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스트링 통증으로 느낀 것들
어제 12km 가상 마라톤에 처음 도전하고 정신없이 일정을 보내다, 저녁 식사 시간을 놓쳐서 평소보다 늦은 저녁을 먹은 후 양심에 가책을 느껴 30분 나이스 걷기를 하였다. 12km 달리기를 하고 쿨다운으로 30분 나이스 걷기까지 한 상태라 어제 내가 걸은 걸음수는 무려 28,819 보였다. 일요일이라 부담은 없었지만 조금 무리를 했는지 오늘 새벽 다리가 뻐근함을 느낄 수 있었다.
달리기 거리를 늘릴 때마다 작심삼일 전략으로 삼일 동안 같은 거리를 달리는데 오늘만큼은 무리하면 안 될 것 같아 5km 가상 마라톤을 하기로 했다. 스트레칭과 웜업을 하면서 달릴 준비를 하였고, 지난주부터 달리기 전 약 2,000보 정도를 걸으며 몸을 예열하는 루틴을 적용한다. 물론 완주 후 집에 최단 거리로 돌아갈 수 있는 지점을 계산해서 달리기 전 미리 걷는 것이다.
어제의 피로가 미쳐 풀리지 않은 것 같아 페이스를 천천히 달리기로 했는데 달리기를 시작하니 출근 준비에 여유가 없을 것 같아 조금 속도를 올려 달렸다. 격일로 5km 가상 마라톤을 할 때는 아주nice님의 조언대로 가속주 개념을 적용해 페이스를 빠르게 달리는 연습을 한다. 빠르게 달린다고 해서 전력 질주를 하는 것은 아니고 평소보다 페이스를 조금 빠르게 하는 정도이다.
아직 초보 러너라서 속도에 집중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지만 짧은 거리는 평소보다 페이스를 올려 달리는 연습을 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느껴 주로 5km 가상 마라톤을 하는 날에는 빠르게 달린다. 오늘 2km 구간대까지는 큰 문제없이 달렸는데 2km 구간을 절반 정도 넘어갔을 때 갑자기 왼쪽 햄스트링이 올라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머릿속으로 '아뿔싸'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일단 멈추지 않고 달리면서 햄스트링의 상태를 느껴보기로 했다. 사회인 야구를 하면서 몇 번 햄스트링이 올라온 경험이 있어서 본능적으로 심각한 상황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지만, 이런 통증은 처음이라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달리기 전 충분히 스트레칭을 했다고 생각했는데 어제 무리한 것 때문인지 근육이 뭉쳐있었던 것 같다.
달리는 것을 멈추고 햄스트링의 상태를 볼까 잠시 고민하기도 했지만, 움직이지 못할 정도로 큰 부상은 아니었기에 일단 5km 가상 마라톤을 완주하는 것을 먼저 하기로 했다. 대신 올렸던 페이스를 조금씩 낮추면서 페이스 조절을 했고, 햄스트링 쪽에서 통증을 느끼지 못하는 페이스를 찾아가며 천천히 달렸다.
미련하게 완주를 고집해서 부상이 심해지는 것은 아닐까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일단 완주를 하기 위해 집중했고, 페이스를 낮췄음에도 불구하고 1위를 기록하며 33분대로 완주할 수 있었다. 물론 가상 마라톤을 시작하기 전 목표 페이스를 입력할 때 1위를 할 수 있도록 조치를 했기 때문에 어부지리로 1위를 한 것이라 큰 의미는 없다.
그래도 아무리 연습이지만 가상 마라톤을 할 때 1위를 하는 것은 기분도 좋고 자신감이 생긴다. 예상하지 못했던 통증으로 당황하기는 했지만, 포기하지 않고 완주를 했다는 것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이런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도 냉정함을 잃지 않는 집중력이 필요함을 느꼈다. 만약 당황해서 멈췄더라면 오늘 하루 종일 찜찜한 기분에 휩싸여 기분이 좋지 않았지도 모른다.
완주 후 쿨다운을 하며 평소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여 스트레칭을 하면서 햄스트링 부위를 집중적으로 풀어주었다. 다리를 들지 못할 정도의 통증은 아니라서 냉수욕과 마사지를 하며 햄스트링을 풀어주었고 운전할 때는 신호 대기 중에 틈틈이 햄스트링 부위를 마사지하고 있다.
9월 한 달 동안 매일의 달리기를 하겠다는 고집으로 무리해서 그런지 몰라도 처음으로 햄스트링의 통증을 느꼈고, 예상하지 못했던 부상에 걱정이 앞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부상과 통증도 달리기에 일부분이라는 말처럼, 달리기를 할 때 부상과 통증에서 완벽하게 자유로움을 느낄 수 없겠지만 앞으로 내 몸에 더 많이 신경 쓰며 관심을 가져야 함을 느꼈다.
당장 내일의 달리기를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되지만, 일단 달려볼 생각이다. 대신 테이핑을 해서 햄스트링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미리 조치하며 천천히 달려볼 계획이다. 달리는 중 심각한 통증이 느껴진다면 즉시 달리기를 멈추고 몸의 상태를 확인해서 전문적인 치료를 받을지 결정할 것이다.
달리기도 좋고 대회 출전도 좋지만 우선 내 몸이 건강해야 하기에 부상 방지와 컨디션 관리에 힘쓰면서 똑같은 루틴을 지키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평소 6시 이후에 아무것도 먹지 않았던 습관을 만들고 있었지만, 어제 심각한 허기를 느껴 늦게 저녁을 먹고, 밥 9시 넘어 걸었던 것도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달리는 순간만 달리기가 아니라 모든 순간이 달리기에 영향을 준다는 것을 잊지 말고 매 순간 집중하는 러너가 되어야 할 것이다. 달리는 것 자체는 너무 단순하지만 잘 달리기 위해서는 많은 것을 공부하고, 여러 가지의 영향을 검토해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
코스의 상태, 기온, 강수, 풍향, 풍속 등만 고려하다 수면 시간, 근육의 뭉침 상태까지도 감안해야 하는 달리기라는 것을 알았기에 외부적인 영향과 내부적인 영향의 차이를 감안하여 보다 세밀한 달리기를 할 수 있도록 꼼꼼히 점검할 것이다. 나보다 내 몸을 잘 아는 사람은 없기에, 내가 먼저 내 몸에 대한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
절대 욕심을 내어 무리하지 않도록 평정심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매일 똑같은 루틴을 지키며 달리기 최적의 몸 상태를 만들고 유지하는 것도 부상 없이 건강한 달리기를 위한 방법임을 잊지 말고, 기분에 따라 변하지 않는 한결같은 생활을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왜냐하면 나의 달리기 목표는 부상 없이 건강하게 오랫동안 달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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