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떡 직업을 찾는 모험 ep.23
나는 요새 세컨드 잡을 구하고 있다.
캐릭터 사업과 에세이로 수익을 내고 있지는 않아서 원잡이 있다고 당당히 말할 수 없지만, 돈만 벌지 못할 뿐 시간과 노력을 들이고 있기 때문에 세컨드 잡이라 칭해본다.
세컨드잡으로 어떤 일을 할 수 있을지 고민을 많이 했다.
회사로 다시 돌아가 기획자로 다시 일하기에는 PM 직무에 다시 도전하고 싶은 의욕이 생기지 않았다.
사실 회사를 다니며 해고를 당한 에피소드 이외에도 인류애를 잃어버릴 만한 일들이 더 있었는데, 나중에 다른 에피소드에서 한 번 적어보려고 한다.
회사는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고, 주 5일보다 적게 일할 수 있으면서 최대한 빨리 시작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 하고 고민하다 보니 심리상담이 떠올랐다.
심리상담은 마지막 회사에서 퇴사할 때도 고민했던 분야였는데, 상담 공부가 재밌기는 하지만 공부와 실제로 상담을 하는 것은 다르기 때문에 고민을 많이 했다.
30대가 되고 나니 20대 때보다 나에 대해 좀 더 잘 알게 되었다.
나는 체력이 약한 편이라 오랫동안 서서 일하거나, 이동이 잦거나, 집과 거리가 너무 먼 곳은 오래 일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생각했다.
이번에 시작하는 일은 최대한 오래 일하고 싶어서 더 신중하게 고르게 된다.
하지만 고르고 고르다 보면 지원할 곳이 별로 남지 않아서 ‘주 5일도 뽑아만 준다면 하는 게 좋겠지..?’라고 은근히 합리화를 해보기도 한다.
아무래도 상담 직무는 몇 년 쉬었다가 다시 도전하는 거 기 때문에 취업이 쉽지 않다고 예상은 했지만, 몇 년 전에도 쉽지 않았던 취업이 지금은 더 어려워진 것 같아 마음을 졸이고 있다.
아무리 신중하게 고르고 싶어도 취준 기간이 길어질수록 빨리 돈을 벌고 싶은 마음이 커져 신중하기로 했던 점들을 하나둘씩 포기하고 있다.
나는 주로 대학생이나 성인을 대상으로 상담을 했어서 처음 시작은 같은 대상과 상담을 하고 싶었으나, 성인 대상 상담사를 뽑는 공고는 내가 가지고 있는 자격증보다 더 급수가 높은 1급 자격증을 요구하는 곳이 많아(혹은 편도 거리가 1시간 반 이상이거나) 아쉬움만 남기고 지원하지 못한 곳이 많았다.
이왕 이렇게 된 거 대학생이랑 20대 성인 밖에 상담을 못해봤으니 청소년 대상도 한 번 넣어볼까? 하며 청소년 상담사도 지원을 했는데, 얼마 전에 덜컥 서류가 합격해서 지금 면접을 준비하고 있다.
면접을 준비하게 되어서 기쁘긴 한데, 청소년 상담이 성인 상담보다 비자발적인 경우가 많아 훨씬 쉽지 않다는 얘기를 익히 들었던지라 덜컥 겁이 났다.
청소년들과 함께 한 경험이 많이 없는데 아이들이 내게 마음을 열어줄까..?부터 시작해서 일을 못한다고 위에서 까이는 상상까지 하게 된다.
이런 마음을 내 상담사 선생님과 상담 시간에 말을 꺼내봤다.
선생님은 지금까지의 내 커리어를 보면 상담 공부를 하다가 혼자 취준을 하더니 덜컥 IT 회사에 취업을 했고 또 퇴사한 후에는 캐릭터 사업에 도전하고 있는 걸 보면 적은 가능성이라도 발견한 후에는 추진력을 높이는 게 내 장점 같다고 말씀하셨다.
보통 상담 대상을 바꿔서 상담을 하는 건 상담자에게 매우 큰 도전이기 때문에 내가 두려움이 앞서는 게 당연하다고 해주셨다.
물론 당연히 처음 가면 경력이 부족해서 까이겠지만 그만큼 크게 성장할 거라고 하셨다.
만약에 운 좋게 청소년 상담사 면접에 합격해서 붙는다면 새로운 내담자 유형과의 상담 경험이 생기니 분명히 내 상담 실력은 성장할 것이다.
하지만 그만큼 경험이 쌓이는 만큼 이리저리 치이고 실수하고 까이고를 반복하겠지.
생각해 보면 지금까지 새로운 분야에 발을 디딜 때 늘 까여왔다.
처음에야 그렇게까지 까일지 몰라서 일단 도전해 보자라는 마음이 더 컸는데, 크게 까인 경험이 쌓이다 보니 나도 모르게 겁쟁이가 되어버렸다.
실수를 했다면 당연히 지적받아야 하고 나도 그 가르침으로 인해 배움을 얻는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그 까임이 지독한 비난까지 갈지 말지는 누가 나를 까느냐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미리 알 수 없는 이 불확실함이 나를 더 두려워하게 만든다.
하루에도 몇 번씩 '도움이 될거야,' '근데 까이면 맘이 너무 아프겠지..?' 하며 양가감정이 들쑥날쑥 올라온다.
40대가 되면 까이는 것에 조금 더 무뎌질까?
이렇게 걱정만 미리 했다가 막상 면접을 보고나선 떨어질 수도 있지만, 생각이 많은 나는 늘 사서 걱정을 한다.
하지만 아무리 걱정해 봤자 돈이 필요한 현실 앞에서는 양가감정도 고개를 숙이는 법이다.
퇴사하고 알바를 그만둔 지도 이제 꽤 되었기 때문에, 또 곧 결혼을 앞두고 있기 때문에 우선 청소년 상담사 면접을 잘 준비해보려고 한다.
면접에 떨어진다면 떨어진 대로 또다시 다른 길을 떠날 준비를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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