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떡 직업을 찾는 모험 ep.22
쉬는 청년이 된 지 어언 7개월째.
무업 기간을 가지기 전, 일을 안 하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피폐해진 일상을 살아갈까 봐 겁이 날 때가 있었다.
뉴스에서 말하던 알바조차 안 하면서 집에만 있는 쉬는 청년이 되어 점점 더 집 밖에 나오기 힘들어져 영원히 집에만 있게 되는 건 아닌지 걱정했었다.
사람들의 가시 박힌 말들이 영원히 빠지지 않아 다시 일어설 힘이 없는 사람이 될까 봐 미리 불안해하기도 했다.
무업 기간을 약 7개월을 넘긴 시점에서 나의 근황을 말해보자면, 생각했던 것보다 잘 살고 있는 것 같다.
물론 우울감이 심해서 집 밖에 나오기 힘든 날들도 있었지만, 친구와 얘기를 하거나 그것만으로도 충족이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는 상담도 받았다.
누군가에게는 길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부족한 시간인 7개월을 돌아보면 많은 일이 있었던 것 같다.
우선 백수가 되고 나면 주변에서 혹시나 한심하게 보지는 않을지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내게 가시 돋친 말을 하는 사람들은 별로 없었다.
서로 성인이라 더 조심하는 것도 있을 테고, 사실 나이를 먹으면서 주변 사람들 기분을 생각하지 않고 말부터 내뱉는 사람들과는 멀리 해서 그런 것도 있을 것이다.
친구나 지인들보다는 오히려 부모님이나 친척들 같은 가족들이 가끔 언제까지 쉬려고 하냐는 말을 할 때가 있는데, 처음에는 그 말들이 가슴을 훅 파고들어 왔지만 내 나름대로 열심히 하루를 살아내다 보니 요새는 전보다는 조금 덜 깊게 파고드는 것 같다(아쉽게도 아직은 타격이 전혀 없지는 않다).
그리고 사실 아무리 가족이라도 내가 뭘 하고 사는지 내 옆에서 24시간 같이 있는 게 아니라면 내가 어떤 도전을 하고 있는지 세세하게 알 길이 없다.
그래서 난 종종 가족들과 얘기할 때 요새 이런 걸 하고 있다고 넌지시 말해줄 때가 있다.
아직 성과가 없어 자랑하기에는 부족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뭔가에 도전하고 있다면 가끔은 주변에 알려 뒹굴대기만 한다는 억울함에서 벗어나자.
또, 두려움과 기대를 안고 캐릭터 사업이라는 새로운 커리어를 시작했고 아직 별다른 수익은 없지만 얼마 전에 협업 제안을 받아 준비 중인 게 있다.
이 협업이 얼마나 큰 반응을 끌어올지는 아직 모르지만 누군가가 내 캐릭터를 알아봐 주고 일을 제안했다는 점이 기뻤다.
그래서 요새 마감 기한까지 그림을 뽑아내느라 바빠져서 우울해할 겨를이 없어졌다.
그림 실력도 처음 캐릭터를 그렸을 때보다 실력이 조금씩 발전하고 있어서 그림이 점점 자연스러워 보인다는 평도 들었다.
캐릭터 외에도 브런치에 ‘찰떡 모험을 찾는 모험’이라는 주제의 글도 꾸준히 쓰고 있다.
사실 내 어렸을 때 꿈은 조그만 책방을 운영하면서 내 글을 쓰는 작가였다.
책방을 낼 돈도, 멋진 소설을 쓸 글쓰기 실력도 부족하다는 것을 깨닫고 이루지 못한 꿈으로 남아버렸지만.
그래도 혹시나 언젠가 이뤄질 수도 있으니 우선은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쓰며 연습해 보자라는 생각에 에세이를 쓰기 시작했다.
캐릭터도 에세이도 아직 내게 돈을 벌어다주지는 못하지만 하다 보면 더 하고 싶은 욕심이 생기기도 하고, 내 인생을 뒤집어버릴 만한 일도 큰돈이 드는 일도 아닌 데 하고 싶을 때까지 꾸준히 해보자는 생각으로 이어나가고 있다.
이런 작은 일도 하고 싶은 대로 못하면 인생을 무슨 재미로 살아야 하나.
또, 무언가를 꾸준히 한다는 게 내 일상을 지켜주기도 했다.
매주 인스타그램에 그림 올리기, 매주 브런치에 에세이 에피소드 올리기(가끔 한 주 넘어가기도 했지만)가 직장을 다니지 않는 내게 루틴이 되어주었다.
하지만 아직 새로운 커리어가 별다른 수익을 내고 있지도 않고, 프리랜서라는 게 고정적인 수익도 없으니 세컨드 잡을 구하기로 결심했다.
백수일 때 결혼 준비를 하고 있다 보니 회사원일 때보다 돈이 더 간절해졌다.
통장에 돈은 야금야금 계속 새고, 추가할 건 또 뭐가 그렇게 많은지 모르겠다.
하지만 한 번뿐인 결혼식을 최대한 가성비로 하려다가도 가끔 내가 정말 원하는 게 생길 때가 있기 때문에, 큰돈이 아니라면 추가를 하게 된다.
작은 돈들이 모여 큰돈이 된다는 단점이 있지만 그 정도는 눈감아주기로 했다.
무업 기간 7개월째.
사실 아직 세상에 자랑할만한 큰 업적은 이루지 못했다.
그래도 내 나름대로 사부작 사부작 할 일을 하며 살아가고 있다.
자랑할 것도 없는 쉬는 청년이 에세이는 왜 쓰는 건지 궁금하신 분들도 있을 것 같다.
특별한 것 없는 나라는 청년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러하듯 나쁜 날도, 좋은 날도 있는 하루들을 잘 살아가고 있다는 걸 말해주고 싶었다.
특별히 잘나야 한다는 압박감이 팽배한 우리 사회에서 특별히 잘나지 않은 사람의 일상도 들려주고 싶었다.
일을 쉬는 청년이 어떻게 지내는지, 밥은 잘 먹고살고 있는 건지 공유하고 싶었다.
일을 하던 일을 쉬고 있던 어떻게든 살아지게 된다.
슬퍼할 일이 생기면 슬퍼하면 되고, 다시 뭔가 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면 해보면 된다.
뭔가를 해볼 힘이 아직 없다면 나에게 더 시간을 주면 된다.
시간이 없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일을 그만두고 나면 남는 게 시간이다.
앞으로의 내 시간들도 잘 활용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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