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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의 세 번째 일요일

일요일 10km 달리기

by 조아

2주 전부터 일요일에는 10km 달리기를 하겠다고 스스로 나와의 약속을 했다. 누구도 나와의 약속에 관심이 없을 수도 있겠지만, 말과 행동이 같아야 한다고 믿는 나에게는 나와의 약속을 지키는 것 자체도 중요하지만 지키려고 노력하는 과정 또한 중요하다. 말과 행동이 다른 것을 싫어하는 나에게는 무엇보다 지킬 수 있는 말을 하는 것이 중요하며, 말을 했으면 지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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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어제 미션 런데이 10km 달리기를 하면서, 실시간 마라톤이 아닌 기간제 마라톤을 선택해서 오늘 달리면 딱이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실시간으로 대회에 참여하고 싶다는 욕망이 더 컸다. 마침 다음 주 목요일까지 쉴 수 있는 긴 연휴라 충분히 쉴 수 있기 때문에 조금 무리가 될 수도 있지만 이번 기회에 한 번 이틀 연속 10km 달리기를 하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


연휴 전부터 이번 연휴 기간 동안 무엇을 하면 좋을까 고민하다 매일 한 번씩 읽을 책도 한 권 샀고, 토요일부터 목요일까지 매일의 달리기를 하면 어떨까 고민하다 미션 런데이와 일요일의 약속 두 가지에 도전해 봤다. 체력적으로 부담이 되겠지만 이렇게 긴 연휴도 자주 오는 것이 아니라서 긴 연휴의 축복을 누릴 겸 평소 할 수 없었던 것에 도전하는 것도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어제 미션 런데이 10km를 완주하고 조금 힘들었지만 평소보다 일찍 잠들었고 늦게 일어나 충분히 회복하였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가민이 알려주는 내 몸의 상태는 더 휴식을 취해야 했다. 어제의 달리기로 대신할 수도 있었지만, 연휴 전부터 매일의 달리기를 하겠다는 생각을 했기에 일요일의 약속을 지키려는 시도는 해봐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대신 훈련 후 전날보다 의도적으로 페이스를 늦추는 킵초게의 방식처럼 평소의 페이스보다 1~2분 정도 느리게 회복 달리기를 했고, 안정적인 심박수를 유지하기 위해 심박수가 높아지면 의도적으로 페이스 늦추고 심박수가 3 영역에서 일어나도록 페이스를 주기적으로 관리했다. 천천히 달리는 조깅을 하며 어제의 신기록 달성으로 조금 뭉쳐 있는 다리 근육을 풀어주기 위해 노력했다.



최고의 해장은 해장술이라는 말처럼 달린 후 가장 좋은 회복 방법은 회복 달리기라는 생각이 들어, 천천히 달리면서 온몸의 근육에 신경을 썼다. 어느 부위에서 통증이 있는지, 감각이 예민한지 아니면 더딘지를 계속 확인하며 어서 회복되기를 원했다. 페이스에 신경 쓰지 않고 천천히 달리니 다른 곳에 신경을 쓸 수 있는 여유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 좋은 경험이었다.



한 편으로는 내일 아침 일어났을 때 가민이 휴식일을 제안할 수도 있어서 이왕 무리한 것 조금 더 달려볼까 하는 생각에 오랜만에 15km 달리기를 하려고 했으나, 달리기 시작 전부터 잔뜩 흐렸던 하늘에서 한두 방울씩 비가 내리기 시작해서 급하게 마음을 접었다. 겨울비를 맞으며 10km 달리기를 마무리했고, 의도적으로 천천히 달렸지만 한 시간 십일 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일기 예보에 따르면 내일 비가 내린 후 급격히 기온이 떨어진다고 하여 이참에 미리 달리는 것도 좋다고 생각하여 조금 무리하긴 했지만, 생각보다 힘들지 않았다. 처음 이틀 연속 10km 달리기를 했지만 그동안 불가능할 것이라 생각해서 단 한 번도 시도하지 않았던 생각의 한계와 두려움은 그 생각을 직접 행동으로 옮기는 용기와 시도를 통해 극복된다는 것도 배웠다.


생각만 하면 절대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생각했다면 행동으로 옮겨 무엇이 부족한지, 어떤 것을 개선해야 하는지 직접 느끼고 생각을 발전시켜야 진정한 성장을 할 수 있다. 그동안 완벽하게 하려고 계획과 생각만 했던 내가 달리기를 하면서 무모하다고 생각되는 행동을 통해 한계를 극복하고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중이다. 익숙함을 떠나 처음 경험하는 새로움은 무모한 생각을 행동으로 옮길 때 온전히 느낄 수 있다.



물론 내일은 극심한 피로를 느낄 수도 있겠지만, 긴 연휴가 주는 여유로움 속에 늦잠을 자도 되기에 마음 편히 무모한 도전을 했고 도전에 성공할 수 있었다. 성공은 도전하는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며, 성공하기 위해서는 생각에 그치는 것이 아닌 행동으로 옮기는 시도의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앞으로 생각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시도하지 않고 결과를 예측하는 것이 아닌 무모해 보여도 행동으로 옮기는 시도를 할 것이다.


단 1%의 가능성이 있는 성공할 확률이 희박한 상황이라 할지라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도하며 무엇 때문에 안 되는지, 어떻게 하면 문제를 개선할 수 있는지는 시도를 통해서만 알 수 있다. 미리 안 될 것이라 단정하지 말고 중간에 포기하더라 할지라도 시도하는 용기가 어제의 나보다 한 뼘 더 성장한 오늘의 나를 마주하게 만들어 준다고 믿는다. 시도와 실패를 반복하며 조금씩 성장하는 기쁨은 오직 나만이 누리는 축복이다.



그동안 시도하지 않고 미리 안 될 것이라 단정했던 과거의 어리석음을 반복하지 않으려면 이런 무모한 시도를 지속해야 한다. 나이가 들어 무모해 보인다는 평가를 받을 수도 있겠지만, 앞뒤 재지 않고 생각없는 무모함이 아닌 평소 진지하게 고민하고 고민했던 것을 생각의 영역에 두는 것이 아닌 현실의 영역으로 끌고 나오는 과정으로 문제의 개선을 도출하는 해결의 과정이기도 하다. 축복과 해결의 반복이 진정한 성장의 영역이라는 생각이 드는 이유는 도전에 성공한 사람이 누리는 여유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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