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 마라톤 3일 차
추석 연휴이지만 매일 하루를 시작하는 루틴은 변함없이 실행한다. 어느새 일어나서 스트레칭을 하고 달리기를 하러 밖으로 나가는 준비를 하는 일상은 자연스러움으로 점점 물들고 있다. 잠이 덜 깬 상태라 비몽사몽 하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가민의 제안을 확인하는 순간 오늘은 어떤 달리기를 해야 할지 고민하며 준비하기에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가상 마라톤이라는 프로그램을 사용한 지 3일 차 되는 날이라, 달리기 전부터 전날 느꼈던 페이스가 급격히 떨어지는 구간대에서 어떻게 하면 페이스를 유지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사실 고민한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달리기를 하며 느끼는 모든 고민은 나의 달리기를 성장시켜 주는 촉매라고 생각한다.
가상 마라톤의 처음 사용한 날,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1위를 해서 교만한 마음이 들지 않도록 노력했다. 아직 더 많은 연습을 하며 땀을 흘려야 할 나이기에 단 한 번의 시도에 만족하지 않고 부단히 노력하고 또 노력해야 진정한 러너로 거듭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속도와 시간에 대한 욕심을 버리고 달리는 것 그 자체를 즐길 수 있는 러너가 되고 싶은 마음으로 매일의 달리기를 할 뿐이다.
이날은 본가에서 잤기에 평소 내가 달리는 코스가 아닌 근처에 있는 부경대학교 대연캠퍼스 트랙을 달리러 나왔다. 하지만 연휴라 그런지 트랙으로 들어가는 문이 잠겨 있었고, 잠시 고민을 하다 부경대 정문에서 후문까지의 거리를 반복해서 달리면 10km 정도의 거리가 나올 것 같아 캠퍼스 지도를 보면서 대략적인 코스를 생각했다.
젊은 학생들의 열기로 가득 차 있어야 할 캠퍼스는 추석 연휴로 정말 조용했고, 외국 유학생을 제외하고는 사람을 보기도 어려웠다. 캠퍼스 내 차도 거의 다니지 않아서 마라톤 대회의 코스를 상상하며 달리기를 시작했고 그 어느 때보다 편하게 달릴 수 있어서 좋았다. 마치 교통이 통제된 도로를 달리는 느낌을 받으며 내 맘대로 달렸다.
‘부산’이라는 지명처럼 부산에는 높고 낮은 산이 많아 평지에 있는 학교를 찾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에 이르기까지 산 중턱에 있는 학교에 다녔던 나에게는 부경대학교 대연캠퍼스처럼 평지에 있는 학교는 그저 부러움의 대상이다. 덕분에 오늘의 달리기는 평소 내가 달리던 코스와 달리 오르막길이 없어서 편하게 달릴 수 있었다.
달리기 코스가 평지라고 해서 빠른 속도로 달리지 않았다. 10km 거리를 달릴 수 있는 체력을 만들어야 할 나에게는 무엇보다 체력을 만드는 훈련이 가장 필요하고 중요하다. 천천히 페이스를 유지하며 달리는 연습을 하면서 구간이 점점 후반부로 갈수록 페이스가 급격하게 떨어지는 것을 방지하는 노력을 한다면 자연스럽게 체력도 좋아질 것이라 믿는다.
본가에서 하루 자는 것을 계획한 것은 아니라 평소 착용하던 러닝 벨트와 모자도 없었지만, 그것이 없다고 해서 달리기를 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 나 스스로 달려야 할 이유를 만든다면 복장의 유무를 떠나 내가 어디에 있든 언제나 달릴 수 있을 것이다. 그래도 러닝화는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트렁크에 항상 러닝화를 가지고 다녀, 늘 달릴 준비를 한다.
날도 흐리고 잠시 소나기가 내리기는 했지만 그 무엇도 이날 나의 달리기를 멈출 수는 없었다. 왜냐하면 내가 달리고 싶었고, 달려야 할 이유가 있었기 때문이다. 매일의 달리기가 무리로 느껴지지 않도록 달리면서 통증을 느끼는 부위를 계속 점검했고, 무엇보다도 자세와 호흡에 신경 쓰며 페이스 유지에 노력하는 연습에 집중해야 함을 느꼈다.
중, 고등학생 때 친구들과 농구했던 부경대학교 대연캠퍼스는 세월의 흐름으로 신축과 리모델링으로 내가 알던 추억의 공간은 거의 없어졌다. 하지만 25년이 지나도 캠퍼스의 고목으로 이루어진 숲은 변함없이 사람들의 쉼터로 사용된다. 높이 벗은 나무처럼 나의 달리기도 성장하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달리기를 마무리하며 연휴를 즐겼다는 사실에 만족한다.
언제 어디서든 달리기를 할 수 있도록 미리 준비하며, 달리기를 누릴 명분을 만드는 것이 매일의 달리기를 즐기는 비법이라고 생각한다. 휴식도 중요하지만 매일의 달리기가 주는 쾌감을 누리는 기쁨이 더 크기에 무리가 되지 않는 선에서 매일의 달리기를 하려고 한다.
아직까지 병원 치료를 필요로 하는 부상을 입지 않았지만, 크고 작은 통증과의 동거는 러너에게 있어 숙명과도 같은 것이라 생각한다. 그 통증마저 달리기의 일부라고 생각하고 지혜롭게 통증과 함께하는 법도 배워야겠지만 동시에 심각한 통증을 미련하게 참아가며 달리기를 지속하지는 않을 것이다. 내 목표는 부상 없이 건강하게 오랫동안 달리기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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