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파가 효율까지 챙긴다면 금상첨화죠
이집트의 파라오는 그의 조카 추마와 아주르를 불러 피라미드를 먼저 짓는 사람에게 왕자의 지위와 수많은 재물을 주겠다고 했다. 아주르는 즉시 크고 무거운 돌을 옮겨 피라미드를 짓기 시작했다. 그러나 추마의 땅은 아주르가 1년 동안 피라미드 토대를 완성할 때까지 아무런 변화가 보이지 않았다. 추마는 파라오의 명령을 거스르고 피라미드 짓기를 포기한 것처럼 보였다.
아주르는 갸우뚱해하며 계속 열심히 일을 했다. 그러나 돌이 점점 높이 쌓여갈수록 아주르의 체력은 고갈이 났다. 아주르는 힘을 기르기 위해 체력 단련에 시간을 많이 들였지만 그래도 무거운 돌을 높은 곳으로 올리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그러던 어느 날, 추마의 땅에 새로운 변화가 생겼다. 추마는 그동안 피라미드의 돌을 옮겨 주고 쌓아 줄 기계를 만들고 있었으며, 기계 덕에 아주르의 속도보다 훨씬 빨리 추마의 피라미드가 완성되었다. 그렇게 8년이 지나 추마는 26세의 나이로 피라미드를 완성했다. 시스템을 만드는 데에 3년, 피라미드를 짓는 데 5년이 걸린 것이다. 반면 아주르는 피라미드의 열두 번째 층을 쌓다가 완성하지 못하고 심장마비로 죽었다.
<부의 추월차선 (엠제이 드마코 作)>에 나오는 일화입니다.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이 이야기는 평소 일하는 방식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시스템의 유무가 일의 완성도와 속도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미치는지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추마가 시스템을 설계한 2년 동안은 어쩌면 정말 지루하고 보이지 않는 싸움의 시간이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결국 그 시간을 이겨냈고, 그동안은 아주 길게 느껴졌을지 몰라도 목표를 달성하고 나니, 시스템 없이 달리는 것보다 훨씬 빨리 이룰 수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죠. 하지만 저는 이 글에서 시스템의 중요성도 느꼈지만, 어딘가 저와 닮은 아주르에게서 보완할 점들이 많이 보였고 '아주르가 ~ 했다면 어땠을까..'와 같은 상상을 하게 됩니다.
피라미드를 완성시키지 못한 아주르에게선 앞만 보고 달리는 유형의 사람이 떠오릅니다. 자기 몸을 돌보지 못한 채 목표만을 보고 집착한 결과죠. 결국 목표에 도달하기 전에 본인이 지쳐 나가떨어집니다. 꾸준히 실행은 하되 내가 잘 가고 있는지, 올바른 방법을 썼는지, 내 마음과 몸은 안녕한지 한 번씩이라도 살펴주고 점검했다면 그와 같은 비참한 결과는 일어나지 않았을지도 몰라요.
아주르에게도 장점이 있을 겁니다. 피라미드처럼 큰 프로젝트가 아닌, 오로지 개인의 능력으로 해결해야 하는 일들이라면 추마보다 훨씬 성공 확률이 높았을 거예요. 일의 속도도 매우 빨랐을 거예요.
그러나 피라미드처럼 큰 프로젝트는 더 큰 그림을 그려봤어야겠죠. 몸을 던지기 전에 내가 혼자 돌을 옮겨 짓는 것보다 더 효율적인 방법이 없을지 한 번 더 고민해 봤다면 아주르는 추마보다 더 빨리 일을 실행시키고 특유의 추진력으로 목표를 빨리 달성했을 수도 있겠죠.
저는 굳이 따지자면 아주르처럼 일단 몸을 던지고 보는 행동파입니다. 행동파는 장점도 있지만, 단점은 이 일화에서 여실히 드러나는 그대로입니다. 효율이 많이 떨어진다는 것이죠. 방법을 미리 생각하고 계획하는 데에 시간을 들이는 것보다 '하다 보면 답이 나오겠지.' 생각하여 일단 부딪히죠.
그러나 어느 유형이건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 있죠. 행동파가 지치지 않고 효율적으로 일을 하기 위해서는 어떤 자세가 필요할까? 생각해 봤습니다. 단점을 보완하기만 하면 더 많은 일을 해 낼 사람들이니까요.
첫째는 큰 목표만을 세우지 말고, 과정 안에서도 작은 목표들을 세워 꾸준히 점검해 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매번 새로운 작은 목표를 달성할 때마다 옳은 방향으로 잘 가고 있는지, 속도는 예상보다 많이 뒤처지지 않는지 한 번 더 점검해 줍니다. 혹시 어딘가 잘못된 것 같다면 행동파도 행동을 잠시 멈추고 다른 행동으로 방향을 틀 수가 있습니다. 다행히 빠른 적응력 때문에 금방 방향을 바꾸기도 쉬울 거예요. 행동파의 장점 중 하나죠, 적응이 빠르다는 거요.
둘째는 생각하는 걸 귀찮아하지 말고, 한 번만 더 생각하자. 제가 행동파라서 잘 압니다. 생각하는 게 너무 귀찮고요, 행동하는 건 무지 쉽습니다. 행동하다 보면 생각이 날 거라고 으레 짐작하죠. 행동파에게 계획하라고 하는 것은 어려운 일인 걸 알지만요, 아무리 생각해도 기본적인 '틀'과 '방향'은 모든 행동 전에 있어야 효율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기획서를 쓰고 진행한 일과 쓰지 않은 일의 업무 처리 효율이 천지 차이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이 발 빠르고 머리가 빠르게 돌아가는 것은 인정하지만, 그 좋은 머리를 한 번 더 생각하는 데 쓴다면 추마보다 더 빨리 기계를 생각해 낼지도 몰라요.
아, 그냥 생각하는 것도 내가 해야 할 행동 중 하나라고 인지해 보는 건 어떨까요. 무언갈 시작하기 전에 '생각하기' 혹은 '계획하기'를 행동 리스트의 가장 첫 번째에 추가해 보는 거죠.
몸과 마음이 모두 지쳐 목표도 이루지 못한 아주르가 된 경험을 모든 행동파는 한 번씩 경험해 봤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한 번 했던 실수를 계속 반복하는 것은 어리석다고 여겨집니다. 그래서 여기 모여 이 글을 읽고 있는 행동파들이 다음 스텝을 밟을 때는 추마의 반을 닮은 아주르가 되기를 바랍니다. 아마 모든 일들이 기존보다는 순조롭겠죠. 저도 꼭 그렇게 해보리라 다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