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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의 약속

약속은 지키기 힘들다

by 조아

지난주 일요일, <런데이 동장군 취임식>이란 챌린지에 도전하면서 일요일에는 내 기준으로 장거리 달리기 훈련을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10km라는 거리가 장거리는 아니지만 초보러너인 나에게는 엄청난 장거리이다. 10km를 한 시간 안에 주파하기도 했지만 집중해서 달리지 않으면 이마저도 쉽지 않은 부담스러운 거리라서 하프 마라톤에 도전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극복해야 하는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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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일요일에는 10km 달리기를 하겠다고 공표한 상황에서 독자에게 한 말과 나와 약속을 지키기 위해 밖으로 나갔다. 지난주보다 날이 풀려 따뜻했기에 달리기 딱 좋은 날씨여서 가볍게 웜업을 하며 몸을 풀었다. 겨울이지만 남쪽의 겨울은 눈이 내리지 않는 시절이라 상대적으로 달리는데 제약이 없지만 예상하지 못한 강풍이 부는 날에는 체감 온도가 떨어져 방한 대책을 강구한 채 달려도 추위를 느낀다.


한 번은 발이 꽝꽝 얼어 한 발 한 발 내딛을 때마다 발바닥에서 전해 오는 충격이 굉장했었다. 이렇기 때문에 겨울 달리기는 항상 부상의 위협에 노출되어 있다는 말을 실감할 수 있었고, 부상을 당하지 않기 위해 더 신경 써서 웜업과 쿨다운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일요일은 평일보다 시간적 여유를 몸이 먼저 느끼는 날이라 평소보다 충분히 스트레칭을 하고 달릴 준비를 했다.



전날 감정코칭 1급 과정 수료식을 하고 축하파티를 하느라 늦게 잤던 터라 회복이 덜 되었는지 아니면 먹지 않던 음식을 늦게 먹었는지 몰라도 몸이 무겁고 힘이 없었다. 동장군 챌린지는 물론 조금만 달릴까 고민하는 나와 약속한 10km의 거리를 달려야 한다는 나와의 갈등이 지속되며 달리기 시작했다. 충분히 웜업을 했기에 몸은 가벼웠지만 이런 갈등으로 마음이 무거웠지만 일단 달렸다.


만약 오늘이 토요일이었다면 컨디션에 따라 조금만 달리고 일요일에 다시 달릴 수 있지만, 오늘은 일요일이라 지금 달리지 않으면 안 그래도 연휴 전이라 바쁜 평일 달리기를 할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상황이라 멈추고 싶은 마음을 꾹꾹 누르며 달렸다. 이렇게 고민의 고민을 거듭하다 보니 어느새 거리는 5km가 넘었고, 한 번 더 완주하겠다는 마음으로 반환점을 돌았다.



5km까지는 29분 대에 통과해서 한 시간 안에 완주할 것이라 생각했지만, 점점 힘이 빠지는지 페이스가 떨어졌고 10km 한 시간 안에 주파하는 것은 결국 실패로 돌아갔다. 하지만 멈추고 싶다는 마음을 억누르며 약속한 10km를 완주했다는 것에 큰 의미를 두고 싶다. 통증이나 부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컨디션이 나쁘다는 이유만으로 도저히 멈출 수는 없었기에 끝까지 달릴 수 있었다.


약속은 지켜야지만 약속의 가치를 발휘한다고 생각한다. 혹자는 약속은 깨기 위해 하는 것이다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입 밖으로 나온 말을 책임지지 못하는 것은 신뢰의 문제이자 신용의 문제이다. 지키지도 못할 말을 남발하게 된다면 어느 누가 그의 말을 믿고 따를 수 있을까?? 그 어떤 시대라도 신용이 없는 사람과의 관계는 하루빨리 정리하는 것이 상책이다.


일요일에 10km를 달리겠다는 것은 독자에게 한 약속이기 전에 나와의 약속이다. 평일보다 여유로운 일요일에 편안하게 10km를 달려야 한 주의 달리기를 부담 없이 할 수 있기에, 일요일 10km를 달리겠다고 다짐했었다. 불과 일주일 전에는 매주 잊지 않고 하겠다고 마음먹었지만, 일주일 만에 달리지 않을 명분을 찾는 나의 간사함에 부끄럽고 다시 한번 더 마음을 꽉 부여잡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물론 10km의 거리가 나의 최종 한계는 아니다. 지금 무리하지 않기 위해 10km의 거리를 달리는 것이지 따뜻한 봄이 오면 거리를 늘려 하프 마라톤 준비를 할 것이다. 그래서 다음 주부터는 날씨를 보고 거리를 조금씩 늘려 거리의 한계를 높이려고 한다. 일요일 달리기를 위해서는 늦어도 금요일부터 잘 쉬고 회복하는 시간을 가져야 함을 느낀다. 달리기는 달리는 순간뿐만 아니라 휴식의 연장선이라는 지혜를 몸소 느끼며 달리기에 최적화된 인간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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