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하나 글쓰기 챌린지 30일, 넷째 날
자취 생활을 하다가 약 두 달 전 다시 본가로 돌아왔다. 나만의 라이프스타일이 생기고 혼자를 만끽할 때쯤 퇴사를 하게 되면서 어쩔 수 없이 내린 결정인데, 아직도 매일 아침의 북적임이 익숙하지가 않다.
오늘은 아침에 엄마가 돌리는 청소기 소리에 잠이 깼다. 아빠는 "오늘은 좀 늦게 일어나네? 운동 안 가니?" 했다. 그냥 안부 인사일 뿐인데 왜 괜히 퉁명스러운 대답이 나오는지 모르겠다. 부모님의 궁금증은 예민하게 받아들여지는 게 K국룰인가. 가끔 퉁명스러운 대답으로 부모님과의 대화를 차단하고 나면 죄책감이 들어 주변에 이야기를 공유하고, 돌아오는 대답은 "나도 그래, 왜 그런지 모르겠어."
택배가 오면 엄마는 으레 뭘 샀는지 궁금해한다. 엄마 집에 오는 물건이니 당연히 궁금할 법도 한데, 나는 괜히 또 숨기고 싶어 진다. 부끄럽다거나 나쁜 물건을 산 것도 아니고 인터넷 쇼핑몰에서 구매한 옷가지나 화장품일 뿐인데, 집구석에 들어앉아 있으니 쇼핑하는 것도 모르게 하고 싶다.
혼자 살 때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설거지를 쌓아 놓고 있다가 하루 마무리에 지저분한 그릇을 깨끗이 씻어내는 게 나만의 룰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운동이 끝난 후 샤워를 하는 것처럼 뭔가 속 시원하고 기분이 좋았다. 엄마는 내가 그릇을 쌓아 놓는 꼴을 못 보기 때문에 나는 음식을 먹고 바로바로 설거지를 해야 한다. 내 의식이 사라져서 조금 아쉽고, 은근슬쩍 그릇을 놓고 방으로 들어갔을 때 눈치를 보게 되는 상황이 조금 불편하다. 솔직히 귀찮으니 이따가 하고 싶다.
아, 하나하나 다 신경 쓰이는 걸 보니 나는 머리가 너무 많이 자란 것 같다.
다만 독립할 능력은 없어서 엄마 카드로 장을 보고, 가끔씩 함께 하는 외식에 아빠 찬스를 외치며 덩실덩실 춤을 추는 내가 살짝 민망하여 쓰는 글이다.
어서 돈 많이 벌어서 혼자 살아야지, 그럼 우리가 더 애틋해질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