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난 집으로는 돌아올 수 없다

여행과 도착에 관해

by 유앤나


오늘 저녁, 집 문을 열 때 그 집은 아까 나왔던 그 집일까?

물리적으론 같지만, 우리는 다른 사람이 되어 문턱을 넘는다.

여행은 멀리 떠날 때만 시작되는 게 아니다.



사랑하는 연인과 아쉽게 헤어지고 도착한 집과,

고되게 일하고 겨우 들어선 집과,

먼 여행을 떠났다가 돌아온 집과,

잠깐 외출하고 돌아온 집은 같지 않다.

그렇게 늘 다른 사람이 되어 문을 연다.


그래서

누군가를 '영원히' 초대하기도 하고,

보내고 들이는 것이 달라진다.


치우고 버리는 것이 생기고,

부엌 선반과 창가에 놓는 물건들이 바뀐다.

매일의 삶이 달라지고,


들여오고 보내는 것이 변하는 이 여정에서, 도착은 없다.

여행만이 있을 뿐이다.


"진정한 여행자는 도착지를 알지 못한다."는 말처럼

우리는 늘 같은 집으로 돌아오지만,

결코 같은 집에 도착하지 않는다.


삶은 순환이 아니라 나선이다.

같은 곳을 지나지만, 매번 다른 높이에서 지난다.


그래서 여행자는 도착을 꿈꾸지 않는다.

변화하는 과정 그 자체를 산다.

오늘 우리는 누구로 문을 열었는가?






"우리는 존재하지 않는 것에 대한 향수 속에 살고 있다." — 페르난두 페소아

우리는 기억을 그리워하는 것이 아니라,

끝내 탄생하지 못해 영원히 늙지 않을 '어떤 가능성'을 짝사랑하며 살아가죠.


"삶은 살아가야 하는 것이지, 이해되어야 하는 것이 아니다." — 쇠렌 키르케고르

기차 노선도를 해독하는 데 평생을 바치느라,

정작 눈앞의 창밖 풍경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꿈은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 비로소 순수함을 유지한다." — 장 보드리야르

현실이 되지 않았기에 부서짐도, 먼지도 없는

공허한 아름다움, 그래서 영원한 꿈이죠.





완벽한 이상은
현실의 생채기를 견딜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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