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의 또 다른 이름, 마라톤
하루만 휴가를 쓰면 최장 9일까지 쉴 수 있는 역대급 연휴 기간 동안 무리해서라도 달리기를 즐기고 있는 나는 처음부터 달리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아니었다. 정말 아이러니하게 어떻게 하면 달리지 않을지 고민하던 사람이었다면 가족들조차도 믿지 않는다. 원래 달리기를 좋아했던 사람으로 아는 지인도 있지만 나는 달리기가 아직도 낯설고 혹여 어떤 이유로 달리기를 하지 않게 될 수 있다는 두려움이 아직 남아 있다.
이런 낯섦을 익숙함으로 두려움을 믿음으로 바꾸는 유일한 방법은 그냥 매일 하는 것이다. 평소에는 매일 달리고 싶어도 이런저런 사정 때문에 하기도 어렵고 할 수 없을 때가 많지만 이번 연휴라는 최고의 기회를 살려 익숙함과 믿음을 시간으로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매일 달릴 수 있을 때 달리기를 할 수 있도록 어딜 가든지 달리기 준비물을 챙겨 다닌다.
아내도 유난 떤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지만 그런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의연하게 준비물이 든 쇼핑백을 챙긴다. 달리기를 하면서 가장 좋아하던 스포츠웨어 브랜드도 바뀌어서 요즘은 새로운 브랜드 제품만 착용한다. 처음에는 달릴 때만 러닝화를 신었지만 일상생활을 할 때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러닝화를 찾아 평소에도 러닝화를 신고 다니며 달릴 수 있을 때를 기다린다.
러너라면 자발적 또는 의무적으로 마라톤 대회에 참여하고, 대회를 준비하며 훈련하는 동안 실력이 월등히 좋아지기도 한다. 마라톤 대회가 전부는 아니더라도 대회 참가를 결정하고 자신이 신청한 코스를 계획적으로 준비하는 동안 어떻게 훈련하는 동안 훈련 전과 확연히 다른 러너로 태어날 수도 있기에 어쩌면 마라톤은 러너의 성장 관문이라고 할 수도 있다.
매년 수많은 마라톤 대회가 열리지만 국내에는 동아마라톤, 춘천마라톤, JTBC 마라톤이 3대 메이저 대회이다. 달리기를 하기 전부터 국대 3대 메이저 대회 중 하나인 JTBC 마라톤 대회에 무료로 참여할 수 있었지만, 그때는 얼마나 큰 대회인지조차 몰랐던 때라 그 가치를 알지 못했다. 지금 생각하면 너무나 아쉽지만, 설령 참여할 수 있다고 하더라고 거리적인 문제로 며칠을 고민해도 쉽게 답을 내리기도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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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집 근처에서 할 수 있는 대회가 가장 나에게 적절하다고 생각해서 작년 태어나서 처음으로 전국사상에코 마라톤에 참가했다. 처음부터 마라톤 참가를 염두하고 달리기 훈련을 한 것은 아니지만, 한 번쯤은 참가해서 경험을 쌓는 것도 좋겠다고 생각해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참가 신청을 하고 대회를 준비했다. 10km 코스를 신청했는데 신청 전부터 10km 달리기 연습 중이라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달리기도 마찬가지이겠지만 세상 모든 일이 첫 술에 배부를 수 없기에 처음 참가하는 마라톤 대회에서 비약적인 성과를 기대하기보다는 완주 자체에 큰 의의를 두고 가능하다면 한 시간 안에 결승선에 들어오면 좋겠다고 생각해 이 두 가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열심히 준비했다. 연습할 때 흘린 땀 방울이 대회에서 빛을 발휘하기를 고대하며 대회 준비를 했고, 대회 당일 컨디션이 좋지 않아 힘들었지만 목표했던 두 가지를 모두 달성할 수 있었다.
말로만 듣던 마라톤 대회에 직접 참가해 보니 지금 나의 실력을 정말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었다. 엄청난 페이스로 10km 거리를 30분 대에 완주하는 에이스 그룹의 러너를 보면서 부러움과 놀라움을 느끼는 것은 정말 좋은 경험이었다. 나도 열심히 연습하면 저분들처럼 달릴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과 희망을 발견했고 대회에 자주 참여해서 경험을 축적할 필요도 느꼈다.
하지만 수많은 러너가 동시에 출발하는 마라톤 대회는 내 성향과 맞지 않았다. 특히 초반부에 앞에 있는 러너 사이를 해쳐 앞으로 나가는 체력을 비축해야 함을 배우는 좋은 기회였지만 초반에 체력을 많이 써서 안 그래도 컨디션이 좋지 않아 기권할 뻔했기에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지는 않다. 만약 기권했다면 지금 달리기를 하고 있을지도 의문이다. 이처럼 나의 첫 마라톤은 좋은 기억은 아니다.
이런 나의 첫 경험은 잊고 싶은 과거가 아니라 오히려 이를 더 악물고 연습하게 만들어준 동기가 되었다. 훗날 어떤 마라톤 대회에 참가할지 모르지만 처음 대회보다 더 체계적으로 준비해서 나와의 싸움에서 이기겠다는 다짐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충분히 훈련하지 않고 무분별하게 대회에만 참가하는 우를 범하지 않기 위해 일 년에 두 번 정도만 참가하는 방법이 좋겠다고 생각해서 어떤 대회가 참가할지 고민 중이다.
올해 목표 중 하나인 마라톤 하프 코스에 참가하여 완주하겠다는 것을 달성하기 위해 주 3회 달리기 루틴을 실천 중이다. 아직 10km 거리를 중점적으로 연습하고 있지만 따뜻한 봄이 오면 조금씩 거리를 늘려가면서 5월에 열리는 대회가 참가할 생각이다. 예상했던 것보다 훈련 성과가 좋으면 4월에도 참가할 수도 있겠지만 조바심을 내기보다는 천천히 준비해서 참가하는 방법이 더 좋을 것이다.
나의 첫 마라톤 대회는 이미 과거가 되었지만, 과거의 경험을 토대로 현재의 달리기를 하면서 미래의 대회를 준비한다. 초보 러너이기에 어쩌면 당연할 수도 있겠지만, 처음이 주는 부족함은 노력으로 채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첫 마라톤 대회를 통해 내 실력을 확인했고 정말 부족하다는 사실을 알았기에 더 많이 노력하고 연습해야겠다는 생각을 행동으로 옮겨 매일 조금씩 성장하는 러너가 될 것이다.
마라톤이라는 도전을 통해 자극받고 자극을 성장의 동기로 사용한다면 정말 좋은 성장의 자극제가 될 수 있다. 올해 이루고 싶은 목표에 도전하는 나는 목표 달성에 실패할 수도 있지만, 내가 어떻게 도전을 준비하고 연습하느냐에 따라 목표 달성의 결과는 달라질 것이다. 나는 반드시 하프 마라톤 완주를 하고 싶기에, 최선을 다해 준비하며 도전에 대한 응전의 시간에 충실히 임해야 한다. 그리하여 나는 하프 마라톤 완주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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