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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앤나 Mar 29. 2016

그리움의 끝에 내가 있었다

그대가 남긴 에세이, 그래서 적는 수필_ 03


내가 불안정하니까 안정적인 그의 모습이 좋았다.

나는 잘 알지 못하는 분야를 해박하게 알고 있는 그가 멋있었다.

내가 전혀 재능이 없는 숫자에도 능하고 미적 감각까지 있는 그가.


그가 알고 있는 것은 곧 내가 아는냥했고

그런 능력을 가진 그가 나를 좋아한다는 것이 자랑스러웠다.

내 모자란 부분들이 그로 인해 채워지는 것 같았다. 


다른 사람들을 만나며 그의 모습을 찾았다.

그는,

없었다.


아주 한참의 반복 끝에 알았다.

나는,

나를 먼저 사랑했어야 했다.


나는 겁도 많고 어쩌면 자주 포기하며 쉽게 흔들린다.

그래서 나와 다른 그의 모습을 찾았지만

그전에 나를 괜찮다고 받아들였어야 했다.


모자란 부분이 채워져야 할 대상이 아닌 

나일 뿐이어도 괜찮은 존재라고.


그것이 내가 그를 놓는 방법임을

그를 찾지 않을 수 있는 길임을

나를 사랑해야 그를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음을


그리움의 끝에

나를 만났고

내가 필요한 

내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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