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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일진 Sep 17. 2024

13화: 운명의 문

세 개의 세계로 향한 길

서현은 삶으로 돌아가는 것을 원한다고 깨닫게 되었지만,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불안하고 혼란스러웠다. 아빠가 보내준다던 그 아이를 마냥 기다릴 수밖에 없었고 다행히 그 아이는 서현의 앞에 빨리 나타나줬다.      


“많이 기다렸지? 아마도 넌 지금 많이 혼란스러웠을 거야. 네가 이런 낯설고 새로운 일들을 맞닥뜨릴 때 얼마나 긴장하고 불안해하는지 내가 제일 잘 알아. 난 너의 어린 시절, 네가 많이 사랑받고 사랑했을 때에 아빠의 마음에 기억된 너 이거든. 서현아~ 이제 괜찮아. 내가 왔어.”    


서현은 처음부터 낯설지 않았던 그 아이의 존재를 제대로 알게 된 후 눈물이 왈칵 쏟아지며 서현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 아이를 꼭 끌어안아버렸다. 서현의 품에 너무나 작고 보드라운 어린 서현을 너무 늦게 알아본 것 같아 스스로에게 미안한 마음이었다.     

 

“그랬구나 어린 서현아. 네가 날 구해주러 온 거였어. 넌 원래 이렇게 사랑스러운 아이였구나. 너를 너무 오랫동안 잊고 지냈어. 정말 미안해.”     


어린 서현은 서현을 함께 안아주던 작고 보드라운 손을 펴서 서현의 얼굴을 감싸며 말했다.     


“괜찮아. 나는 너를 잘 알고 있어. 그러니까 더 설명하지 않아도 돼. 우리 이제 서둘러서 너를 구하자.”    

 

서현은 눈물을 멈추고 어린 서현에게 신뢰의 눈빛을 보냈다. 그런 서현을 바라보는 어린 서현의 눈빛은 어른인 서현을 편안하고 안심이 되게 만들었다.  

    

“서현아, 이 세상엔 세 가지 세계가 공존하고 있어. 과거에 네가 살았던 생의 세계와 현재 네가 잠깐 머물게 된 영의 세계 그리고 사후세계가 있지. 생에 세계에 속하던 인간이 명을 다해 죽게 되면 아주 잠깐 영의 세계에 머무르게 돼. 보통의 인간들은 영의 세계에 머무를 때 가장 사랑했지만 떠나보내야 했던 가족들을 만나서 사후세계로 인도하게 되거든. 그런데 너는 좀 달라. 너는 아직 완전히 죽은 게 아니기 때문에 영의 세계에서 너에게 선택의 시간을 줄 수 있었던 거야. 지금부터 너에게 달려있어.”    

 

어린 서현에게 이야기를 듣고 있던 서현은 갑자기 휘몰아닥친 지금의 상황이 여전히 혼란스럽기만 했지만, 애써 침착하게 무엇이든 해낼 결심을 다지고 있었고, 어린 서현이 이 상황에 대한 자세한 안내를 계속해 나갔다.     

“영의 세계에서의 시간은 생의 세계와 다르게 흘러. 영의 세계에서 하루는 생의 세계에서 일주일을 의미해. 너는 영의 세계에서 7일. 그러니까 생의 세계에 49일에 시간이 허락되는 거야.”     


“그럼 난 언제 이렇게 된 거야? 영에 세계엔 언제 들어온 거지?”     


“네가 다리에 극심한 통증을 느낀 날 밤이었어. 다리에서의 통증이 가슴으로 타고 퍼져가 온몸을 마비시키더니 잠깐 멈춰버린 거지. 공원에서 어떤 여자를 만난 적이 있었지? 그날이 네가 영에 세계에 온 날이야. 둘째 날엔 지연이 언닐 만났고, 셋째 날과 넷째 날엔 그 남자를 만났었지. 그리고 같은 날 아빠를 만났어. 그래서 이제 너에게 남은 시간은 영에 세계에서 삼일이 남았어. 넌 그 삼일동안 네가 살아온 삶을 되짚어볼 거야. 아빠가 말씀하신 것처럼 아름다운 시간도 있겠지만, 후회와 고통의 순간들도 만나게 될 거야. 그 후회의 순간들을 용서하고 고통의 순간들이 왜 너에게 주어졌는지에 대한 이유를 찾아내야 해. 자. 눈을 감고 내 손을 잡아. 내가 그때로 데려다줄게.”     


서현은 어린 서현의 말대로 조용히 눈을 감고 어린 서현의 두 손을 마주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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