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달리기를 하며 느낀 점
어제는 오랜만에 주말의 여유로움을 느끼는 하루였다. 평소처럼 새벽에 일어나 달리기 준비를 했지만 무슨 이유인지 몰라도 그대로 침대에 다시 누웠다. 하지만 잠들지는 않고 고관절 스트레칭을 하며 휴식을 취하면서 가만히 누워 힘을 빼는 연습을 했다. 가민의 제안이 휴식은 아니었지만 오늘은 왠지 모르게 휴식을 취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어 평소 잘 보지 않는 TV를 켜서 뉴스를 보다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다 보니 달리기 대신 <머니볼>이란 영화를 보며 쉬기로 했다.
그동안 두 달 가까운 시간 동안 새벽 달리기를 했던 나였는데 어제 특별한 이유가 없었지만 그냥 휴식을 하고 싶었고, 영화를 보며 그냥 푹 쉬었다. 다른 일정이 있었지만 급하게 취소하고 하루 종일 책을 읽으며 푹 쉬었다. 혹 누구는 책을 읽는 것은 쉬는 것이 아니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나에게 있어 책 읽는 시간은 그 어떤 시간보다 확실한 휴식을 누리는 순간이다. 요즘 재미를 붙인 소설 읽기를 통해 소설 속 등장인물에 감정을 이입하며 내가 경험해 보지 못한 일을 상상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계획된 것은 아니지만 밀린 강의까지 들으며 치열한 일주일을 끝낸 직장인이 누릴 수 있는 토요일만의 특별한 여유, 내일도 출근하지 않기에 일요일에 느끼는 출근에 대한 압박이 전혀 없는 완전한 주말의 여유 그 차제이다. 아무도 나를 찾지 않고, 평일 쉴 새 없이 울리던 전화마저도 고요한 이날은 그동안 내가 너무나 기다린 나만의 시간이다. 하루 온종일 나 홀로 보내는 시간을 통해 정해진 계획표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온전히 나를 위한 시간으로 보냈다.
늦은 점심을 먹고 책을 읽고 있는 데, 소화도 시킬 겸 ‘잠시 걷고 올까’라는 생각이 들어 밖으로 나왔다. 사실이 잠들기 전부터 달리기 복장을 하고 있었기에 바로 나가도 전혀 이상하지 않았고, 걷다가 달리고 싶은 마음이 들 수도 있을 것 같아 러닝 벨트까지 챙겼다. 런데이 애플리케이션의 <나이스 걷기>라는 마지막 훈련 프로그램을 하며 가볍게 걸으려고 했지만 막상 밖에 나오니 달리고 싶은 욕망이 끓어서 스트레칭과 웜업을 하며 달릴 준비를 했다.
충분히 몸을 풀었지만 지금까지 새벽 달리기를 하며 항상 공복 상태에서 달리기를 해서 그런지 몰라도 늦은 점심으로 배가 불렀기에 조금 달리니 토하고 싶은 느낌이 들었다. 속이 메슥거리며 멈추고 싶었지만, 호흡에 집중하면서 마음을 다스리니 조금 지나자 토하고 싶은 느낌이 사라졌다. 다행히 5km 가상 마라톤을 했기에 망정이지 만약 10km 가상 마라톤을 했다면 처음으로 중도 포기 버튼을 눌렀을는지도 모른다.
달리면서 가만히 생각해 보니 두 달 동안 늘 공복 상태로 달렸던 것을 몸이 기억하고 있기에 위가 꽉 찬 상태는 내 몸도 당황할 만한 상태였을 것이다. 또한 늘 새벽에만 들렸기에 밝은 상태였지만 저녁 달리기는 늘 달리던 길이라도 어두워서 평소보다 페이스를 줄여 조심스럽게 달릴 수밖에 없었다. 몸 컨디션도 페이스도 마음이 들지 않았지만, 오늘의 달리기를 할 수 있다는 그 자체가 좋았고 달리면서 침울한 기분도 좋아졌다.
5km 가상 마라톤을 완주하고 회복 걷기도 할 겸 <나이스 걷기> 마지막 단계를 하며 30분 정도 더 걸었다. 평소보다 천천히 달리고 추가로 걷다 보니 볼 수 없었던 것이 보이기 시작했는데, 늘 달리던 길이었지만 지난 호우주의보가 내렸을 때 돌다리가 사라진 것을 알 수 있었다. 일주일이 지났지만 이제야 돌다리가 사라진 것을 알고 놀랐고, 나의 첫 2km 달리기 코스가 사라졌다는 사실이 조금 서운하기도 했다.
밖으로 나오기 전까지 걸음수가 천보도 넘지 않았지만 5km 가상 마라톤과 나이스 걷기 30분을 하니 걸음수가 만보를 넘었다. 가볍게 땀도 나고 호흡이 가파 지기도 했지만, 달리기와 걷기를 통해 찌뿌둥했던 몸이 회복됨을 느낄 수 있었다. 만약 완벽한 휴식을 꿈꾸며 하루 종일 집 안에서만 있었다면 더 몸이 쳐 저서 내일의 달리기에도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너무 잘한 선택이라 생각하며 쿨다운을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냉수욕을 하며 지쳤을지도 모를 다리 근육을 풀어주었고 혹여 뭉치거나 통증을 느끼는 곳은 없는지 마사지를 하며 몸 상태를 점검하였다. 오늘 새벽 달리기를 하지 않은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 보니 9월 200km의 거리를 달리겠다는 목표를 달성하여 조금 긴장감이 없어진 상태라 나를 자극하고 긴장하게 만들어주는 새로운 목표가 필요함을 느껴 내일 12km 가상 마라톤을 연습해 볼까 잠시 고민했다. 아직 12km 가상 마라톤이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이제 조금씩 거리를 늘려가며 하프 마라톤을 준비하는 연습을 할 것이다.
거리를 늘려갈 때마다 달리기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더 확보하기 위해 더 일찍 달리기를 시작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더 일찍 자서 충분한 회복을 취하고 새벽 6시 전에는 달리기를 시작할 수 있도록 스트레칭과 웜업을 해야 할 것이다. 9시 전에는 잠들 수 있도록 하루의 계획을 최선을 다해 실천하며 조금씩 나의 달리기 세계를 넓혀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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