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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아 Sep 14. 2024

마라톤 풀코스라는 큰 그림

나만의 속도로 달리기

 어제는 연휴 시작 전 마지막 날이라서 그런지, 일도 많고 여유도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루를 달리기로 시작하는 루틴은 절대 포기할 수 없다. 지각을 하는 한이 있어도 달리기 연습을 하고 출근하겠다는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하며 되도록이면 출근에 지장을 주지 않도록 일찍 일어나 달리기는 물론 시작 전 스트레칭과 웜 업, 달리기를 마치고 회복 걷기와 쿨 다운을 할 수 있는 시간까지 확보해야 하기에 일어나자마자 부지런히 움직여야 한다.



가민의 제안을 보는 루틴은 이제 의미가 없어졌다. 물론 가민의 제안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지만 오늘의 달리기를 할 수 있도록 내 몸이 얼마나 회복되었는지 눈으로 확인하는 단계로만 활용할 생각이다. 혹여 회복이 안 되거나 더디다면, 욕심을 부리지 않고 페이스를 조절해 가면서 오늘 내가 달려야 할 거리 목표를 완주하는 것에 주안점을 두고 달릴 것이다.


 그래서 달리기를 하는 순간뿐만 아니라 달리고 난 후 회복하는 시간에도 많은 공을 들인다. 꾸준한 스트레칭은 물론 달리면서 약간이라도 통증을 느꼈던 부위는 마사지를 하면서, 통증이 지속되지 않도록 미연에 방지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내 달리기 목표는 완주도 중요하지만 부상 없이 건강하게 오랫동안 달리는 것이 더 중요하기에 부상 방지에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요즘은 습관적으로 앉아 있을 때마다 무릎이나 종아리 근육을 마사지하는 버릇이 생겼다. 러너의 무릎(Runner’s knee)이라는 고유 명사가 있을 정도로 달리기를 하는 사람에게는 고질적인 무릎 부상이 숙명이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러너의 무릎은 나와는 상관없는 이야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세상의 모든 러너가 부상의 위험에 항상 노출되어 있지만 부상 방지를 위해 노력한다면 충분히 방지할 수도 있고 예방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부상 방지를 위해 내가 가장 먼저 하는 것은 욕심을 부리지 않는 것이다. 달리기를 처음 시작할 때부터 속도에 대한 욕심은 버렸다. 몸집이 큰 내 체형상 빠른 속도로 달리는 것은 엄청난 체력 소모를 가져오기에 장거리 달리기를 하는 데 방해가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처음 달리기를 시작할 때부터 마라톤 풀코스 완주를 염두에 두고 시작했기 때문에 무엇보다도 매일의 작은 성공인 완주를 하면서, 42.195km라는 거대한 목표에 조금씩 다가가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거리에 상관없이 달리기를 시작하면 멈추지 않고 달려서 완주하겠다는 굳은 다짐을 통해 나는 조금씩 진정한 러너로 성장하고 있다.



 어제는 1시간 달리기 연습을 하면서 추석맞이 욕심을 내기로 했다. 이런 도전을 하게 된 이유도 예상하지 않았던 페이스가 빨라지면서 물리적으로 절대 바뀔 수 없는 한 시간 동안 내가 움직이는 거리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54분 대에 8km의 거리를 달리는 페이스라면 1시간 10분 안에 10km를 달릴 수 있을 것 같아 내일은 연휴의 첫날이자 토요일이라 부담 없이 한 번 도전하기로 다짐할 수 있었던 이유도 어제의 달리기를 하며 얻는 자신감 덕분이다.



 11월에 있을 10km 마라톤 대회를 준비하면서 8km 정도 달릴 수 있는 체력이라면 ‘대회 버프’를 통해 나머지 2km 정도는 자연스럽게 달릴 수 있다는 말을 들었다. 물론 개인차가 있겠지만 나한테는 ‘대회 버프’보다는 12km를 달릴 수 있는 체력과 경험을 만들어서 대회에 참가하는 것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나에게 있어 10km 마라톤 완주가 최종 목표가 아니기 때문이다.



 확정적인 것은 아니지만 내년 3월 정도에는 하프 코스에 출전하는 것을 계획하고 있기에, 난생처음으로 참가하는 이번 10km 마라톤 대회를 준비하면서 정기적으로 대회에 출전하려고 한다. 쟁쟁한 러너들 사이에서 기죽지 않고 나만의 속도로 달리는 것이 정말 필요하며, 완주 메달을 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완주했다는 희열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을 것이다.



 나는 아직 러너스 하이(runner’ high)를 느껴보지 못했다. 너무 힘들고 숨차고 쓰러질 것만 같은 고통 속에서 느끼는 희열의 느낌은 모르지만 달리기를 시작하기 전, 나에게 완주할 수 있다는 용기를 심어주며 같이 잘 달려보자는 매일은 다짐을 완주할 때 상기할 때면 절대 멈추지 않고 포기하지 않은 나 자신에게 칭찬해 주고 싶다.


 달리기 고수의 눈에는 보잘것없게 보일 수도 있겠지만 나는 나의 기록을 아주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무라카미 하루키처럼 달리기 시작한 후 완주할 때까지 결코 멈추지 않았으며, 내가 정한 목표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성취한 결과로 얻은 기록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의 기록은 아직 완성형이 아닌 성장형이기에 내일의 기록은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나 자신도 모른다.


내일은 어떤 달리기를 할지 모르겠지만, 매일의 달리기라는 한 단편을 어제의 단편과 내일의 단편과 연결하는 과정 속에서 완주라는 작은 목표를 이루는 작은 성공의 열매를 맛보며 성공의 과정을 만들어 갈 것이다. 나만의 속도로 만들어 가는 나만의 달리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미약하지만 10년 뒤 지금을 돌아보면 위대한 발자취가 될 것이라는 기분 좋은 상상을 하며 달리기에 집중하고 나의 달리기를 더욱 사랑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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