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데이 동장군 취임식
입사 초 오픈 준비하는 매장에서 일어난 일인데 무속신앙에 심취했던 분이 아파트 단지에서 바로 들어올 수 있는 문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하셔서 힘들었던 적이 있었다. 무엇 때문에 그러시냐고 여쭤봐도 "그냥 그렇게 해달라"라고 말씀하시며 문을 막아야 하는 이유조차도 설명해 주지 않아 공사 일정을 맞추기 어려워 답답하기만 했다.
계속된 설득 끝에 자신이 아닌 무속인이 공사현장에 방문해서 기복의식을 했는데 그 문에 동장군이 서 계셔서 그 문을 벽으로 막아야 장사가 잘 된다는 말을 듣고 문을 막고 싶다는 말을 했다. 이 말을 듣는 순간 정말 어이없고 당황스러웠지만, 상권의 '상'자도 모르는 무속인이 아파트 입주민을 주 고객으로 하는 입지에서 이런 주장을 했다는 것이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개인의 믿음을 막무가내로 타박할 수도 없었기에 일단 원안대로 진행하고 예상했던 것보다 매출이 부진하면 문을 막자고 설득하여, 원래의 계획대로 진행했고 무사히 공사일정을 맞출 수 있었다. 오픈 날, 매출이 안 나오면 어떡하지라는 걱정이 앞섰으나 그동안의 상권조사를 바탕으로 추진한 것이라 충분히 예상 매출이 나올 것이라 믿었고, 실제로 예상 매출보다 더 많이 나와 문을 막는 일이 발생하지 않았지만 동장군이란 말을 듣기만 해도 치가 떨 정도로 동장군을 싫어했다.
초보러너의 혹독한 겨울을 보내고 있는 요즘, 달리기를 할 때 주로 사용하는 런데이 애플리케이션을 보다 <동장군 취임식>이란 챌린지를 하고 있어 예전의 추억이 떠올랐다. 오랜 시간이 지난 터라 동장군에 대한 미움이 옅어져 챌린지를 찾아보았고, 4주 동안 주 3회 50분 달리기를 하는 도전이었다. 부단히런을 처음 참여했을 때 주로 사용했던 훈련 프로그램인데 1시간 달리기를 시작하고부터는 사용하지 않았던 프로그램이었다.
안 그래도 올해 달리기 분야의 목표가 주 3회 달리기여서 이 챌린지에 마음이 이끌렸고, 점심시간 달리기를 잘 활용하면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 생각해서 더 이상 고민하지 않고 바로 신청했다. 추운 날씨를 핑계 삼아 달리기를 하지 않을 명분을 찾으려는 나에게 아주 강력한 달리기 트리거가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이 챌린지를 꼭 성공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추위가 싫어 상대적으로 따뜻한 오후에 달리고 싶어 막무가내로 시작한 점심시간 달리기였지만 50분 달리기를 하기 위해서는 스케줄 조정을 통해 일정 관리를 잘해야 가능한 일이라 일주일 전체의 일정을 확인하고 정해진 요일에 달리기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먼저 만들었다. 출근할 때 여벌의 옷을 챙겨 나갔고 치열하게 오전 업무를 하고 미리 눈여겨본 달리기 장소를 가서 점심시간 달리기를 즐겼다.
이렇게 <동장군 취임식> 1주 차 세 번의 도전에 성공할 수 있었고, 챌린지 2주 차를 맞이 한 이번 주에도 변함없이 도전을 지속할 것이다. 상대적으로 춥지 않은 지역이지만 게으름의 화신은 나는 언제든지 달리기를 하지 않을 명분을 찾고 그 명분을 핑계 삼아 달리기를 하지 않을 수 있기에 이런 챌린지를 통해 나를 단련시켜야만 한다. 추위가 무서워 달리기를 쉬었던 12월을 생각하면 달릴 명분이 꼭 필요하다.
올해 달리기 루틴을 더욱 강화해서 하프 마라톤에 도전하고 싶기에 이번 겨울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하프마라톤 성공 여부가 결정될 것이다. 춥다고 웅크리고만 있을 것이 아니라 달릴 이유를 찾고 그 이유를 일상에서 증명하는 과정을 반복한다면, 어느새 달리기는 내 일상의 중심이자 자연스러운 루틴이 될 것이라 믿는다. 또한 이런 자세는 초보러너는 물론 러너라면 항상 지녀야 할 마음가짐일 것이다.
남은 주차의 도전을 꼭 실천해서 <동장군 취임식> 챌린지를 성공하고 싶다. 인스타그램을 하지 않아 이벤트에 응모할 수는 없지만, 이벤트 응모를 위한 것이 아닌 이번 겨울 더욱 성장하고 싶다는 욕망을 이 챌린지를 통해 실현하고 주 3회 달리기라는 올해의 목표를 차근차근 실천하고 싶다. 물론 달리기를 하지 못하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달리려고 하는 노력으로 어제보다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달리기를 통해 변화하는 하루를 차곡차고 모아서 무라카미 하루키 같은 러너로 성장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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