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 10km 마라톤 훈련
9월을 기다리고 기다렸던 이유 중 하나인 5일간의 꿀맛 같은 추석 연휴의 첫 시작을 달리기로 열었다. 어제 계획한 대로 욕심내어 무리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오늘은 출근의 부담도 교육 일정도 없기에 하루 종일 쉬어도 된다는 비장의 카드를 쥐고 있어 10km 달리기에 도전하기로 했다. 처음 시도하는 것이라 불안하기도 하지만 지금까지 연습한 것보다 몇 분만 더 참고 달리면서 포기하지 않는다면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 믿었다.
아직 달리기 초보이지만 9km를 달릴 수 있다면 10km의 거리도 충분히 달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8km를 달릴 수 있는 사람이 10km를 달리는 것은 무리이기에 거리를 늘리는 연습을 한 후에야 가능할 것이다. 거친 숨을 참아가며 흘린 땀방울이 있어야 거리도 늘릴 수 있도 페이스도 빠르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에 달리기는 참 기본을 반복적으로 훈련해야 하는 운동이다.
그래서 나는 마라톤 대회 버프를 믿지 않는다. 기본기를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대회 버프만을 믿고 출전했다가는 웅장한 대회 분위기와 달리기 고수님들의 기에 눌려 나의 속도가 아닌 그들의 속도를 따라갔다가는 뱁새가 황새 따라가는 격이 될지도 모른다. 욕심을 낼 단계는 아니지만 추석 연휴라는 시간 동안 10km 마라톤 연습을 할 수 있는 최적의 기회라고 생각한다.
마라톤 대회 고민을 하면서 런데이 애플리케이션을 이리저리 탐색하다가 <가상 마라톤>이라는 훈련 프로그램을 알게 되었다. 내가 참가할 마라톤 대회의 목표 페이스와 난이도를 설정하고 런저씨의 보이스 코칭을 들으며 가상의 러너들과 함께 달리는 훈련 프로그램이다. 과연 내가 10km 마라톤을 완주할 수 있을지 자신은 없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달린다면 완주할 수 있겠다는 다짐으로 가상 마라톤을 시작했다.
한 시간 달리기 연습을 오랫동안 했다고 생각했지만 고작 5일 정도 한 나에게 10km 가상 마라톤은 욕심이자 무리가 될 수도 있겠지만, 1시간 10분 안에 완주한다는 거창한 목표를 세우고 달리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달리기 연습을 하면서 나의 가장 고질적인 문제이자 체력의 한계라고 여겨지는 5~6km 구간대에서 발생하는 급격한 페이스 저하는 지금 당장 멈출 것을 종용하는 내면의 소리와도 깊은 연관이 있다.
내 안에서 이런 목소리를 들을 때마다 가볍게 무시하며 달리기를 지속하는 나의 뚝심이 오늘의 나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달리기를 하면서 완주하려는 나의 노력은 “한 번 시작하면 끝을 봐야 한다”라는 나의 독특한 성향도 크게 작용한다. 이것도 저것도 아닌 확실한 무언가를 얻고자 하는 노력이 큰 성공이든 작은 성공이든 나만의 방식과 방향으로 내가 가진 힘으로 스스로 쟁취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타인의 도움을 받는 것을 별로 선호하지 않는다. 내가 혼자 할 수 있어야 온전한 내 실력이라고 믿기에 혼자 하는 것을 더 좋아하지만, 달리기를 할 때마다 ‘부단히런’ 크루들의 응원은 엄청난 힘이 된다. 그냥 응원 버튼을 누르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달리고 있을 크루에게 힘을 실어주는 에너지 전달의 행위라고 생각한다.
벌써 추석이 되었지만 날짜를 보지 않으면 한 여름이라고 착각할 정도로 무더위가 심한 요즘, 815런을 하며 무더위와 땡볕과 싸운 경험으로 가급적이면 그늘이 있는 경로로 달리려고 했다. 체력을 온전히 달리기에 집중하고 싶었기에, 계획했던 경로가 아닌 그늘이 있는 경로로 급하게 바꾸면서도 집중력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주 3회 런데이 애플리케이션의 50분 달리기 훈련 프로그램을 사용하고 있는데, 음악을 들으며 달리는 것보다 런저씨의 목소리를 들으며 달리는 것이 더 효과가 좋다. 지금 내가 페이스를 유지하고 있는지, 자세나 호흡이 무너지지 않았는지를 수시로 점검하면서 올바른 달리기 자세를 연습한다. “런데이가 시키는 대로 하는 사람이 달리기에 성공한다”라는 말처럼 나의 방식을 고집하기보다는 런저씨의 가르침에 귀 기울이려고 한다.
오늘 처음 사용하는 훈련 프로그램이기에 낯설기도 했지만 런저씨의 목소리를 들으며 시키는 대로 달리면서 가상이지만 나의 첫 10km 달리기를 완주할 수 있도록 애썼다. 어제도 9.2km의 거리를 달렸기에 조금 더 달리면 충분히 달릴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생각과는 달리 고작 0.8km의 차이는 엄청나게 컸다.
평소와 같이 5~6km 구간대의 급격한 페이스 저하와 함께 회복되지 못하고 그 이후 구간대로 페이스가 느려짐을 느끼면서, 아직 무리였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이런 한계의 벽을 넘지 못한다면 나의 달리기는 성장할 수 없을 것이다. 벽을 넘어야 그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기에 오늘 나의 도전은 10km 마라톤을 넘어 하프 코스 마라톤 도전의 초석이 될 것이다.
페이스가 저하되어 생각보다 느려지기는 했지만 계획했던 대로 1시간 10분 안에 완주할 수 있어서 좋았다. 처음 도전한 것치고는 좋은 결과이지만 여기에 만족하지 않은 것이다. 이제 10km를 달렸다는 경험 자산을 통해서 부단히 10km 달리기를 연습하면서 체력을 만들 것이다. 매일 10km를 달리는 것이 쉽지는 않겠지만 영양 보충과 회복의 시간에 집중한다면 불가능한 일만은 아닐 것이라 믿는다.
11월에 참가하게 될 마라톤에서 완주하겠다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연습만이 살 길일 것이다. 매일의 연습이 쌓이고 쌓인다면 처음 참가하는 마라톤 대회이지만 환하게 웃으며 완주 메달을 목에 건 나를 상상하며 최선을 다할 것이다. 이런 상상을 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목표를 이룬 것 같은 느낌이 너무 좋다.
오늘 가상 10km 마라톤 훈련을 하면서 올해 안에만 달성하고자 마음먹었던 나이키 런 클럽 러닝 레벨이 오렌지 등급에서 그린 등급으로 상승되었다. 내가 그린 레벨이 되었다는 것은 지금까지 누적 달린 거리 250km가 넘었다는 알려준다. 달리기를 싫어했던 내가 250km를 달렸다는 사실도 놀랍지만, 15,000km의 거리를 달려야 얻을 수 있는 볼트 레벨을 꿈꾼다는 것이 더 놀라운 뿐이다.
나는 매일의 달리기를 통해 한 뼘씩 성장하고 있다. 달리기 성장통을 느낄 수도 있겠지만, 매일의 달리기를 통해 지혜롭게 성장통과 동거하면서 꾸준히 포기하지 않고 달리기를 하고 싶다. 무라카미 하루키를 동경하는 마음으로 달리기를 하며 작가의 체력을 만들려고 하는 노력이, 건강하게 오랫동안 글쓰기를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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