회를 준비한다.
내 인생에서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게 될 거라고 상상해 본 적도 없기에 강요에 의한 것은 아닌지 의심하는 사람도 있지만, 순도 100%의 자발적 의지로 대회에 출전한다. 본래 내 계획대로라면 15km의 거리를 달릴 수 있는 단계에서 출전을 고려해 보려고 했고, 아직 10km 마라톤 대회에 출전할 수준은 아니지만 대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나의 달리기가 부쩍 성장할 것 같아 굳은 결심으로 신청했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마라톤 풀코스뿐만 아니라, 100km 달리는 울트라마라톤, 철인 3종 경기 등 극한의 정신력을 요하는 달리기를 한다. 매일 달리기를 연습하는 지독한 그의 루틴이 하루키를 달릴 수 있게 만들겠지만, 그의 본업은 마라톤 선수가 아닌 소설가라는 것을 생각하면 주객이 전도된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아마 세상에서 그보다 더 많이 마라톤 대회에 참가한 소설가는 없을 것이며, 그보다 많은 거리를 뛴 마라톤 선수도 그렇게 많지 않을 것이다.
무엇이 그를 달리기의 세계로 이끌었는지 가장 궁금했는데 건강하게 글을 쓰기 위함이라는 것을 알고, 나도 “죽을 때까지 글을 쓰고 싶다”라고 말만 할 것이 아니라 하루키처럼 행동으로 옮기고 싶었다. 처음 2km를 달렸을 때 코로 숨을 쉴 수 없어 턱이 가슴에 닿을 정도로 입을 벌리고 달리다 벌레가 입속으로 들어왔던 기억이 난다. 고작 2km를 달려 놓고는 마치 마라톤 풀코스를 달린 사람처럼 유세를 떨었던 나였다.
이제 달리기의 참 맛을 본 지 얼마 되지 않은 초보 러너로써 앞으로 해야 할 훈련이 너무나 많지만, 무라카미 하루키처럼 절대 멈추지 않고 끝까지 달리겠다는 정신을 절대 잊지 않을 것이다. 물론 부상을 입을 수도 있고, 피치 못할 사정으로 멈춰야 할 수도 있겠지만 내가 먼저 포기하고 기권하는 일이 없도록 나에게 더 많은 관심과 사랑으로 다가가야 한다.
달리기를 하는 사람이라면 “나는 무엇 때문에 달리는가”라는 질문에 자신만의 답을 할 수 있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맹목적으로 건강해지고 싶어서, 기분이 좋아져서라는 대답보다는 다른 운동도 아닌 꼭 달리기를 하는 이유를 설명할 수 있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 나는 건강하게 글쓰기를 할 수 있는 체력을 만들기 위해 달리기를 하며, 무라카미 하루키처럼 되기 위해서 달린다고 말할 것이다.
무라카미 하루키처럼 달리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정말 많다. 이제 처음으로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는 나에게 그는 정말 큰 산이지만, 그처럼 매일 꾸준히 달린다면 언젠가는 나도 그와 같이 큰 산이 되어 그리스 마라톤 평원에서, 하와이 호놀룰루에서 그리고 보스턴 마라톤 대회에서 무라카미 하루키와 같이 달리고 있을지 모른다. 나도 그처럼 달리기를 하며 건강하게 글을 쓰고 싶다는 욕망을 현실로 이룰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여행지 홋카이도 사로마 호수에서 열리는 100km 울트라마라톤에 참가한 내 모습을 상상해 보았다. 지금 내 실력으로는 불가능한 일이지만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무라카미 하루키를 따라 하며 매일의 달리기를 한다면 내가 하지 못할 이유도 없다. 맹목적으로 큰 목표를 바라는 것을 아니지만 큰 목표를 이루기 위해 작은 성공의 맛을 보며 사로마 호수에서 울트라마라톤 대회에서 달리는 미래의 나를 꿈꿀 것이다.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 무라카미 하루키 / 문학사상 / 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