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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lkown Kim Sep 05. 2019

4년 전...

요즘 근무하면서 문득문득 느끼는 것이 있는데 '내가 바보가 되어가고 있구나'라는 것이었습니다. 과장 4년 차 뭔가 열심히 하고 있는데 하고 있는 일들이 깔끔하게 처리되지 않는 것들을 보면서 고민하기 시작했죠. 사람은 항상 부족하고 일은 넘쳐나고 부정적인 생각은 끊이질 않고... 왜 저는 바보가 되어 가고 있을까요? 


 예전부터 일하던 방식을 곰곰이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① 우선 신입이 들어온다. 일한번 시켜보면 대부분 어이쿠 좀 실수는 있지만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줌. 결국 자잘한 일을 시키면서 지켜보게 된다. 알곡과 쭉정이를 걸러내는 과정. 정말 똑똑한 혹은 창의적인 친구들은 자잘한 그리고 반복적인 일을 견디지 못하고 그만둠. 신입 1년 차 3년 차가 많이 회사를 그만두는 이유. 대기업 구조에 맞지 않는 친구들일뿐이지 능력이 적거나 성실하지 못한 것은 절대 아님.

 ② 그럭저럭 4년을 견디게 되고 큰 사고 없으면 대리 진급. 윗선에서는 이제 본격적으로 일 한번 시켜 볼까? 하고 점점 더 중요한 일들을 지시. 웬걸 그동안 어깨너머로 배운 것이 있어서 Performance도 나고 처리 시간도 줄어듬. 한 분야의 일을 4년 이상 하게 되면 당연히 준 전문가 수준이 됨. 슬슬 'OOO대리는 그쪽에선 전문가야'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시기. 당연히 같은 분야의 다른 일도 한번 맡겨 봄. 당연히 빠르게 배우고 빠르게 처리한다. 당연히 역량과 성과 모두 보여줄 수 있는 기회를 가짐 → 과장 진급.

 ③ 과장 진급하면서 자연스럽게 밑에 후배들도 생김. 위에서 생각할 때에는 밑에 애들도 좀 있으니 여러 가지 일을 시켜봄. 몇 되지 않는 애들 달고서 잘 버텨냄. 밑에 후배들과 끈끈한 믿음도 생김. 거의 80~90% 만족할 만한 성과를 굉장히 빠른 시간에 처리해냄. 여기까지는 문제없음.

 ④ 임원이나 부장이 생각하기에 작은 팀이 정말 잘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느낌. 껄끄럽고 어려운 일들을 아무 일이나 닥치는 대로 막던 짐. 일이 늘어나는 것은 별 문제없는데 절대 인원 충원 없음. 70~80% 성과를 냄. 일을 쳐내는 속도는 높아지나 Quality 점점 낮아짐. 자기 자신은 전과는 비교되지 않은 많은 일을 하느라 바쁨 → 첫 번째 함정에 빠짐. 


 ⑤ 밑에 애들이 Quality가 높아지면서 자신은 점점 Manager Mode로 변해감. 점점 밑에 애들 이하는 일을 자신이 한 일이라고 착각.

    → 두 번째 함정에 빠짐

 ⑤ 그렇게 몇 년이 지나는 순간 자신이 굉장히 많은 분야의 일을 굉장히 잘한다고 착각. 회사 직함을 떼내는 순간 자신의 능력을 증명할 것이 아무것도 없음. 결국 바보 증명.


 결국 일 잘하던 과장이 바보가 되는 것은 두 가지 함정에 빠져서 바보가 됩니다. 대외적인 함정으로는 인원 충원이 없는데 일이 엄청나게 늘어나면서 자신이 하는 일에 집중할 시간이 없어지는 것이고 (물론 인원이 많아진다고 비례해서 시간이 많아지는 것은 아닙니다), 대내적인 함정으로는 너무 Manager 모드로 들어가서 자기 밑에 후배들이 한 일을 자신이 한 일로 착각하는 것이겠지요. 사실 두 번째 함정은 자기 자신을 엄격히 바라보고 고치면 되는 것이니 별로 문제는 안됩니다. 하지만 첫 번째 함정에 빠지게 되면 그 조직 내부에서는 빠져나올 방법이 없습니다. 결국 조직을 옮겨갸 하는 것이지요. 


 두 함정을 잘 버텨내면 조직에서 부장으로 임원으로 승진하게 됩니다. 하지만 앞에서도 얘기했는데 두 함정을 벗어나더라도 근본적인 문제는 큰 회사에서 일하면 할수록 회사 이름, 직함을 없애면 자신의 능력을 증명할 방법이 없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여러 가지를 준비를 해야 하는 것이겠지요. 그 '여러 가지'에 대해서는 아직 저도 준비하는 중이라서.. 하나하나 준비되는 대로 공유하지요. ^^  


 결론적으로 내가 바보냐 아니냐는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더 중요한 것은 내가 바보가 되어가고 있냐를 인지하는 것이지요. 그러면 진짜 바보가 되기 전에 앞에서 얘기한 두 함정에서 빠져나올 수 있으니까요. 저요? 두 함정에 양쪽 발을 한 발씩 담그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글을 쓰면서 고민하고 하고 그러는 것이지요. 그리고 그 함정에서 빠져나온다 하더라도 각자의 인생을 위해서는 뭔가를 또 준비해야겠지요.




4년이 지났지만 두 번째 함정에서 허우적이고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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