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적 성질을 거스르게 하는 것은
작년인가 재작년에 뱅크샐러드에서 제공하는 유전자 검사를 받았다.
침을 분석해 내가 가진 유전적 강점과 유전적 약점을 분석해 주는 검사인데
쇼트 슬리퍼, 롱 슬리퍼 중에서 롱 슬리퍼,
아침형 인간, 저녁형 인간 중에서 저녁형 인간 진단을 받았다.
롱 슬리퍼 저녁형 인간 대룡씨.
사실 진단을 받기 전부터 알고 있었다.
수능 공부를 할 때나 임용 공부를 할 때나 항상 밤에 집중이 더 잘 됐고
공부를 하다 새벽에 자면 다음 날 수업 시간에 자서라도
수면 시간 여덟 시간을 채워야 일상 생활이 가능했다.
여덟 시간을 채우지 못 하면 일상 생활이 불가능했다는 게 과장된 이야기처럼 들릴 수도 있겠지만,
어떤 일이 있었냐면,
고등학교 때 도덕 시간에 하도 졸아서 애들 앞에서 도덕 선생님한테 맞은 적이 있었다.
그런데 맞고도 계속 졸아서 선생님이 책상을 교탁 앞으로 옮겨서 수업을 들으라고 하셨다.
그런데 교탁 앞에서도 계속 졸았다.
그래서 옆에 있던 친구가 대신 겁을 먹고 나를 계속 깨웠는데
친구가 깨울 때마다 오 초 정도 깼다가 다시 졸았다.
그래서 선생님이 화가 나셔서 내 수행 평가 태도 점수를 20점(20점 만점) 감점하겠다고 하셨다.
속상해서 울었지만(도덕 9등급 받는 건 상관 없었는데 쪽팔려서 울었다) 그 와중에도 너무 졸렸다.
그런 일이 있었고.
그 밖에 국사 시간에도 계속 자서 국사 선생님이 나보고 기면증 아니냐고 하셨다.
(국사는 내가 가장 싫어하는 과목이었기 때문에 더 졸렸다)
근데 웃긴 게,
나와 친오빠는 같은 고등학교를 다녀서 같은 선생님한테 국사 수업을 들었는데,
국사 선생님이 오빠 담임 선생님이셨는데,
학부모 상담 때 선생님이 엄마한테 오빠가 기면증인 것 같다고 검사 받아 보라고 하셨다고 한다.
그러니까 선생님은 나와 오빠가 남매인 걸 모르셨지만,
우리가 둘 다 기면증이라고 생각을 하신 것이었다.
(다른 점이 있다면 나는 국사 8등급이었고 오빠는 1등급이었다)
(혹시 모를 오해를 방지하고자 덧붙이자면 국사 선생님이 나중에 우리가 남매라는 사실을 아시고 나서 동생(=나)이 공부를 더 잘했다고 말씀해 주셨다 *중요)
아무튼 이 구구절절한 이야기의 결론은.
내가 유전적으로 롱 슬리퍼이기 때문에 여덟 시간은 자야 일상 생활이 가능했다는 것이다.
저녁형 인간이라는 사실은 이미 중학생 때부터 알았는데,
난 평생을 아침에 잘 일어나지 못 해서 반에서 지각 순위권이었다.
지각이 모여서 결석이 되어서(지각 5번이면 결석 1일) 개근을 하지 못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팩트: 결석도 해서 지각 안 해도 개근 아님)
(가끔 학교 가기 싫어서 그냥 안 가면 안 되냐고 하면 엄마가 그냥 가지 말라고 하는 날이 있었다)
그래서 대학생 때는.
내 이름이 ㄱ으로 시작하는 게 너무 싫었다.
늘 강의실에 정씨 쯤 출석을 부를 때 들어갔기 때문이다.
그래서.
같이 들어간 허 모 씨와 다르게 "교수님 김대룡 왔습니다.."라고 말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아무튼 지금까지는 이 글의 서론이었다.
이 글은 서론 한 바닥. 본론 몇 줄 짜리 글이다.
본론.
그런 내가 요즘은 늦게 자고도 제 시간에 잘 일어나고 있는데.
그건 바로 고니와 전화를 하다가 자서 고니의 전화를 받고 일어나기 때문이다.
유전적 성질을 거스르게 하는 것은.
바로.
바로 바로.
사랑의 힘이다.
(대충 염병하는 글)
To. 고니
하지만 귀찮아지면 언제든지 그만해도 돼 고니야.
진짜야. 아마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