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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앤나 Mar 01. 2017

밤의 환영

황망한 도시에서 가장 고요했던 순간

도시의 밤이 떠오르던 순간, 나는 어디론가 달려가는 버스안에 있다. 듬성듬성 앉은 승객들은 어디를 가고 있을까. 집일까 아니면 사랑하는 이의 집이 그곳에 있을까. 어쩌면 이밤에 문득 떠나고 싶은 일이 있었을까. 사실은 알지 못하는 곳으로. 당신안에는 어떤, 그리움이 있을까. 


화려함을 내뿜는 다리를 건넌다. 밤에 묻힌듯 고요하게 어둠에 가려진듯 조용하게.
2월의 마지막 날, 늦은 저녁과 이른 밤 사이. 저녁은 먹었을까.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갑자기 이 도시가 낯설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매일 마주치고 평범하게 이야기를 나누던 사이가, 어느 날 하루쯤은 낯설어지듯 그렇게 이 커다란 도시는 문득 나를 외롭게 한다. 그래서 버스에 올라탔다. 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낯설지 않은, 지루할만큼 따뜻한 나의 집으로. 


창 하나를 두고,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화려한 밤을 뿜어내는 도시.

조용히 어둠속에 스며드는 버스. 


마치 함께 여행이라도 하는 사이처럼 말을 걸고 싶었다. 창밖 풍경에 대해, 혹은 미처 먹지 못했을 저녁식사에 대해. 이토록 화려한 도시에서 당신은 어떤 하루를 보냈는지. 아니 실은, 이 늦은밤 당신을 기다리고 있는 것에 대해 알고 싶었을까.  그것이 사람이든 장소든 아니면 당신안에 감추어둔 그리움이든.


그날밤, 황망한 도시에서 가장 고요했던 순간

반짝이는 불빛보다 더 빛났던 당신의 그리움을 보았다면

그저 흔한 밤의 환영歡迎이었을까.

 


   

아, 집에 도착해서 올려다 본 하늘. 수많은 별 들 사이 이맘때 볼 수 있는 오리온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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